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통령과 골프

대통령, 골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지가 선정한 역대 대통령 골프 순위에서 7위에 오른 빌 클린턴. 그의 무기는 ‘빌리건’으로 알려졌다. 빌리건은 빌 클린턴이 ‘멀리건(티샷을 미스 했을 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뜻의 골프 은어)’을 워낙 남발하면서 붙은 ‘클린턴 전용 멀리건’의 애칭. OB만 나면 빌리건을 쓰니 타수가 줄지 않을 리 없다. 다이제스트 평가를 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만하다. ‘빌리건 덕에 늘 편하게 90대 스코어를 깰 수 있었음.’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골프가 화제에 오르면서 대통령들의 특별한 골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골프를 한 인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꼽힌다. 전전 대통령의 알려진 공인 핸디캡은 12~14 수준.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핸디가 낮은 실력파로 꼽힌다. 지금도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용평 리조트를 방문해 버치힐 코스와 용평 골프 코스 두 군데를 7일씩 예약해 놓고 라운드를 즐길 정도.
그가 만들어낸 특별한 골프는 ‘대통령 골프’다. 대통령 골프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골프. 현역 시절에는 아예 앞뒤 홀을 하나씩 비워두게 해서 이런 말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는 ‘대통령 스키’ ‘대통령 등산’ 등으로 차용돼 쓰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장타다. 야드가 아닌 미터로 230 이상을 너끈히 날린다는 것. 골프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1983년 청남대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전 전 대통령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소리없이 골프’다. 그만큼 조용히 즐겼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았고 그 덕에 부인 김옥숙 여사도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했는데 그래서 골프 횟수는 3개월에 한 번 꼴 정도였다고. 핸디캡은 18~20 수준인데 워낙 조용히 골프를 즐긴 탓에 아직 본 사람(?)이 없다.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웠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골프 마니아로 통한다. 당시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m, 폭 10m 되는 간이 연습장을 직접 만들고서 골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유행어 역시 많다. 첫째는 ‘어깨 걸어 총’식 이동법. 박 전 대통령은 군 출신답게 골프채를 총을 메듯 어깨에 걸친 채 볼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이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원 퍼팅 OK’라는 유행어 역시 박 전 대통령 때 나왔다.
그는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는데 그래서 ‘원 퍼팅 OK’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뒷말도 무성했는데 국가 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퍼팅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1퍼팅 OK를 고려하더라도 핸디캡 20 정도.
골프를 하다 보면 인간 됨됨이나 성격이 나온다고 한다. 지난 1월20일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0대 초중반을 치는 실력으로는 진짜 ‘보통 골퍼’다. 하지만 그의 골프 스타일에는 흑인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된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농구광’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하게 된 동기는 초라(?)하다. 농구를 하다 툭하면 손가락 골절에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고 심지어 눈까지 멍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내 미셸 여사는 1997년 조심스럽게 골프를 권했다. “왜 좀 더 위험하지 않은 ‘골프 같은’ 운동을 하지 않죠?”
골프 입문 초반 오바마 대통령은 늘 100타를 깨지 못했다. 공도 원하는 대로 날아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 라운드를 한 지인들이 말한 바로는 그는 결코 신념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는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인 테리 링크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그 작고 하얀 공에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었다”라며 “삶에 대한 태도도 골프를 할 때와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한미 대통령… 흥미진진한 ‘그들만의 라운드’
‘빌리건’ ‘원 퍼트 OK’ ‘대통령골프’ 등 용어 독특’

핸디캡 16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임기가 끝나고서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그의 인생철학이 드러난 셈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마빈 니콜은 “세인트 앤드루스, 페블비치, 베스페이지 블랙 등 유명하고 도전적인 코스에서 라운드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주말골퍼들은 더블파(일명 양파) 이상 적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절대 줄여 적지 않는다. 단 1타도 틀리게 적는 법이 없다는 게 주변의 증언.
스코어카드에 11타를 모두 적은 일화는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 마빈 니콜슨은 “언젠가 파4 홀에서 11타를 쳤을 때 스코어카드에도 8이 아닌 11을 그대로 적더라”며 그의 ‘대쪽같은’ 골프 스타일을 밝히기도 했다.
‘멀리건(티샷 잘못으로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은 사용한 적이 없고 벙커샷을 한 뒤 모래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골프채로 파인 디봇도 다시 메워 놓는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그의 스윙 자세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문은 공을 친 후에도 팔을 곧게 뻗은 채로 유지하는 오바마의 팔로우스루에 후한 점수를 주며 ‘일단 정책을 추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인척 중 한 명인 이안 매너가 밝힌 오바마 골프 뒷이야기다. “내가 친 공이 나무숲으로 향할 때는 어김없이 그 공은 나무 밑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친 공은 나무숲을 향해 가더라도 뭔가를 맞고 50야드나 튕겨 나와 페어웨이로 나가곤 했다.”
당시 매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툭’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골프에서처럼 정치에서도 운이 좋다면 언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그 농담 덕인지 아니면 골프의 행운이 정말 정치에도 이어졌는지 그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국골프용품 ‘미국 대박’ 수천만 달러 계약 성사
‘빅3’에 국산 샤프트 수출, LPGA 독점라이선스도

‘2009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에서 한국 골프용품업체들이 수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 제품이 거의 없는 골프용품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 집중적으로 공략한 덕이다.
국산 샤프트 회사인 MFS(대표 전재홍)의 미국법인 매트릭스 사는 이번 용품 쇼 기간에 총 3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개발한 국산 샤프트 ‘오직(OZIC)’이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에 장착될 예정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출시하는 드라이버 40만 개에 ‘오직’ 샤프트를 쓰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의 일부 제품에도 ‘오직’ 샤프트가 장착된다.
전재홍 대표는 “‘오직’은 샤프트 내부를 원형이 아닌, 육각 형태로 제작해 백 스핀양을 줄이고 비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면서 “올해 세계 샤프트시장에서 점유율이 5위 정도로 상승해 아딜라 후지쿠라 등 1,2위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산 ‘GPS 거리 측정기’인 ‘골프버디’도 2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용품 쇼에 처음 출품해 100만 달러어치를 판 ‘골프버디’는 지난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배의 신장세를 보이는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용품 유통회사인 ‘스포츠인사이드(www.thesportinside.com)’는 앞으로 10년간 미국 일본 유럽 한국에서 골프의류, 장갑 등의 용품에 LPGA투어 로고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미국 LPGA투어와 맺기도 했다. 앞으로 관련 회사들이 제품에 LPGA 로고를 붙이려면 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회사 신창연 사장은 “계약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LPGA투어가 선수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를 메워주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의 올 클럽 트렌드는, 헤드의 경우 ‘복고’ 클럽은 ‘튜닝’으로 요약되고 있다. ‘클럽헤드의 모양은 과거로 돌아가고, 골퍼가 직접 수정하는 튜닝 클럽이나 맞춤클럽이 대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 1월29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2009 PGA 머천다이즈쇼’에 출품된 올해 골프클럽의 경향이었다.
골프클럽업계에선 지난 2~3년간 크게 유행했던 혁신적인 모양과 화려한 디자인이 사라지고 있다. 사각형, 삼각형, 오각형 등 다양한 헤드 모양은 자취를 감췄고 대부분 예전의 반달형 헤드로 회귀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 튀는 색으로 헤드를 감싸던 클럽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파격적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대신 대부분의 클럽메이커들은 헤드와 샤프트, 그립을 골퍼들의 특성과 취향에 맞춰서 조립해주는 ‘맞춤클럽’을 대거 선보였다. 퍼터도 골퍼의 취향대로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예스퍼터의 경우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 접합 위치를 4곳이나 바꿀 수 있는 ‘프로토타입 퍼터’를 출품했다.
PGA 머천다이즈쇼는 골프용품 시장의 최근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 용품 쇼는 참가업체가 지난해보다 300여 개 줄어든 1100개에 그치는 등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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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