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89)신안그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2.22 19: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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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놀이에 푹 빠진 '골프 재벌'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골프장 명가'로 유명한 신안그룹은 2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등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5년 설립된 그린씨앤에프대부는 사명 그대로 여신금융업을 하는 대부업체다. 매출채권 양수·관리, 대금회수 및 신용조사업무가 주된 영업. 처음 신안팩토링이란 회사였다가 2000년 그린씨앤에프로, 2011년 다시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현 상호로 변경했다.

돈 꿔주고 이자수익

눈에 띄는 점은 직원(상시종업원)이 고작 5명뿐이란 사실이다. 최근 10년간 10명 넘은 적이 없다. 이 회사의 연매출이 1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발생 매출액(생산성)이 무려 20억원이 넘는 셈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직원 1인당 매출이 2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실적이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10억원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그린씨앤에프대부의 '미친 생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내부거래 때문이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자생력이 약하다. 계열사들에 매출을 크게 의존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거의 모든 매출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2011년 매출 135억원 가운데 132억원(98%)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신안(49억원)과 코지하우스(24억원), 인스빌(20억원), 신안레져(11억원), 신안관광(10억원), 신안관광개발(10억원), 네오어드바이져(7억원) 등이다. 일반대출이자, 어음채권이자 등 모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수익이다. 이중엔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자녀 박훈(5900만원)·박상훈(4800만원)씨 등과의 거래도 매출로 잡혔다. 장남 훈씨는 신안그룹 총괄 부사장, 차남 상훈씨는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로 재직 중이다. 형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휴스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매출 165억원 중 149억원(90%)에 달하는 금액을 ㈜신안(67억원), 코지하우스(26억원) 신안관광개발(16억원), 인스빌(12억원), 신안관광(11억원), 신안레져(8억원), 네오어드바이져(6억원) 등 계열사들에서 채웠다. 박훈(1억1800만원)·박상훈(500만원)씨 등 오너일가도 '고객'이었다. 그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린씨앤에프대부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96%(총매출 23억원-내부거래 22억원) ▲2001년 95%(37억원-35억원) ▲2002년 80%(20억원-16억원) ▲2003년 38%(97억원-37억원) ▲2004년 60%(124억원-75억원) ▲2005년 85%(173억원-147억원) ▲2006년 83%(262억원-218억원) ▲2007년 79%(290억원-229억원) ▲2008년 79%(307억원-242억원) ▲2009년 83%(265억원-221억원)로 나타났다.

직원 5명서 130억…알고보니 계열사 매출 
90% 이상 의존 "박순석 회장이 최대주주"    

그린씨앤에프대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설립 이후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다 2006년부터 흑자로 완전 전환,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1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의 경우 2000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2372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3억원이던 총자본은 667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신안그룹 금융계열인 신안캐피탈도 내부거래율이 높다. 그린씨앤에프대부와 대표이사(신영천)가 같은 신안캐피탈은 1995년 설립된 신용대출, 담보대출, 어음할인 등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업체로 소프트웨어 자문업도 한다. 처음 신안주택할부금융에서 200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이 회사 역시 직원이 2∼3명뿐이다. 그런데도 연매출은 20억원대다. 이 해답도 내부거래에 있다.

신안캐피탈은 2005∼2007년 거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다가 2008년 29억원을 올렸다. 이중 27억원(93%)이 계열사 매출이다. 이후엔 매출 전액이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2009∼2011년 각각 27억원씩 매출을 올렸는데, ㈜신안과 신안상호저축은행, 신안관광개발 등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의존도 100%로 조사됐다. 거래 명목은 이자수익이었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박 회장이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41%를 갖고 있는 ㈜신안. ㈜신안은 박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라 그린씨앤에프대부 지분 88%가 그의 수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안캐피탈도 박 회장 지분(61%)과 ㈜신안 지분(39%)을 합치면 사실상 '회장님'의 개인회사다.


꾸준히 몸집 키워

전남 신안 출신인 박 회장은 13세 때 무일푼으로 상경해 신안그룹을 일군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980년 세운 신안종합건설을 모태로 인수합병(M&A)을 통해 건설·레저·철강·금융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골프장을 잇달아 건설하거나 인수하면서 '골프재벌'로 급부상했다.

신안그룹은 현재 리베라CC(36홀·경기도 화성), 신안CC(27홀·경기 안성), 그린힐CC(18홀·경기 광주), 에버리스CC(27홀·제주), 웰리힐리CC(36홀·강원 횡성) 등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적잖은 구설에 오르내렸다. '이용호 게이트'와 '윤창열 게이트'사건에 이름이 거론돼 진땀을 흘리는가 하면 내기골프를 한 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그린씨앤에프·신안캐피탈 기부는?

받을 땐 '왕창' 나눌 땐 '찔끔'

신안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린씨앤에프대부는 2011년 8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135억원)의 0.6%에 해당하는 금액. 2009년(265억원)과 2010년(165억원)엔 각각 5000만원씩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 대비 0.2∼0.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신안캐피탈은 2011년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기부금이 '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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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