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프 본격적인 우승 불꽃 점화

‘지존’ 부재 속 차세대 지존은 “바로 나”

2009 한국 남녀프로대회가 지난달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했다. 4월2일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시즌 개막전을 연 남자대회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서막을 연 후 올해 4월8일 열린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서 실질적인 개막전을 가진 여자대회까지 본격적인 ‘2009 시즌’의 개막 팡파르가 울렸다. 4월 한 달간 남녀 각각 2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5월 들어 남자대회 3개, 여자대회 4개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우승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PGA…‘신-구 대결구도’ 중심 우승 향방 ‘안개 속’
KLPGA…‘지존’ 부재로 우승경쟁 ‘점입가경’ 가시화
해외진출 러시로 스타급 ‘젊은 피들’ 대거 해외로
KLPGA 서희경  한발 앞서며 ‘지존’경쟁 가속화

지난해 한국 남자프로무대는 ‘절대강자’를 허용치 않은 가운데 ‘완전한 세대교체’를 확인이라도 하듯 20대 ‘젊은 피’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한 해였다.

힘과 패기가 넘쳐나는
KPGA 눈에 띄네!

1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자는 14명이 배출됐고 이중 20대 선수로는 개막전 우승자인 배상문(23)과 김형성(29),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 허인회(22), 강경술(22), 김위중(29), 김대섭(28) 등 7명이었다. 이들 7명이 가져간 우승컵만 해도 9개로 배상문과 김형성이 각각 2승을 올려 20대가 절반 가까운 9승을 합작했다.

30대에선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이 선전을 펼치며 2승을 거둔 가운데 최호성(36), 김형태(32· 테일러메이드) 등과 함께 4승을 거뒀다. 40대에선 관록의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이 유일했고 해외파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2승, 외국인 선수가 3승을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지난해에는 ‘젊은 피’들 간의 우승경쟁이 대회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며 경험과 관록이 아닌 힘과 패기의 충돌로 시즌 내내 시원한 장타대결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젊은 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해 국내대회의 활력이 조금 수그러질 듯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의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김형성은 올해 일본투어에 진출했고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에 머문 강성훈(23·신한은행)도 일본무대를 노크한다.

이외에도 허인회와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국가대표 출신 김비오(20) 등도 올해 주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정해놓고 있다.
아시안 투어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아시안 투어 Q스쿨에서 시드를 획득한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자인 김대현(21·하이트)과 기대주 손준업(22) 등도 국내대회와 아시안 투어를 오갈 것으로 보여 국내대회에만 전념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듯 20대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해외투어로 눈을 돌리는 등 국내대회에 제한적으로 출전할 경우 국내대회의 열기 또한 예전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힘과 패기, 기술력까지 갖춘 젊은 선수들의 부재는 국내투어의 질적인 면에서도 자칫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 2년 동안 ‘젊은 피’들이 투어 전체를 주도한 것과는 달리 30~40대 경험과 관록을 두루 갖춘 노장들이 가세한 ‘신-구 대결 구도’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던 강경남(26·삼화저축은행)과 배상문이 20대 대표기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고 강욱순, 김형태 등이 30~40대의 기수로 나서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승 신고를 한 것도 경험과 관록의 베테랑들의 몫이었다. 무명의 이태규(36·슈페리어)가 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승을 이뤄내며 늦깎이 골퍼로서 ‘제2의 황인춘’을 꿈꾸고 있고 1990년대 한국골프계를 이끌었던 강욱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사냥에 성공해 완벽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20대 vs 30·40대 간
신-구 대결 박빙승부!

강욱순은 올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와 3위를 오가며 세계최고기량의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종일 타수를 잃어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앞으로 전개될 국내투어에서 최강자로서 급부상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2006년 상금왕에 올랐던 강경남도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랭킹 6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해는 상금왕 탈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강경남은 “지난해에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대회에 나서는 마음도 너무 풀어졌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해 한 번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강욱순과 함께 공동 15위에 오른 강경남은 한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선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날 퍼팅 난조로 우승권에서 멀어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강욱순과 강경남 외에도 힘과 패기로 무장한 20대와 경험과 관록의 30~40대 간의 대결구도는 올시즌 내내 이어질 듯 보인다. 여기에 무명의 반란도 예상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전망이다.
4월 한 달 동안 2개 대회를 치른 남자대회는 상금랭킹 상위권에 30~40대가 대거 포진해 힘보다 정교함을 갖춘 관록파들이 먼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여름 휴식기인 7~8월을 빼고 총 6개월의 장기 레이스에서 노장들의 체력안배가 올해 신-구 대결구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듯 보인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젊은 선수들의 경우 해외투어에 나서더라도 국내투어에 비중을 크게 두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 해외투어에서의 경기 감각을 국내무대에서 살려낸다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LPGA 신지애 독주 속
서희경 차기 지존 떠올라

남자대회와 달리 여자대회에선 지난 3년 동안 신지애(21·미래에셋)라는 ‘절대 지존’으로 인해 상금왕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여자프로무대에서 신지애를 제외하고 2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예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존 신지애를 이어 가장 완벽한 2인자로서 서희경(23·하이트)이 등장하며 올시즌 신지애의 지존 자리를 물려받을 가장 완벽한 차기 지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시즌 통상 11승(한국 7승, 미국 3승, 일본 1승)을 거두며 국내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세계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던 신지애와 달리 서희경은 국내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한발 한 발 ‘차기 지존’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전반기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대회인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단독 4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간의 휴식을 마친 후 가진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인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일궈내며 파란을 예고했다.

특히 서희경은 이 대회에서 ‘지존’ 신지애와 미국 US오픈 우승자 박인비(21·SK텔레콤) 등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승을 차지해 든든한 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세를 탄 서희경은 내리 2개 대회를 석권.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10월에 열린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와 시즌 종반, 국내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인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한 주 후에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4개월간 무려 6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누적상금액에서도 6억731만2239원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사상 신지애 이후 두 번째로 6억원 이상 총상금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려 차기 지존 ‘0순위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09 시즌 개막전으로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서희경은 국내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해 새로운 ‘지존’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까지 3개 대회를 치른 여자대회는 서희경이 1승 포함, 3개 대회만으로 누적상금액 9300여 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지난해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국가대표 동기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최혜용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희경의 대항마는 단순히 최혜용뿐이 아니다. ‘절대강자’ 안선주(22· 하이마트)를 포함해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1·엘로드), 김보경(24·스릭슨) 등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어 우승의 향방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년 신예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고, 데뷔 1, 2년차들의 약진도 경계대상 1호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자대회는 시즌 총 19개 대회가 열려 남자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 국내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방지기’ 토종 스타들이 즐비해 그 벽을 뚫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면 매주 대회가 열려 그 승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회를 십분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과연 신지애가 빠진 국내 여자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포스트 신지애’가 되어 대회를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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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