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정권'서 부활 노리는 노병들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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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줄 알았는데…'그네줄' 잡고 기사회생

[일요시사=경제1팀] 기사회생. 옛 거물들이 돌아왔다. 정치권에서 한물갔다고 여겨지던 '노병'들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박넝쿨'을 단단히 잡고서다. 그들은 과연 재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대선은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면서 거물급 인사 영입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각 캠프는 적이든 아군이든 선거에 도움만 된다면 끌어들였다. 붙는 쪽도 득실 계산이 분명했다. 기사회생의 기회로 여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내걸고 충청·호남권 맹주들을 끌어안았다. 그의 주변엔 '보수대연합'이란 명분으로 옛 거물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박줄'을 단단히 잡은 대표적인 '노병'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다. 대법관과 총리 등을 지내고 1996년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 전 총재는 15·16대 대선에서 각각 1.6%p, 2.3%p 차이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석패한 이후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 새누리당을 떠나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정동영에 이어 3위에 그치면서 더욱 변두리로 내몰렸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한몫하면서 또 다시 '대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먼저 박 당선인 측에서 이 전 총재 영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이 전 총재를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번번이 박 당선인에게 외면·불신을 당해온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과거 서운한 감정을 모두 풀었다는 후문이다.


지지선언과 함께 5년 만에 새누리당에 복당한 이 전 총재는 "제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킴으로써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에 앞서 새누리당으로 둥지를 옮긴 '올드보이'는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다. 1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철새'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제3의 대선후보를 내겠다'는 당초 계획을 접고 새누리당과 합당했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그는 "백의종군을 하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과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도 한때 유력 대권주자였지만 매번 '차세대 주자'로만 남았다. 탈당·입당·복당을 반복해 기회를 날렸다. 24년 정치인생동안 무려 12번이나 당적을 바꿨다. 13·14·16·17·18대에 이어 지난 4·11 총선에서 6선에 성공, '불사조' '피닉제'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이번엔 꼭 날개를 달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회창·이인제와 함께 충청권 맹주로 꼽히는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완구 전 충남지사도 이번 대선을 디딤돌 삼아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심 전 대표와 이 전 지사 역시 박 당선인을 지지했다. 심 전 대표는 지난 4·11 총선에서 당의 참패를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 전 지사는 2009년 세종시 수정추진에 반발해 도지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회창·이인제·심대평·이완구 충청권서 맹활약
한광옥·김경재·한화갑 동교동 3인방 호남표 견인

정치권 관계자는 "박 당선인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보수층 결집이었다"며 "그중에서도 박 당선인을 지지한 충청권 정치인들이 탄탄한 지역 지지세를 바탕으로 충청권 표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양측 간 거물급 인사 영입전의 하이라이트는 옛 민주화 동지인 동교동계 '3인방'의 이적이다. 주인공은 한광옥·한화갑·김경재. 이들은 김 전 대통령(DJ)의 핵심 측근들인 만큼 박 당선인 지지는 파장이 컸다.

동교동계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박 캠프에 합류한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국민대통합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란 게 새누리당의 설명. 국민대통합위원회는 5·16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박 당선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한 전 고문은 DJ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측근 중 측근이다. 그래서 박 당선인이 많은 공을 들였다. 박 당선인은 한 전 고문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만나 간곡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때 막후 역할을 한 한 전 고문은 DJ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다. 2003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산 이후 정치권 전면에서 물러났다. 4·11 총선 때 옛 지역구였던 서울 관악갑에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하자 탈당했다.

한 전 고문과 함께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합위원회 기획특보를 맡았다. 영입 배경은 한 전 고문과 같다.

김 전 위원은 DJ 참모였다. 평민당 시절 DJ 보좌역과 1992·1997·2002년 대선 당시 홍보본부장을 맡아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2003년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았고,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이 역풍을 맞아 2004년 총선에서 낙선, 이후 정계복귀를 하지 못했다.

말하는 스타일 등이 김 전 대통령과 닮아 '리틀 DJ'로 불린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변심은 야권에 큰 충격을 줬다. 친구인 김옥두 전 의원이 '나의 동지이자 친구인 화갑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란 제목의 공개편지를 통해 안타까운 심경을 보이기도 했다.

차기서 역할 가능성

동교동계를 이끌며 민주당 1인자였던 한 전 대표는 친노 세력에 '팽'당하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 완전히 갈라섰다. 그는 "문재인이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통합당은 필패다. 자기들 몫만 챙기려 하는 것이 친노 세력의 한계"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박정희 정권 시절 탄압의 대상이었던 호남권 유력인사들의 지지는 박 당선인에게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70대를 넘은 동교동계 3인방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대선이 마지막 정치적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박 당선인이 대탕평 인사를 약속한 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문 지지'외부 세력은?>


재기 노리다 '낙동강 오리알'

박근혜 당선인 쪽과 달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외부 세력들은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됐다.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상도동계 핵심 인사로 박 당선인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맡아 손발을 맞췄던 김 전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탄생에 기여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재기 의지를 보이며 문 후보를 지지했다. 문 후보의 패배로 김 전 원내대표의 승부수는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정운찬 전 총리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도 문 후보를 지지했다가 부활의 꿈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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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