[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 <분양 대세>에너지 절약 아파트는?

때이른 더위 ‘전기료 폭탄’걱정 마세요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줄줄 새는 에너지를 잡아라.” 건설사들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올 들어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에너지 절감형 단지가 실수요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등급 강화…모든 건물에 적용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절감형 단지 인기”


건물에 에너지효율 등급이 매겨진다. 오는 9월부터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 모든 용도의 신축 및 기존 건축물에 적용된다. 인증등급도 5단계에서 10단계로 세분화된다.

태양광 발전에
고성능 단열재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의 하위규정인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에 관한 규칙’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지난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에너지효율등급은 신축 공동주택 및 업무용 건축물에만 해당됐다. 하지만 앞으론 단독·공동주택, 업무시설, 냉·난방 면적이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공건축물의 인증 의무대상도 ‘업무용’과 ‘공동주택’에서 ‘모든 용도의 건축물’로 확대된다. 기존건축물 인증시엔 인증기관이 에너지효율 개선방안을 제시토록 해 신청자에게 효과적인 에너지절감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인증대상 건축물 확대에 따라 인증등급도 조정된다. 등급을 5개에서 10개로 세분화해 향후 제로에너지 수준의 건축물과 에너지 성능이 현격히 떨어지는 기존 건축물까지 등급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그간 지속적인 단열기준 강화 등으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이 전반적으로 상향된 점을 감안해 인증등급 기준을 상향조정했다. 업무용 1등급 기준은 현행 300kWh/㎡·년 미만에서 260kWh/㎡·년 미만으로 강화된다. 건축물 및 설비의 노후화를 감안해 에너지효율등급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 될 수 있도록 인증 유효기간을 인증일로부터 10년간으로 설정했다.

국토부는 “이번 제·개정 내용 중 기준이 강화되는 부분은 진행 중인 사업 등을 고려해 오는 9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며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축물을 확대하고 건축물의 효과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의 대상건축물이 확대돼 건물부문의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감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절약형 아파트’가 인기다. 올 들어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자 에너지 절감형 단지가 실수요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냉난방시스템, 고성능 단열재, LED조명 등 다양한 첨단 에너지 절감 설비를 도입하고 있는 것. 다음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갖춘 단지들이다.

▲송도 푸르지오시티 = 대우건설의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는 대표적인 에너지 절감형 오피스텔로 꼽힌다.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공용부분의 전기료 절감 효과를 노렸다. 또 주차장을 자연 채광이 가능한 지상으로 만들어 대낮에도 불을 켜놔야 하는 지하주차장의 단점을 극복했다. 강제 환기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없어 이에 투입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개별냉난방에 비해 관리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지역난방 방식과 천장형 F.C.U 냉방이 제공된다.

2010년 이전 입주한 송도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이 안 되는 반면 푸르지오 시티는 바닥 난방이 가능하다. 전 세대 이중창 시공에 따른 단열 효과도 기대된다. 4월 1∼2일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평균 3.22대 1, 최고 5.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 2층∼지상 27층, 2개동, 전체 1140실(전용24∼57㎡) 규모로 구성됐다.

▲한양수자인 에듀센텀 = 한양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1-2생활권 M4블록에 ‘한양수자인 에듀센텀’818가구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규모로 전용면적 59㎡, 71㎡, 84㎡ 총 818가구 모두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됐다. 이 아파트는 에너지절약 최적화 단지다. 각 세대마다 일반 유리 내부에 적외선 반사율을 높인 특수금속막을 적용해 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로이(Low-e) 복층유리’가 도입됐다. 고성능 단열성능의 창호와 단열재 사용, 일부 아파트에 옥상녹화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차세대 그린에너지인 태양광 집열판을 아파트 옥상에 배치해 태양광 에너지를 일부 공용전력으로 사용한다. 아파트 곳곳에 위치한 가로등에도 LED 가로등을 일부 설치하는 등 ‘그린시티’에 특화된 주거단지로 주목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하주차장 일부에 LED 조명설치,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하여 평상 시 조경용 관수로 활용하는 등 단지 곳곳에 친환경 재생 에너지의 이용해 에너지 절약형 아파트로 최적화된 단지로 구성했다.

▲강서 한강자이 = GS건설은 그린스마트 시스템을 설치한 ‘강서 한강자이’를 분양하고 있다. 22층 높이의 10개동 790세대(전용 59∼154㎡)에 태양광 발전시스템뿐 아니라 지열시스템도 도입해 냉난방 비용 절감을 극대화했다. 일괄 소등스위치, 대기전력 차단스위치로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였고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으로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청계천 두산위브 = 두산중공업이 중구 흥인동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에너지 손실 최소화 설계가 적용됐다. 건물 바깥에 단열재를 두른 외단열공법으로 시공하고 삼중유리 시스템창호(거실단창), 태양열 급탕시설 등을 적용했다. 세대 일괄 소등 스위치와 대기전력 차단시스템, 온도조절시스템도 갖췄다. 지하 6층∼지상 38층 2개동으로 아파트 295세대(전용 92∼273㎡), 오피스텔 332실(전용 32∼84㎡)과 상가로 구성됐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e편한세상 스마일시티 = 대림산업과 삼호는 천안시 서북구 차암동 일원의 천안 제3일반산업단지 E-2블럭에 ‘e편한세상 스마일시티’를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에 지상 17∼26층, 12개동(전용 51∼84㎡) 규모로 건설되는 스마일시티는 냉난방 및 전기 에너지양을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모델로 시공된다. 세대 내부에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이 설치돼 창문을 열지 않고도 세대 환기를 할 수 있다. 전열교환기를 사용해 세대 급기시 배기의 열을 회수해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지하주차장과 세대 내부의 발열과 전기 소모량이 많은 기존 할로겐등을 LED등으로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했다.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고 고성능 단열재인 네오폴을 적용해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친환경 그린에너지 특화
최첨단 관리시스템 적용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쌍방향 에너지 환경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입주고객들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세대별로 맞춤형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국내 최초의 쌍방향 아파트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이다.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가스밸브차단, 거실조명 전원, 난방 전원을 작동할 수 있어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강릉 더샵 = 포스코건설이 강원도 강릉시 입암동 일대에 분양하고 있는 ‘강릉 더샵’은 원격 검침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이 적용됐다. 각 세대 전기와 수도, 가스 등 사용량을 단지통합관리 서버와 통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관리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어플과 연계되는 홈네트워크시스템은 집 밖에서 가스와 난방, 거실조명도 제어가 가능해 편리함과 함께 에너지 절약까지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지하 1층∼지상 13층 13개 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모든 가구가 85㎡ 미만의 중소형으로 구성된다.

▲내포신도시 빌앤더스 = 현대아산의 ‘현대아산 빌앤더스’는 오피스텔의 높은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에너지 절감효과가 탁월한 다양한 시스템이 적용된다. 개별냉난방에 비해 관리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지역 냉난방시스템을 비롯해 로이 복층유리, 대기전력 차단 스위치, 일괄소등 스위치, 지하 주차장 및 공용부 LED 조명 등이 설치된다. 충남 내포신도시에서 분양한 빌앤더스는 지하 3층∼지상 7층, 528실(전용 전실 30㎡ 이하) 규모의 오피스텔로 최근 청약을 마쳤다. 청약접수 결과 총 528실 분양에 1585건이 접수,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에너지 절감 아파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홈’에 올인하고 있다. 그린홈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 가전 기술을 이용한 미래형 주택.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은 아파트 옥상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이중개폐창호, 빌트인가전 대기전력 차단 스위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시스템 등 그린홈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웰빙, 디자인, 친환경, 그린홈 등 주거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통해 그린홈 아파트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대우건설은 그린홈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상품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20년까지 일반 가구내에서 외부 에너지 사용량이 거의 없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Zero Energy House)’를 만들겠다는 최종 목표를 세우고 그린 프리미엄 주거상품을 개발 중이다. 그린 프리미엄은 태양광,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를 주거상품에 적극 도입해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고객들에게 유지관리비 절감을 통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푸르지오의 신개념 상품전략이다.

기술·노하우 활용
그린 시스템 개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난방비를 최대 40% 가량 줄일 수 있는 주택을 개발했다. LH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미래주택의 신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2010년 개관한 더그린관에서 에너지절약 성능실험 및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84㎡ 주택의 경우 난방에너지 소비량이 기준주택 대비 약 40% 절감된 4114(kW/년)의 난방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의 1년 난방에너지 소비량이 약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4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실험 주택은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기밀성과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창호로는 24mm 진공복층유리와 22mm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했다. 출입문은 고기밀·고단열 현관문을 설치했으며, 벽체에는 250mm 경질우레탄보드(PIR), 측벽에는 패널식벽면녹화 등을 설치했다. 내부의 열을 외부로 뺏기지 않고 외부의 직접적인 영향을 최소화해 난방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더샵’에 다양한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조력,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바탕으로 친환경 저에너지 아파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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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