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한국인 골퍼들

세계 골프계 흥행‘우리가 이끈다’


한국남녀프로대회가 개막전과 함께 본격적인 ‘2009 시즌 투어 일정’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국내보다 먼저 투어를 시작한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골퍼들이 연일 우승사냥에 성공하며 세계 최강의 무대에서 한국인 골퍼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한국인 선수들 활약으로 투어 인기 급상승
미국과 유럽서 연일 우승 사냥에 성공하며 맹위 떨쳐
LPGA투어 상금랭킹 20위권 내 절반인 10명 한국인 선수
대니 리·신지애·양용은·미셸 위 등 세계적 스타 자리매김


올 시즌 한국인 골퍼로 가장 먼저 우승사냥에 성공한 것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러피언투어에 참가한 대니 리(한국명 이진명·19)다.
대니 리는 지난 2월22일 호주 퍼스의 바인스리조트 & CC(파72, 7101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어니 엘스, 앤서니 김, 카밀로 비예가스 등 세계 강호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당당히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니 리의 우승은 단순한 우승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가 아닌 기록적인 면에서 세계 골프무대에서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을 세계 골프 사에 남긴 것이다. 만18세 273일 만에 우승을 차지한 대니 리는 유러피언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이었고 아마추어로는 사상 두 번째 우승기록이다.
최연소 우승과 관련해서 대니 리는 이미 지난해 타이거 우즈가 기록한 세계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인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지난해 만18세 1개월의 나이로 종전 타이거 우즈의 만18세 7개월보다 6개월을 앞당겨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대니 리의 최연소 유럽무대 정상탈환에 이어 세계 최강의 무대인 미국 LPGA와 PGA투어에서 토종 한국골퍼들의 연이은 우승낭보가 국내에 전해졌다. 몇 시간 차이로 남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바로 신지애(21·미래에셋)와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
먼저 우승컵을 치켜든 것은 신지애였다. 신지애는 지난 3월8일(한국시간) 싱가포르 타나메라 골프장(파72, 654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라운드에서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 담으며 대역전 우승에 성공해 국내에서의 ‘지존’의 명성을 세계 최강의 무대에서도 이어갔다.

올해 정식으로 LPGA 멤버가 된 신지애는 시즌 개막전인 SBS 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골프지존’답게 시즌 3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해 남은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여자대회에서 신지애가 가장 먼저 한국인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면 남자대회에선 양용은이 미국 PGA투어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양용은은 신지애가 우승한 다음날이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리조트&스파 챔피언스 코스(파70, 7158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인 혼다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차분히 2타를 줄이며 1타차 박빙의 리드를 지켜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인으로는 최경주(39·나이키)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부진으로 올해 Q스쿨을 통해 어렵게 투어에 합류한 양용은은 추후 2년 동안 투어카드를 확보함과 동시에 상금랭킹도 종전 115위에서 9위권(108만7771달러)으로 수직상승해 가을에 열리는 페텍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의 탄생을 기대케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골퍼들의 선전에 힘입어 세계 골프계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뉴질랜드 골프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대니 리는 자국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들의 러브 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US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일궈낸 직후 IMG 등에서 4000만 달러 초특급 계약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국·유럽 무대
동시 석권

아마추어 신분으로 최연소 유러피언투어 챔프에 등극한 현재 그의 몸값은 그 이상으로 평가돼 조만간 최연소 스포츠 재벌의 탄생도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 PGA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LPGA투어의 경우 지난해보다 대회수가 줄어들 정도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의 은퇴는 스폰서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LPGA측은 한국 골퍼들의 선전에 힘입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보인다.

그중 한국인이지만 미국과 한국 국적으로 올해 LPGA투어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20)와 신지애의 대결구도가 좋은 예다. 여제의 은퇴로 흥행에 고민 중이던 LPGA측에서 새로운 흥행카드로 꺼내든 것이 둘의 신인왕 경쟁인 것이다.
한때 어린 나이임에도 180cm에 이르는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에서 뿜어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로 세계 골프계의 유명인사로 떠오른 미셸 위는 스타성에 비해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Q스쿨을 통해 당당히 투어에 데뷔한 미셸 위와 지난해 비회원으로는 최초로 3승을 거둔 신지애가 같은 한국인이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로 인해 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LPGA측은 올해 LPGA투어에 정식 데뷔하는 ‘미셸 위 띄우기’에 먼저 열을 올렸다. LPGA는 외신 등을 통해 “미셸 위의 데뷔로 2009년은 골프역사상 가장 뜨겁고, 흥분되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ESPN은 “미셸 위가 LPGA투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가를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해 냈다”며 “메이저 대회도 아니고 소렌스탐이 출전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150명 이상의 팬들을 몰고 다닌 선수는 미셸 위뿐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PGA투어 데뷔 후
첫 승 신고한 양용은

개막전에서 우승문턱까지 갔다 준우승에 머문 미셸 위와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지애의 활약에 LPGA측은 확실한 흥행카드를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적으로 이 둘의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다. 한국인인 이 둘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전체 투어 흥행과도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둘 외에도 현재 상금랭킹 20위권 내에 절반인 10명이 한국인 선수다. 그중 순수 한국 국적의 선수만 8명이어서 세계 최강의 여자프로대회인 LPGA투어를 한국선수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듯싶다.

아시아권에서 투어 강국으로 자리 잡은 일본도 한국인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이지희(31·진로제팬)가 시즌 내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며 한국인 최초 일본프로대회 상금왕 타이틀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마지막 대회에서 안타깝게 역전을 허용해 2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한국보다 골프역사가 오래된 일본 골프계는 처음으로 한국인에게 상금왕 타이틀을 내어줄 뻔했다.

“미셸 위를 
띄워라”

지난해 이지희 외에도 전미정(27·진로제팬·상금랭킹 6위)과 신현주(29·다이와·상금랭킹 11위) 등이 맹활약을 펼쳤고, 신지애 역시 일본대회에 참가해 2승을 거둔 바 있다. 일본 남자대회에선 허석호(36·요이치골프)가 지난 2004년과 2005년 상금랭킹 4위를 기록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인 골퍼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 대상을 거머쥔 김형성(29·삼화저축은행)과 기대주 강성훈(22·신한은행), 허인회(22), 한국의 차세대 유망주 국가대표 출신의 김비오(19) 등이 대거 진출해 일본투어 점령을 선언했다.
골프대회로는 세계 최고의 무대로 인정받으며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무대에서 한국인 골퍼의 위상은 이제 없어선 안 될, 흥행과도 직결되는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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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