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6)

멀리하고 싶은 불행은 가까이 있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보증선 아들의 효심 덕에 복직되다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는 게 사업

그날 이후 시위여성은 강모 관리자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억지를 쓰며 맞고소를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근무했던 지점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직원들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맞대응 차원에서 고소당한 직원들이 무고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쌍방고소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기간 중에도 시위여인은 하루 이틀 건너 시위를 했다. 시위를 할 때마다 112 신고를 하여 경찰관이 출동하면 도망가 며칠 보이지 않기를 반복하며 자연히 술래잡기를 하는 현상이 되었다.

술래잡기 공방전

그렇게 지루한 술래잡기로 공방을 하는 동안 우리 측 관리자와 회사직원들은 모두 검찰로부터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무혐의 처분결정 통보를 받았고, 때를 맞추었는지 시위여인은 뜸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무혐의 처분결정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시위 여성에 대한 무고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내게 물어왔다.
나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그들을 이해시켰다.

“우리가 그 시위여성을 상대로 고소한 것은 그분을 해하고자 함이 아니라 회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며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공격적 행위를 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시위를 하지 않는다면, 굳이 무고니 뭐니 따질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그 시위여성이 요구하는 것은 복직을 하겠다는 의도 외에 달리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 시위자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고소까지 가게 된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죠.”

후일 직원들이 말하기를 시위여성은 벌금 처분이 결정 나자 조사한 경찰관과 담당검사에게도 ‘편파 수사’를 운운하며 고소하겠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 시위사건이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하고 대응 팀을 해체하고 난 후 얼마의 기간이 흘렀다. 여러 가지 밀린 업무를 결재하고 있는데, 백 부장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오며 내게 인사를 시켰다.
“이사님, 이분 아시죠?”
“어, 지난번에 본 시위자의 아드님이 아닌가?”


“안녕하세요? 이사님!”
그가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아, 그래 어쩐 일입니까?”
“어머니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어머니는 좀 어때요?”
“말도 마세요. 집에 돈도 없는데 벌금이 몇 번이고 나오니 죽을 지경이지요. 마시지 못하는 소주를 사갖고 와서는 울고불고 난립니다.”

그가 말을 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작심한 듯 말했다.
“이사님! 정말 염치없습니다만 어머니를 구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렇게 세상 모든 사람을 원망하며 한탄하는데 잘못하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지 걱정입니다. 자식으로서 두고 볼 수만 없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어느 지점이라도 좋으니 원을 풀어주시면 어떨지요?”

그가 애원하며 간청하고 있었다. 자식의 입장에서야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충분히 그 입장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매사에 전후 사정이 있는 겁니다. 만약에 다시 일을 하다가 또 다른 사고라도 난다면 회사 입장이 난처해집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도 이번일로 자신이 막말을 하고 윗사람 말을 듣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며 반성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책임지고 보증을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만 지난 번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제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어머니가 지난번 활동하던 지점만 고집한다는 겁니다. 그곳은 절대로 갈수가 없는 겁니다. 물론 인근지점에도 갈수가 없고요.”
“아 괜찮습니다. 수도권으로 보내주십시오. 어머니도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어느 곳이나 무방하다고 합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한번 고려해 봅시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감사합니다.”

본질서 벗어나다

“아니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영업 측과 상의를 해야 하고 나보다 윗분께 결재도 맡아야 합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인사를 받지 않으려고 사양을 했다.
“일단 돌아가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주시고 회사와 지점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일러주십시오. 아참, 기왕에 왔으니 여기 백 부장님께 어머니를 보증한다는 각서를 작성해주고 가십시오. 아드님의 보증서를 가지고 영업과 윗분께 상의를 드린 후 결정 여부를 통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사님 부탁드립니다.”

그가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각서를 작성하기 위해 백 부장을 따라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그가 요즘 보기 드문 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 시위 여성은 아들의 보증 속에 경기도 모 지점에서 다시 판매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다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장담할 수 가 없다. 다만 아들의 보증을 믿는 도리밖에. 그래도 이번 시위 사건이 더 크게 번지지 않고 해결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행복은 가까이 하고, 불행은 멀리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한마음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또한 본의 아니게 부도를 내어 상대방 거래처에 많은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게의 사람들은 부도를 내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면 진솔하게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하며, 수습하기보다는 일단 골치아파하며 회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본질에서 멀어지고자 한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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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