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문재인 선거비용 전격비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4 11: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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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합해 1천억원 "다 어디에 썼나?"

[일요시사=정치팀] '아껴야 잘 산다'는 만고불변의 명제는 최소한 선거판에서는 틀린 말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양 캠프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썼다. 대선이 초접전으로 치러지면서 양측 모두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선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양 캠프가 사용한 선거비용을 모두 합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선거비용 지출에 문제점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달 반값선거운동을 제안했을 때 양 캠프는 모두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선거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하니 양 캠프 모두 이번 대선에서 사상최대의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상최대 선거비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양 캠프는 이번 대선기간 동안 선거사무소와 연락소를 330개씩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채운 것이다. 선거사무소와 연락소에 등록할 수 있는 선거사무원도 법적 한도를 거의 채웠다. 선거사무소 및 연락소마다 한 대씩 운영할 수 있는 유세차도 법적 한도를 채워 300대 가량 운영했다.

선거비용의 40% 정도를 차지하며 최다 지출 항목인 TV·라디오·신문 광고 및 TV·라디오 연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거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이처럼 양측 모두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전문가들은 양 캠프가 이번 대선에서 사용한 선거비용을 모두 합할 경우 1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거비용은 선거가 끝난 후 40일 이내에 선관위에 신고하면 된다.


소비자 물가변동률, 인구비 등을 감안해 책정된 이번 대선의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은 559억7700만원이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341억8000만원, 2007년 17대 대선의 경우 465억9300만원이었다.

16대의 경우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226억320만원, 266억5100만원을 집행, 한도액의 66.1%, 78%를 썼으며, 지난 17대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한도액의 80.2%, 86.5%인 373억9400만원, 399억7900만원을 집행한 바 있다. 이 비용들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됐다.

한 정당 관계자는 "상대 후보는 유세차량을 10대 돌리는데 우리 후보는 5대 밖에 안 돌린다면 아무래도 손해가 아니냐"며 "선거비용을 아낀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가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선거비용 제한액 내에서 최대한 물량공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이번 선거비용은 사실상 '남의 돈'이었다는 점이다. 15%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는 제도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양 후보는 '쓰는 게 남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여러 제품의 통상가격을 조사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수량을 제한해 선거비용 지출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감시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 지난 10월 선거비용을 부풀려 착복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는)군소후보 사무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이면지를 쓰는데 (선거비용 보전이 확실한) 유력후보 사무실은 온갖 사무용품이 박스째 쌓여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어차피 전액보전 된다는 점에서 캠프 내에서도 굳이 선거비를 아껴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값선거 공감한다더니…선거비용 사상최대
"어차피 내 돈 아닌데..." 도덕적 해이 심각


한편 지난 17대 당시 선관위의 선거비용 보전 내역을 기준으로 지출 항목별로는 광고 및 TV 관련 비용이 약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건비 24% ▲차량 등 유세관련 비용 21% 등의 순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선 역시 광고 및 TV 관련 비용이 선거비용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 한 전문가는 "토론회에 출연하는 것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될 수 있는 가장 좋은 홍보방법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양 후보가 단 세 차례만 토론에서 맞붙어 역대최소기록을 갈아치웠다"며 "토론회를 제쳐두고 비싼 후보자 광고를 남발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선거비용 지출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선거비용이 국민들의 삶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곳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책공약개발비 등은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정치전문가는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시대에 유세차량이 몇 대 더 줄어든다고 해서 국민들이 알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세차량의 대수는 양 후보 간의 '승패'의 문제이지 국민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양 캠프가 정말 선거비용을 줄일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다"며 "물론 한 쪽이 일방적으로 선거비용을 줄이는 것은 손해겠지만 양측이 합의하에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동시에 줄이기로 한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있었음에도 서로 경쟁하기에 바빴다. 양 캠프 모두 혈세를 아껴 국민들을 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당 선거의 유권자수에 따라 수십, 수백억원의 선거비용을 쓰며 당선되고도 임기 중에 다른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중도에 사퇴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며 "현행 선거법으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져도 전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 올해의 경우 선거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좀 더 효율적인 선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효율적인 선거 시급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너무 선거비용을 줄이다보면 선거의 왜소화로 인한 권위의 상실, 국민들의 알 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미디어와 통신의 발달로 이를 보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선거가 국민들의 혈세로 치러지는 만큼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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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