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⑤ 전 마약중독자 4인의 충격고백

“유혹은 한순간, 고통은 한평생”


대한민국이 백색가루의 유혹에 빠졌다. 범죄자 등 특정인들이나 손을 대던 마약은 어느 순간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회지도층,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이들도 환각의 늪에서 허우적댈 정도다. 마약중독자도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정이다. 금단증상과 부작용이 두려워 악마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들은 오늘도 환각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에선 700호를 맞아 마약중독에 빠져 고통 받는 이들을 만나 마약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예전보다 구하기도 쉽고 종류도 늘어나 중독자 양산해
우연한 기회에 접했다가 금단증상에 시달려 다시 손대
마약 끊으려다 알콜 중독에 빠져 고통받기도…또 다른 중독 양산
마약성분 함유된 줄 모르고 먹은 약 중독되어 금단증상에 ‘몸부림’


3년여 전 직장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필로폰에 손을 댔다는 A(42)씨는 지금도 마약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고 난 뒤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해 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는 A씨.
그런 그에게 흰색 가루의 유혹이 찾아왔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동창은 A씨에게 “고통을 잊게 해줄 것이다”라는 달콤한 말과 함께 필로폰을 건넸다. 그리고 그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
A씨는 “처음 필로폰을 하고 난 뒤엔 죄책감에 시달려 다시는 마약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며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동창을 찾아갔고 또 한 번 마약을 하고 말았다. 그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A씨.

그는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이 가장 황홀한 순간으로 꼽는 것이 중독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마약을 할 때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 후 A씨는 약 6개월간 마약에 빠져 살았다. 그러는 동안 가족도, 친구도 떠나고 통장잔고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지만 마약을 하고 있을 당시의 쾌락과는 맞바꿀 수는 없었다고 한다.

“구름을 떠다니는 기분”
모든 것과 맞바꾼 환각

한 번 투약하는 마약량도 점차 늘었다. 처음에 느꼈던 황홀감을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이 필요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 가족의 가장으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던 A씨는 급격히 무너져갔다.
결국 그는 마약을 끊기로 다짐했다. 자식들까지 등을 돌리는 현실은 그를 강하게 채찍질했고 무서운 의지로 단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금단증상에 시달릴 때면 독한 술로 마약 생각을 눌렀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을 끊기 위해 택한 술이 그를 알콜중독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 마약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예전에 마시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했다. A씨는 “그야말로 술독에 빠져 살았다. 밥 대신 술로 몇날 며칠을 보낼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마약을 끊은 뒤 찾아온 또 한 가지 고통은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 약을 끊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직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결국 막노동일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길을 걸었던 A씨. 그마저도 술에 깨어있는 날만 가능했다.
세상의 시선도 차가웠다. 가족들마저도 마약을 끊었다는 A씨의 말을 쉽사리 믿어주지 않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었던 것.

그는 “마약으로 인해 모든 걸 한순간에 잃고 말았는데 잃어버린 것을 찾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날 위로해 준 건 술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1년을 술에 빠져 산 A씨는 어느 날 술을 마시다 쓰러졌고 결국 알콜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마약과 독한 술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A씨는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동창을 만났던 그날로 돌아가 단호히 약을 거절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며 “지금 마약의 유혹을 받고 있거나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절대 그 늪에 빠져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2년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마약을 접했다는 여대생 B(23)씨도 2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미국인 친구들과 레이브바에 간 B씨는 친구들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어학연수가 마약연수로
평생 치유할 고통으로 남아

부모님이 연수를 떠나기 전 ‘마약엔 손도 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터라 외국인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태어나 처음 느껴본 환각의 세계를 잊지 못한 B씨는 그 후에도 일주일에 2~3번씩은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약에서 깰 때면 어김없이 구토증상과 두통, 복통에 시달렸지만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슬금슬금 마약의 유혹이 다가왔다고 한다.

B씨가 약을 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살이 찔 것이 두려워서였다. 약을 복용한 후 몰라보게 살이 빠지자 다이어트의 원인이 엑스터시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약을 끊게 되면 예전의 몸무게로 되돌아갈 것이 두려워 더욱 약을 멀리하는 것이 꺼려졌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B씨는 “나뿐만 아니라 엑스터시를 하는 여자 친구들 대부분이 살이 찔까 봐 약을 끊지 못했다”고 전했다.
어학연수에서 돌아와 다시 부모님과 살면서도 엑스터시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학연수 시절 알게 된 친구들을 통해 엑스터시를 공수 받아 클럽 등지에서 복용을 하고 환각파티를 즐겼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B씨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고. 우연찮게 딸이 마약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마약중독치료센터 등을 다니며 딸의 재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었다. 약을 끊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완벽하게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단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지금도 한 번씩 약을 복용했을 때의 흥분감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껴 몸서리를 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약이 마약이었어?”
도처에 퍼져있는 마약들

5년 전 필로폰을 접한 뒤 중독에 빠졌다는 C(34)씨는 금단증상과 부작용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마약을 할 당시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지만 매일 마약 생각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금단증상이 찾아왔다고 한다. C씨는 “어느 날 방 안에 누워 있는데 몸 위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온몸을 긁었는데 그것이 금단증상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또 갑작스럽게 구토증상이 나타나고 현기증과 참을 수 없는 두통 등 각종 부작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두 팔이 마비가 된 듯이 저려오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등의 이상증세에도 시달렸다.
결국 C씨는 몸의 고통을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서서히 깊은 중독에 빠져들었다고. 마약을 하는 순간만큼은 금단증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또 다시 금단증상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마약을 하는 횟수도 점차 늘어만 갔다.

결국 마약복용 혐의로 감옥살이까지 하고난 뒤에야 마약을 멀리 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씨는 “금단증상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마약으로 인한 황홀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마약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보다 부럽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마약의 유혹에 빠져든 이들은 약을 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 비해 마약을 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데다 마약의 종류도 크게 늘어난 현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마약중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성분이 함유된 약품에 중독된 D(31)씨의 사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힘들다는 D씨. 그런 D씨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하얀 알약 한 알이었다.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던 D씨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 두려워 신경안정제를 먹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따라 사람들 앞에 서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고.
그날 이후 D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나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자신감이 생기는 동시에 수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편두통도 사라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약을 먹지 않으면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식은땀까지 났다는 것. 혹시나 해서 약을 먹으니 그런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D씨는 그 약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항우울제로만 알았던 그 약은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이었다. D씨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다 마약장이가 될 뻔했다”며 “약의 성분을 일일이 알기 힘든 일반인들은 얼마든지 마약성분 약에 중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약과 마약류 의약품에 빠진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들이 얼마나 쉽게 마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쾌락과 황홀감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마약을 했지만 지금은 살을 빼기 위해서라거나 성관계 시 쾌감을 얻기 위해,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 등 평범한 목적을 위해 마약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다”며 “단 한 번의 마약경험이 평생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혹시 마약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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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