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개막> 9개 구단 유망주 '헤쳐모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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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루키들의 살벌한 주전경쟁

[일요시사=경제1팀] 프로야구의 개막. 겨우내 기다리던 프로야구가 정상의 깃발을 향한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올 시즌은 신생 NC다이노스의 참가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수들은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분주해졌다. 특히 신인들이 시범경기부터 눈에 띄는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9개 구단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신인들을 꼽아봤다.



한화 이글스-'고졸 신인포수' 한승택

독수리 군단의 새 사령탑 김응룡 한화이글스 감독은 경기 흐름을 리드하는 포수 자리에 고졸 신인 한승택을 '콕' 찝었다. 김 감독은 한승택에 대해 "체격은 작아도 포수로서 갖출 건 다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승택은 한화의 '포수 부재'를 해결할 새로운 희망이다.

한승택은 덕수고 시절부터 유명한 포수였다.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타고난 수비실력에 시범경기에서 '발야구' 부활을 꿈꾸는 두산 선수들의 도루를 두 차례나 저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타격도 10타수 3안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다. 경험 부족이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한승택은 아무래도 타자 분석이나, 경기 운영 능력 등이 취약하다. 하지만 성장속도가 빠르다. 청소년대표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나다. 시범경기에 꾸준히 선발 마스크를 쓰며 경험도 쌓았다.

선수 자신도 군더더기 없고 인상적인 송구능력을 선보이면서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가 갖춰야할 강한 어깨, 블로킹, 투수리드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한승택이 고졸 신인으로 주전 마스크를 쓴다면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 된다. 역대 최초의 고졸 루키 주전 포수의 탄생이 기대된다.

LG 트윈스-'신인왕 노리는' 강승호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나왔다. 고졸 신인 강승호가 LG의 역전승을 이끈 것. 이날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강승호는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이라는 맹타를 휘둘렀다.

북일고를 졸업한 강승호는 LG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야심차게 지명한 기대주다. 고교 시절부터 뽐내온 타격실력이 LG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강승호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인 유격수-3루수 라인을 오지환-정성훈이라는 선배들이 탄탄하게 지키고 있지만 뛰어난 타격실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에 수비 실력을 조금만 보완한다면 올 시즌 대타 혹은 대수비 요원으로의 선택을 예상케 한다.

미디어데이서 강승호는 "신인왕은 생각하지 않고 올해는 신인다운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며 "넥센의 강정호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공격과 수비가 다 잘되는 그런 유격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 와이번스-'마운드 다크호스' 여건욱

SK 와이번스의 우완투수 여건욱은 사실 '중고신인'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1 시즌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감투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팀에 합류했다.

SK는 현재 지난해 팀의 승리를 이끈 정우람은 군대로, 마무리 박희수는 부상으로 마운드 전체가 비상이다. 여기에 여건욱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여건욱은 그간 SK의 두터운 투수진에 밀려 좀처럼 1군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입단 첫해 단 2경기 출전이 1군 무대 전부다. 팀은 '위기'지만 개인으로서는 '기회'인 셈이다.

이미 여건욱은 직구 평균 구속을 140km 이상으로 올리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세 가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상태다.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최고 구속은 146km,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여건욱이 SK 마운드의 다크호스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언젠간 부른다" 연습 또 연습
시범경기부터 눈에 띄는 활약

넥센 히어로즈-'차세대 잠수함' 한현희

넥센 히어로즈에 '잠수함의 전설' 이강철 코치는 요즘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핵잠수함' 김병현과 '신형잠수함' 한현희 때문이다. 지난해 경남고를 졸업하고 전체 2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2년차 신인, 한현희가 넥센 불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무기로 갖춘 한현희는 시범경기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줬다.

'소포모어징크스'도 없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은 2년 차 징크스라 불리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는다. 그런데 한현희는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1년차 때 경험한 2군행이 두둑한 배짱과 '싸움닭' 기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조력자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한현희는 중고등학교때까지 사이드암 투수코치를 만난 적이 없다. 이 코치는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 기록과 잠수함 투수로 152승을 달성한 대투수 출신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이 코치의 지도로 단점이었던 하체도 보완했다. 제구력만 정확하게 잡는다면 올 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리틀 류현진' 노성호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9구단 NC 다이노스에 '리틀 류현진'이라고 불리는 노성호가 새로운 '괴물'로 떠오르고 있다. 2012 드래프트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기대주 노성호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다.

올해에는 넥센의 5선발로 출전한다. 노성호가 리틀 류현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투구폼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류현진, 손민한,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의 투구폼을 따라하면서 자신만의 투구폼을 고민했다. 그중 류현진의 폼을 따라 던진 공이 가장 묵직했고 그때부터 그 폼을 자신만의 폼으로 담아냈다.

최대 강점은 다양한 레퍼토리다.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각종 구종을 가졌고 182cm, 89kg의 당당한 체구도로 타자를 주눅들게 한다.

김경문 NC 감독은 노성호를 5선발로 확정했다. 김 감독은 "노성호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며 "이재학, 노성호 두 선수가 외국인 선수들의 뒤를 받쳐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아 타이거즈-'새끼호랑이' 고영우

'호랑이 군단'에 '새끼호랑이'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성균관대 출신 내야수 고영우다. 183cm에 80kg으로 신체조건이 뛰어난 고영우는 특급 내야수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게다가 발이 빠르고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대학 3, 4학년 시절 49경기에 출전해 156타수 47안타 20도루를 기록했다. 실책은 단 8개 뿐이었다. 2010년 대학야구선수권에서는 타격상을, 2011 대학야구 하계리그에서는 도루상을 수상할 만큼 정교함과 스피드가 최대 강점이다.

선동렬 기아 감독은 고영우에 대해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다"고 말했다. 고영우는 시범경기에서 과감한 스윙으로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고, LG 특급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범호, 최희섭, 안치홍, 김선빈으로 이어지는 기아의 내야수 라인에 든든한 백업 요원 1명이 탄생한 것이다. 기아는 시범경기에서 1위를 달성했다. 고영우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 기아의 초반 기세를 시즌 1위로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군 노리는 새내기들의 패기 
"선배님들 계속 긴장하세요"

롯데 자이언츠-'확실한 눈도장' 조홍석

먼 길을 돌아왔다. 조홍석은 '삼수생'이자 '악바리'로 통한다. 고교 3학년 시절 황금사자기 광주일고전에서 무릎 뼈가 골절된 상태로 19회 연장을 다 뛰었다. 경기는 이겼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구단이 그를 외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1년에 가까운 재활을 거쳐 대학에 돌아온 그는 2학년부터 필드에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시 지명을 받는데 실패했고 조홍석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원광대에 편입해 야구를 계속했다. 이런 그를 롯데 자이언츠가 주목,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을 받게 됐다.

구단에 확실한 눈도장도 찍었다. 지난 2월18일 조홍석은 일본 가고시마 캠프를 떠나 중도 귀국했다.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을 보였기 때문인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정밀 검진에서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은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체격이 왜소해 파워가 떨어지지만 외야수로서 최대 강점인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 빠른 발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홍석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지난 92년 염종석 현 1군 불펜코치 이후 20년 동안 신인왕이 없었던 롯데에서 조홍석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제2 류중일' 정현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정현은 팀 내 신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다. 181cm, 84kg의 다부진 체격의 정현은 강한 어깨와 안정된 수비력, 정확한 송구력을 자랑한다. 특히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이런 그가 현역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야구대통령' 류중일 삼성 감독의 훈련을 받았다. 정현에게서 류 감독의 보습이 투영되는 이유다. 류 감독은 "정현은 타고난 내야수"라며 "삼성을 이끌 미래의 내야진 에이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류 감독을 넘겠다는 각오다. "1군 진입이 목표"라는 각오를 밝힌 정현은 "주루와 수비가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감독님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코치진이 정현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김용국 수비코치는 정현에 대해 "27∼28세 선수와 같은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SK 타격코치 시절 최정을 직접 가르친 김성래 수석코치는 "정현은 최정의 신인 때 모습과 비슷하다. 2∼3년 후 크게 될 선수"라고 했다. 하나를 가르치면 그 이상을 보완해 온다는 설명이다. 주루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1군 백업 활용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뚝심의 열정맨' 김인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 베어스의 지난 일본 전지훈련에서 '김인태'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47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한 신인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북일고를 졸업한 김인태는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96타수 39안타 3홈런 25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5툴 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쳤다. 고교 2학년 시절에는 투수를 겸업하며 145km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2013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1군 선배들을 긴장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인태의 포지션 외야수는 여느 구단 보다 두산이 특히 경쟁이 심하다. 이종욱, 김현수, 임재철, 민병허, 정수빈, 박건우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인태에게는 신인의 패기와 열정이 있다. 훈련기간 휴식일에도 개인훈련에 나섰고 하루 1000번씩 배트를 휘두르며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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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