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에티켓 전도사’ 이미선의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②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품격 있는 에티켓을 가르치는 이미선 코리아매너스쿨 원장은 기본 에티켓을 제반으로 한 고객만족서비스교육을 실시해 경제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가 타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지침서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를 펴냈다. 이 원장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생얼’보다 더욱 보여선 안 되는 얼굴이 있다
겸손과 자신감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솔직

위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있어 시각적인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밝고 미소 띤 표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배우 안성기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평상시에 많이 웃는 이미지가 굳어져 그를 보고 있으면 상대방도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이다.

자기 제시=처세

그렇다면 밝은 표정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의 얼굴은 약 80개의 근육으로 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 개가 표정에 관여한다고 한다. 바로 이 20여 개의 근육을 활용하면 된다. 일단 거울 앞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붙여놓고 매일 아침 연습해보자.

- 양 입꼬리에 검지를 대고 약 15초 동안 끌어올린다.
- 치아를 드러내며 ‘위스키’ 등을 소리 내어 발음해본다.
- 입과 함께 눈을 초승달처럼 만들며 얼굴 전체로 웃는 연습을 한다.

간단한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매일 연습하며 ‘나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첫 만남부터 호감을 주는 사람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은 자신의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는 말이 있다. 얼굴 또한 신체의 일부이니 내 것인 게 당연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내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매 순간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오히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내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는 뜻.
그러므로 얼굴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들여다보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늘 깨끗하게 닦아놓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창문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먼지가 잔뜩 끼어 있고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는 창문은 보기 흉하다. 깨끗한 창문은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들어가 보고 싶지만, 보기만 해도 지저분한 창문은 왠지 꺼림칙해서 열어보고 싶지가 않다.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밝고 미소 띤 얼굴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자꾸 만나고 싶게 한다. 하지만 늘 칙칙하고 피곤해 보이는 사람과 만나면 왠지 나한테까지 그 우울한 기분이 옮겨지는 것 같아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가 않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피곤한 자신 또한 누군가를 만나기보다는 가능하면 빨리 집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침잠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만 움직일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하곤 한다. 유난히 바이오리듬도 좋지 않고 기분이 엉망인 날, 중요한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것도 일주일 전에 내 쪽에서 정해놓은 약속이라면?

정말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약속을 깨자니 큰 실례를 범하는 것 같고, 약속을 지키자니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럴 때 내 경험상으로는 전자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몸 상태가 엉망인 상태로 약속 장소에 나가면 그 만남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피곤에 지치고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계약이라든가 여러 명이 참석해 시간을 미루기 어려운 공적인 약속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중한 전화로 용납될 수 있는 경우라면 다음으로 약속을 연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행동학의 주요 원칙 가운데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가 있다. 자기 제시란 그 장소와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모습과 의견 등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당신이 피곤하다고 해서 피로를 있는 그대로 얼굴에 드러낸다면 그것은 직선적인 ‘자기 개방(Self-Disclosure)’이 된다. 따라서 ‘자기 제시’의 단계까지 수준을 올리려면 피곤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약속을 미루고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 제시’는 행동 처세의 철칙이다. 다른 사람에게 ‘생얼’보다 더욱 보여선 안 될 얼굴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즉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라는 고사성어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숨을 곳이 없기 때문에 물고기가 그곳으로 가기를 꺼린다는 뜻이다. 흔히 이 고사성어는 사람이 너무 고지식하거나 지나치게 똑똑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피하기 때문에 벗을 사귀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실제로도 너무 빈틈이 없고 똑똑한 사람한테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좀 털털하고 약점이 엿보이는 사람한테서는 친밀감이 생기고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껴진다. 사람을 끄는 인간적인 느낌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솔직함’일 것이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자신의 단점을 노출시키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한두 가지 단점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솔직한 사람은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점은 무엇인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놓는다. 그러면 상대방도 그의 솔직한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단점이나 실수 등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단점이나 실패담 등을 털어놓음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 개방의 심리 메커니즘’이라 한다. 이 ‘자기 개방의 메커니즘’을 기업에서는 마케팅 전략으로 쓰기도 한다. 모 회사는 ‘지금은 2등이다. 그러나?’라는 광고로 자신의 업계 내 위치를 고백해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자동차 회사들이 자존심이나 브랜드의 상처를 무릅쓰고 한 해 수십만 대씩 리콜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기 개방’을 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에 기반을 두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성의를 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어색함과 우스꽝스러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자기 개방’과 ‘자기 제시’를 구별하고 있다.

자기 개방=고백

전자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자신의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내보이는 것, 이른바 ‘고백’이다. 이에 비해 후자는 관계에서 이익이 될 만한 자신의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표현 방법 중에서 더 강한 인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자기 개방’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겠다.
<다음호에 계속>

이미선 원장은?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일본 JAL SERVICE ACADEMY 수료
-대한항공 선임 여승무원
-대한항공 사장 의전담당
-대한항공 교육원 서비스아카데미 초대 전임강사
-2002 한일월드컵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 교육위원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초빙교수
-코리아매너스쿨 원장, (주)비즈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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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