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2)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방법 없어 부득이한 타협을 시도하다
약점 보이면 제의를 거절하지 못한다

나는 더 이상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채무자의 윗옷은 풀어헤쳐져 있었고, 신발은 벗겨져 주변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바지랑 무릎은 찢어져 구멍이 난 채로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고, 양손바닥도 미끄러지면서 생긴 상처로 피가 흘러나왔다. 졸지에 당한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나도 그도 그저 멍하기만 했다.

3대 1의 활극

나는 다시 도망 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씩씩거리며 앉아있는 나 사장의 허리띠를 붙잡았다. 그러나 나 사장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둘 다 자신의 몸을 추스르는 게 우선이었기에 가쁜 숨이 안정될 때까지 잠시 그대로 더 있어야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더욱 몰려들었고, 하나같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호프집에서 나 사장과 내가 쫓고 쫓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부인은 우리를 뒤따라오다가 파김치가 되어 앉아있는 나 사장을 발견하곤 기겁을 하며 달려왔다.
부인은 나 사장을 일으켜 세우며 나에게 욕설을 하면서 나 사장을 잡고 있는 내손을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이손 놔요! 이손 놔!”하며 내 팔을 비틀고 내손을 잡아뗐다.
그러는 차에 웬 30대 여인이 어디선가 나타나 무작정 나에게 달려들었다.
“당신은 누군데 그래요?”
“누군 누구예요. 언니예요.”


나는 나 사장과 부인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나 사장 부인의 언니까지 가세했으니 더욱 힘들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나 사장은 아직도 넘어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그런지 합세하지 않고 두 여인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만 보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지체하다간 어떤 경우를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여인의 구출작전을 뿌리치면서 나 사장을 회사로 데리고 가기 위해 다시 왔던 대로변으로 데리고 갔다.

나 사장을 대로변까지 데리고 가는 동안 나 사장 부인과 그의 언니 역시 내가 어떠한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처음의 격한 감정과 달리 적극적인 행동은 삼갔다. 아마 나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차들이 쉴 새 없이 왕래하는 대로변까지 나와 내가 택시를 잡고자 하는 순간부터는 두 여인의 저항은 거세졌다. 오로지 어디론가 붙잡아가는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처럼 보였다.

이제는 조금 전과 달리 나 사장 역시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는 어차피 붙들려 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판사판으로 내 멱살을 붙잡고 늘어졌다. 부인은 부인대로 내 팔을 붙잡고 매달렸고, 언니는 언니대로 내 팔을 붙잡고 비틀었다. 많은 행인과 차량들이 통행하는 대로변에서 3대 1의 활극이 벌어진 것이었다.
모든 것이 내가 불리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뒤엉킨 네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옷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넥타이는 풀려 늘어지고, 여성들은 머리가 흐트러져서 미친 여자가 무색하고….

미치광이 같은 모습들이니 택시가 세워줄리 만무했다. 오히려 4명의 남녀가 대로변에서 벌이는 결투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다가 달려가는 거였다. 아무리 뛰고 나는 자라 해도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세 사람을 상대로 실랑이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달리 방법이 없어 부득이 타협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말했다.
“좋아요! 좋습니다. 우리 서로 말로 합시다. 저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테니까,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봅시다. 그러면 놓아줄 테니 한번 속 깊은 대화라도 하고 끝냅시다.”

내 말에 상황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들도 나 사장의 약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내 제의에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먼저 채무자가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의 부인 역시 매달리던 손을 놓고 한걸음 물러나 여차하면 다시 달려들 기세로 내 행동을 지켜보았다. 나는 조금 전과 같이 도망갈 것을 염려해 허리춤 대신 왼쪽 팔을 잡고 50여m 떨어진 그 호프집으로 다시 걸어갔다. 나는 그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나 사장을 향해 말했다.
“아니 그래, 서로 얘기만 하면 될 텐데 도망가서 어쩌자는 거요? 이게 서로 무슨 꼴입니까?” 
“경찰에 잡혀가는 줄 알고….”

내말에 나 사장이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답했다. 우리는 다시 그 호프집에 들어갔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는 낮시간이므로 맥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없어 한적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발견하곤 반갑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멋쩍게 웃었다.
“조금 전 음료수값을 받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아주머니가 음료수를 준비하러간 사이에 앉아있던 나 사장이 피가 흐르는 손바닥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그는 수도를 틀어 손과 얼굴, 옷에 묻은 흙과 핏자국을 씻어내고 돌아왔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자 부인이 애처로운 눈길로 나 사장의 손과 무릎에 난 상처를 살펴보며 내게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이만하길 다행이지, 만약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많이 다치기라도 했으면 책임져야 해요.”

아찔한 순간


나 사장 부인의 언니라고 밝힌 여자까지 항의를 했다.
“오해 하지 마세요. 제가 넘어뜨린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가 넘어뜨린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나 사장에게 진실을 밝히라는 듯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 사장 역시 나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이렇다할 말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내 말을 뒷받침했다.  
그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도망가는 나 사장을 앞뒤 가리지 않고 쫓아갔지만, 만약 내가 다리라도 걷어차 큰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큰일 날 뻔 했구나’ 하고 내심 아찔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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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