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프 본격적인 우승 불꽃 점화

‘지존’ 부재 속 차세대 지존은 “바로 나”

2009 한국 남녀프로대회가 지난달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했다. 4월2일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시즌 개막전을 연 남자대회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서막을 연 후 올해 4월8일 열린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서 실질적인 개막전을 가진 여자대회까지 본격적인 ‘2009 시즌’의 개막 팡파르가 울렸다. 4월 한 달간 남녀 각각 2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5월 들어 남자대회 3개, 여자대회 4개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우승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PGA…‘신-구 대결구도’ 중심 우승 향방 ‘안개 속’
KLPGA…‘지존’ 부재로 우승경쟁 ‘점입가경’ 가시화
해외진출 러시로 스타급 ‘젊은 피들’ 대거 해외로
KLPGA 서희경  한발 앞서며 ‘지존’경쟁 가속화

지난해 한국 남자프로무대는 ‘절대강자’를 허용치 않은 가운데 ‘완전한 세대교체’를 확인이라도 하듯 20대 ‘젊은 피’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한 해였다.

힘과 패기가 넘쳐나는
KPGA 눈에 띄네!

1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자는 14명이 배출됐고 이중 20대 선수로는 개막전 우승자인 배상문(23)과 김형성(29),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 허인회(22), 강경술(22), 김위중(29), 김대섭(28) 등 7명이었다. 이들 7명이 가져간 우승컵만 해도 9개로 배상문과 김형성이 각각 2승을 올려 20대가 절반 가까운 9승을 합작했다.

30대에선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이 선전을 펼치며 2승을 거둔 가운데 최호성(36), 김형태(32· 테일러메이드) 등과 함께 4승을 거뒀다. 40대에선 관록의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이 유일했고 해외파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2승, 외국인 선수가 3승을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지난해에는 ‘젊은 피’들 간의 우승경쟁이 대회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며 경험과 관록이 아닌 힘과 패기의 충돌로 시즌 내내 시원한 장타대결도 덤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젊은 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해 국내대회의 활력이 조금 수그러질 듯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의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김형성은 올해 일본투어에 진출했고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에 머문 강성훈(23·신한은행)도 일본무대를 노크한다.

이외에도 허인회와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국가대표 출신 김비오(20) 등도 올해 주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정해놓고 있다.
아시안 투어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아시안 투어 Q스쿨에서 시드를 획득한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자인 김대현(21·하이트)과 기대주 손준업(22) 등도 국내대회와 아시안 투어를 오갈 것으로 보여 국내대회에만 전념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듯 20대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해외투어로 눈을 돌리는 등 국내대회에 제한적으로 출전할 경우 국내대회의 열기 또한 예전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힘과 패기, 기술력까지 갖춘 젊은 선수들의 부재는 국내투어의 질적인 면에서도 자칫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 2년 동안 ‘젊은 피’들이 투어 전체를 주도한 것과는 달리 30~40대 경험과 관록을 두루 갖춘 노장들이 가세한 ‘신-구 대결 구도’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던 강경남(26·삼화저축은행)과 배상문이 20대 대표기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고 강욱순, 김형태 등이 30~40대의 기수로 나서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승 신고를 한 것도 경험과 관록의 베테랑들의 몫이었다. 무명의 이태규(36·슈페리어)가 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승을 이뤄내며 늦깎이 골퍼로서 ‘제2의 황인춘’을 꿈꾸고 있고 1990년대 한국골프계를 이끌었던 강욱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사냥에 성공해 완벽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20대 vs 30·40대 간
신-구 대결 박빙승부!

강욱순은 올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와 3위를 오가며 세계최고기량의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종일 타수를 잃어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앞으로 전개될 국내투어에서 최강자로서 급부상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2006년 상금왕에 올랐던 강경남도 지난해 우승 없이 상금랭킹 6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해는 상금왕 탈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강경남은 “지난해에는 연습도 게을리 하고 대회에 나서는 마음도 너무 풀어졌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지난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해 한 번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강욱순과 함께 공동 15위에 오른 강경남은 한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선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날 퍼팅 난조로 우승권에서 멀어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강욱순과 강경남 외에도 힘과 패기로 무장한 20대와 경험과 관록의 30~40대 간의 대결구도는 올시즌 내내 이어질 듯 보인다. 여기에 무명의 반란도 예상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전망이다.
4월 한 달 동안 2개 대회를 치른 남자대회는 상금랭킹 상위권에 30~40대가 대거 포진해 힘보다 정교함을 갖춘 관록파들이 먼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여름 휴식기인 7~8월을 빼고 총 6개월의 장기 레이스에서 노장들의 체력안배가 올해 신-구 대결구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듯 보인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젊은 선수들의 경우 해외투어에 나서더라도 국내투어에 비중을 크게 두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 해외투어에서의 경기 감각을 국내무대에서 살려낸다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LPGA 신지애 독주 속
서희경 차기 지존 떠올라

남자대회와 달리 여자대회에선 지난 3년 동안 신지애(21·미래에셋)라는 ‘절대 지존’으로 인해 상금왕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여자프로무대에서 신지애를 제외하고 2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예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존 신지애를 이어 가장 완벽한 2인자로서 서희경(23·하이트)이 등장하며 올시즌 신지애의 지존 자리를 물려받을 가장 완벽한 차기 지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시즌 통상 11승(한국 7승, 미국 3승, 일본 1승)을 거두며 국내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세계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던 신지애와 달리 서희경은 국내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한발 한 발 ‘차기 지존’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전반기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대회인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단독 4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간의 휴식을 마친 후 가진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인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일궈내며 파란을 예고했다.

특히 서희경은 이 대회에서 ‘지존’ 신지애와 미국 US오픈 우승자 박인비(21·SK텔레콤) 등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승을 차지해 든든한 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세를 탄 서희경은 내리 2개 대회를 석권.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10월에 열린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와 시즌 종반, 국내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LET)인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한 주 후에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4개월간 무려 6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누적상금액에서도 6억731만2239원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사상 신지애 이후 두 번째로 6억원 이상 총상금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려 차기 지존 ‘0순위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09 시즌 개막전으로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서희경은 국내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해 새로운 ‘지존’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까지 3개 대회를 치른 여자대회는 서희경이 1승 포함, 3개 대회만으로 누적상금액 9300여 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지난해 무서운 집중력과 뒷심으로 국가대표 동기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최혜용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희경의 대항마는 단순히 최혜용뿐이 아니다. ‘절대강자’ 안선주(22· 하이마트)를 포함해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1·엘로드), 김보경(24·스릭슨) 등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있어 우승의 향방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년 신예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고, 데뷔 1, 2년차들의 약진도 경계대상 1호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자대회는 시즌 총 19개 대회가 열려 남자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 국내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방지기’ 토종 스타들이 즐비해 그 벽을 뚫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면 매주 대회가 열려 그 승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회를 십분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과연 신지애가 빠진 국내 여자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포스트 신지애’가 되어 대회를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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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