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시름하는 해외유학생<자화상>

고환율에 시름하는 해외유학생<자화상>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직접 체감하는 이들 중 한 부류는 바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이다. 널뛰듯 치솟는 환율과 물가로 인해 이들은 어느 때보다 유학생활이 팍팍하기만 하다. 날마다 오르는 환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귀국하는 이들도 부지기수. 특히 외국으로 아내와 자녀를 보내고 홀로 돈을 벌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싸게 환전을 받으려는 발걸음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학업을 중단하지 않은 유학생들의 삶도 고단하기만 하다. 일부 유학생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유흥업소를 전전하기도 해 고환율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2년 전 미국 동부로 유학을 간 이모(25)씨는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돈 때문이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돈 걱정 없이 해외 유학까지 온 그에게 지금의 불황은 누구보다 뼈아프게 다가왔다.
먼저 마음 편히 공부만 했던 봄날은 더 이상 이씨에겐 없다. 유학생활 내내 학비와 생활비를 부모님에게 의지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기우뚱거리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레스토랑 웨이터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

눈뜨기 무섭게 환율 체크
여의치 않으면 귀국행

그러나 미친 듯이 치솟는 환율과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다. 여기에 1년 등록금까지 1000만원 이상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씨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까지 하고 있다.

치솟는 환율로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생활고 극심
‘살인 물가’에 등록금까지 올라 학업 포기하고 귀국하기도
일부 유학생들, 노래방 도우미 등 유흥업소 발 들이기도
기러기 아빠들 고충 갈수록 늘어… 환율변동에 일희일비


이씨는 “외환위기가 뭔지도 모를 만큼 경제적으로 편하게 살아왔는데 해외에서 느끼는 지금의 불황은 너무나 혹독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처럼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는 유학생은 적지 않다. 특히 달러화를 사용하는 나라로 건너간 유학생들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막을 향해 치닫는 환율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 폭등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돼 1600원대에 가까워 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900원대일 당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는 한 유학생은 “매일 매일 오르는 환율 때문에 아침에 눈뜨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학비나 생활비를 송금할 때마다 금붙이 등 집안에 있는 귀중품들을 처분한다는 부모님 말을 들으면 눈물만 난다”고 토로했다.
집안에 처분할 귀중품이 있는 가정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집에서는 유학 간 자녀에게 송금하는 돈의 규모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월별 송금액으로 알 수 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개인 월별 송금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갈수록 유학생활이 팍팍해지면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미뤄놓고 귀국행을 택하거나 심각하게 귀국을 고려하는 유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정모(23·여)씨도 이 같은 케이스다.
어떻게든 대학교 졸업만은 하고 돌아오고 싶었지만 불황의 골은 너무나 깊었다. 끼니까지 줄여가며 허리띠를 조여맸지만 한 달 1500달러에 이르는 월세와 부쩍 오른 등록금을 내기가 빠듯해 잠시 학업을 미루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 그러나 돌아온 고국도 떠나기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정씨는 “파리만 날리는 부모님의 식당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미국유학을 고집하려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며 “경기침체의 늪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세계적 불황을 피부로 느끼는 유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유학생들은 유흥업소 등에 발을 들여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성(性)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유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불황이 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유학생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UCLA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고환율을 견디는 유학생들의 현주소에 대한 글을 올려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 유학생은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고환율의 수렁에 빠진 여자 유학생들’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실태를 알렸다.

그중 한 가지는 방값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외국남성과 동거를 택한 유학생들이 존재한다는 것. 당장 머물 집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유학생들이 비싼 방값에 드는 돈을 아끼기 위해 선택하는 한 가지 방편인 셈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미국 내에 친척 등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가장 큰 압박 중 하나는 집세라고 한다. 작은 방 하나를 빌리는 데 드는 돈도 한 달에 1200~1600달러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는 유학생이 감당하기엔 벅찬 것이 당연한 것.
때문에 자신이 아는 여자 후배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일본인 남학생과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부모님에게 알리지 못하고 비밀동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집세 때문이라고.

고수익 유혹에 유흥업소행
방세 아끼려 동거까지?

또 글쓴이가 짚은 것은 몇몇 여자 유학생들이 집값 등을 벌기 위해 코리아타운에 있는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가거나 일본인 술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와이에 있는 한 가라오케가 한글을 써서 만든 구인광고 전단지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 전단지에는 숙소제공은 물론 항공료까지 제공한다는 달콤한 조건이 제시되어 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인 여성의 난자를 매매하고 싶다는 광고까지 나돌아 지금의 불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고환율로 인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술집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신세를 망치거나 약물중독 등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망가진 여성들이 많았다는 얘기들을 한국인 교민들로부터 전해 듣곤 했는데 또 다시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며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러기 아빠도 고충 늘어
외로움보다 무서운 환율

이 같은 글에 네티즌들은 여성 유학생만 매도한다는 의견과 유학사회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펼쳤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불황으로 인해 유학생들의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유학생만큼이나 힘든 사람은 한국에 남아 아내와 자녀에게 돈을 부쳐주는 기러기 아빠들이다. 큰 폭으로 뛰는 환율로 허리가 휘면서 외로움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는 기러기 아빠들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환율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다. 일별 환율 등락 폭이 커 한시라도 변화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3년 전 아내와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내고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A씨도 돈 걱정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일을 해도 수입은 그대로인데 미국으로 송금해야 할 돈은 날이 갈수록 그 금액이 커지고 있어서다.
A씨는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돈이 없어 끼니까지 거를까봐 생활비를 줄여 송금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라도 해 돈을 모아 보낼 생각이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환율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금이라도 싸게 환전을 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남대문이나 이태원 등에 밀집한 불법 환전상에서 환전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현행법상 공인환전상은 원화로만 바꿔줄 수 있지만 법망을 피해 달러로 환전을 해주는 환전상들을 찾아다니며 은행에서보다 싸게 환전을 받는 것이다. 불법이란 것은 알지만 1달러라도 더 송금해주기 위해서라면 이마저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 기러기 아빠들의 심정이다.
이처럼 끝을 모르고 오르는 환율은 해외로 떠난 이들에게도, 한국에 남아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이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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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