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 최문순 의원 <민주당 비례대표>

“재보선서 박희태 대표와 맞붙겠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어느 지역에서든 맞붙을 각오가 되어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됐던 언론관계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지난 10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MBC 노조위원장·사장 출신으로서의 식견과 정치적 포부를 시원스럽게 털어놨다. 또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조목조목 이어졌다. 최 의원을 만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인 최문순 의원은 “디지털 전환법, 저작권법 내에 포함되어 있는 독소조항을 빼는 데 합의했다. 디지털 전환법의 경우 2012년까지 TV를 디지털로 전부 전환하지 못할 경우 ‘방송사를 허가 취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저작권법은 다음 아고라에서 저작 위반에 3차례 걸리면 아고라 게시판을 폐쇄한다는 조항을 빼고 합의했다”며 “이런 법을 여당이 강제로 통과시켰다면 말 그대로 ‘언론 장악’이 됐을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한 최 의원은 언론관계법 해결에 남다른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언론관계법 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것에 대해 여당이 비관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언론관계법이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 등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IPTV법, 신문법, 방송법 등에 포함된 독소조항을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MBC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사장까지 역임했다.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 주변사람들이 노조위원장을 지낸 만큼 민주노동당에 가야 되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정치구도를 보면 민주당이 민주적 가치를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중요한 사항이다. 민주당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의 정치구도가 강한 보수, 약한 보수, 작은 진보세력으로 축소된다. 이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민주당을 생각했다. 또 노조운동을 했던 만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의 연대를 이뤄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10%대인데.
▲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잃어버린 10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대선·총선에서 잃어버린 10년 프레임으로 인해 민주당은 대패했다. 국민들은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서 용서를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충분히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작업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 중 ‘다음 아고라 게시판 폐쇄’ 독소조항 뺐다” 
“박근혜 프레임 극복·대안 야당으로 성장하는 게 관건”


- 386인사들에 의해 민주당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느냐는 결국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이 대안 야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1야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언론관계법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모든 공을 다 가져갔다. 지금 단계에서는 민주당 전체 프레임, 박근혜 프레임, 작게는 386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박근혜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내 ‘대항마’가 필요할 텐데.
▲ 조금씩 이를 극복해 나갈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정치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내용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흐름을 잘 읽고 변곡점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한번 해볼 만하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내용을 채워가는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의 삶을 직접 개선시킬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호소할 필요가 있다.

- 직접적인 이름을 거명하자면.
▲ 정치 여건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신진세력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표주자로는 정동영 전 장관, 정세균 대표가 있다. 아직 미약하기는 하다. 이외에 재선·3선 그룹에서 새로운 인물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 본인이 선택할 일이다. 정치라는 것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를 돌파하면 된다. 본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반대하지만 당을 위해서 출마해 당내 경쟁을 촉발시키는 측면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 박희태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얼마든지 맞붙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 언론관계법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직접 받기를 원한다. 자신 있게 밀어붙이고 홍보를 한 만큼 출마를 못할 이유가 없다. 박 대표가 출마를 한다면 나도 출마하겠다.

- 박 대표 출마가 오리무중이다. 10월 출마설도 나온다. 이때도 맞붙겠는가.
▲ 정치적으로 초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때까지 언론 문제가 이슈화된다면 언제든지 맞붙을 각오가 되어 있다. 어차피 정치라는 것은 승부를 내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비장한 각오를 지녀야 된다고 생각한다.

-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아우어뉴스>를 창간했는데.
▲ 역대 정권자가 언론을 창간하는 경우는 말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글을 기고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청와대 출신 인사가 언론을 만든다는 점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인터넷 매체를 잘 키워주고 육성해 줄 필요가 있다.

-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풀어야 된다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100원을 주면 소비를 하지만 부자들은 금고에 잠긴다는 이유에서다. 즉 서민들이 소비를 하면, 이는 생산으로 연결되어 경제가 살아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상위층을 위한 경제정책만 내놓고 있어 불안하다. 더욱이 북한 변수까지 겹쳐 더 위험하다.

- 남북관계가 여전히 단절돼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정부 교체에 관심이 없고, 남한 정부를 보고 교류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이것만 지켜준다면 남북관계는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 의원이 바라는 정치상은.
▲ 우리 민족은 공동체 정신이 강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화면서 오히려 과잉 경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경쟁을 하더라도 하나로 단합하고, 협심하고,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래야만 경쟁력도 생기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신바람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최문순 의원이 추진하고 싶은 법안 들춰보기
최문순 의원은 언론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이 과거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사에 몸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론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향후 추진하려는 법안도 언론과 직·간접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는 “MBC와 KBS 등 영상 산업은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문자 산업이 굉장히 어렵다. 프레스 펀드를 만들어 국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립성 훼손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지원을 하지 않고 가칭 신문위원회를 둬서 직접 분배하는 기구를 만들 생각이다”라며 “그래야 국가가 직접 관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문순 의원 프로필
▲ MBC 대표이사 사장
▲제13대 한국방송협회 회장
▲제14대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18대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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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