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풀살롱-호텔 연계 '풀살롱' 잠입취재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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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티켓 불티…경찰 덮쳐도 불야성

[일요시사=사회팀] 룸살롱과 호텔은 '공생관계'다. 그래서 생긴 게 '풀살롱'이다. 풀살롱은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오히려 더 생겨났다. 호텔 내에 있는 만큼 적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또 불황을 맞아 '2차'까지 포함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진 측면도 손님을 끄는 요소다. 객실 한 층을 통째로 성매매 장소로 이용해온 L호텔을 시작으로 강남권 대형 풀살롱들을 돌아봤다.

 

지난 18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호텔 내부에 풀살롱을 차려놓고 성매매를 한 업자와 호텔 운영자, 성 매수 남성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호텔 안 풀살롱과 연계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강남 L호텔 사장 고모(56)씨와 F풀살롱 업주 이모(3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성 매수남 7명, 여종업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호텔과 룸살롱의
이유 있는 '공생'

지난 14일 단속을 벌인 경찰에 따르면 고씨와 이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의 L호텔의 12층과 13층에서 F풀살롱을 차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했다. 강남 일대에서 '고품격 란제리 클럽'으로 유명한 이 풀살롱은 한 건물에서 2차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높은 인기를 누렸다.

호텔 업주와 풀살롱 업주는 호텔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이용하기로 계약한 뒤 손님들로부터 1인당 34만원을 받고 음주와 2차 성매매까지 가능한 풀살롱 영업을 해왔다. 또 열쇠전담 직원까지 두면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성 매수 남성들이 로비에 갈 필요 없이 객실로 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L호텔과 F풀살롱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협력해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타 호텔 및 숙박업소도 호텔 내 있는 풀살롱과 안전한 '2차'를 위한 공모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경찰에 따르면 L호텔의 12∼13층에는 661㎡(200평) 규모로 운영되는 룸살롱이 있었고 10층 객실 19개는 성매매 장소로 이용됐다. L호텔의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은 성 매수 남성과 여종업원이 한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불쾌하다는 중국 및 일본 관광객의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현장답사 후 호텔을 급습해 성관계 현장을 적발한 것.

당시 경찰은 "호텔 10층 키를 풀살롱 직원이 관리하며 객실로 손님을 안내하는 등 성매매를 알선한 점이 확인됐다"며 "해당 호텔에 대해 관할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경찰 발표 다음 날 7시30분께 L호텔을 다시 찾아가봤다. 경찰의 단속 후 영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L호텔에 다다르자 짙은 화장을 한 아가씨들이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L호텔 란제리클럽 단속 직후 가보니 "여전히 성업중"
"나 어제 뉴스에 나왔어" 호스티스·웨이터들 비웃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문에 있어야 할 무궁화 호텔 등급표시가 없었다. 앞서 많은 언론에서 L호텔을 두고 무궁화 5개짜리 특급호텔이라고 보도된 것을 본 터라 의아했다. 프런트 직원에게 "몇 등급 호텔이고 왜 무궁화 표시가 없느냐"고 물으니 호텔직원은 "L호텔은 특2급에 해당한다"며 "지금 등록절차가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의문을 품은 채 단속이 있었던 객실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F풀살롱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가씨 4명, 남자 직원 1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연히 이들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아가씨들은 전날 있었던 언론보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이들은 "뉴스에 나온 거 봤어? 동영상 보니 완전 대박이더라" "어떻게 그렇게 찍혔을까" "뉴스 보니까 정말 끝까지 다 나오더라. 내 모습도 나왔잖아"라는 등의 대화를 하며 웃었다. 의외로 밝은 모습이었다.

이들이 12층에서 내리는 것을 확인한 후 10층 단속 현장으로 향했다. 기자는 불과 5일 전 단속이 이뤄진 만큼 객실이 비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붉은 조명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는 객실 복도는 단속이 있었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조금 기다리자 일본인 관광객 2명이 10층의 한 객실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F풀살롱이 있는 12층으로 향했다. F풀살롱도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업소 직원이 2명이 기자를 반기며 "몇 번 방을 찾아 왔습니까"라고 물어왔다. 이에 신분을 밝히고 언제부터 영업을 재개한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와 풀살롱 직원들은 기자를 경계하며 "지금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것보다 더 큰 타격이 있겠느냐"며 손가락으로 텅 비어있는 예약판을 가리켰다. 이어 "기자들이 너무 많이 와서 마음 같아서는 입구에서부터 못 들어오게 막고 싶다"며 기자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끌었다.

단속에 걸려도…
성매매 알선 여전

건물을 빠져나온 후 다음 날 F풀살롱이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님을 가장해서 한 직원과 통화했다. 예약을 하고 싶은데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는 "1차는 란제리 입은 여종업원과 룸에서 1∼2시간 즐기고, 2차는 호텔 객실로 직행해서 1시간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더 캐묻자 "쩜오급 되는 여성들이 하루에 70명 정도 출근하고 있는 만큼 하드코어 업소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단속이 심해져서 요즘엔 10시 이전에는 정상영업만 하고 10시 이후에 와야 2차까지 가능하다"고 답해왔다.

이 직원의 말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 갑작스러운 경찰의 단속을 맞아 업주와 종업원이 검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업정지가 내려진 것이 아니고 행정처분 대기 중이기 때문에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가니까 일단 그렇게 말한 것 아니겠느냐. 또다시 적발되면 건물 전체 허가가 취소될 마당인데 성매매 영업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무궁화 없는 특급호텔'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L호텔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호텔 소개 상단에는 '신개념 비즈니스 특급관광호텔'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등급은 '특2급 예정'이라고 돼 있었다. 2008년 12월16일 개관해 4년이 흘렀는데 아직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에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계자는 "L호텔 업주는 4년 전께 심사절차를 받기 위해 찾아온 적은 있지만 이후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내년부터 법이 바뀔 예정이지만 현재로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규정도 없고 강제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 L호텔 정도의 큰 규모의 호텔이면서 등록하지 않은 곳은 없다"며 "업계에서도 이번 언론보도도 그렇고 L호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매직미러 초이스
'아가씨 쇼핑'

기자는 L호텔처럼 호텔 내부에 풀살롱을 두고 성매매를 일삼는 곳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B관광호텔은 지하에 D풀살롱을 두고 있었다.

B호텔 지하 1∼2층에 있는 D풀살롱은 B호텔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즉 D풀살롱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바로 B호텔 객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D풀살롱 프런트 근처에 몰려있던 4명 이상의 직원들이 기자를 반겼다. 한 직원이 안내했다. D풀살롱은 규모가 엄청났다. 복도를 따라 다닥다닥 늘어선 룸은 그 수를 셀 수 없었고 직원들만 해도 40여 명은 훌쩍 넘어 보였다.


룸을 둘러보기 위해 직원과 함께 복도를 걷는 동안 가슴이 깊게 파인 복장을 한 아가씨 2명이 지나갔다. 룸으로 향하는 듯했다. 또 한쪽 룸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직원은 룸 세 군데를 보여주며 "지하 2층에도 룸이 있고, 아가씨 대기실이 있다"고 귀띔했다.

비용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비싼 술은 한없이 비싸지만 가격 적당한 17년산으로 해서 거품 줄여 잘 모시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룸비와 호텔비, 그리고 2차비까지 다 포함해서 1인당 55만원"이라며 "현재 강남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룸 수 70개에 출근하는 아가씨만 220명에서 23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장인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자가 2차 장소에 대해서 묻자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궁화 3개 호텔인 B호텔로 바로 올라간다"며 "단속 위험 없이 안전하게 2차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호텔 내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수소문 해 한 곳을 더 찾아갔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R관광호텔 지하는 조금 더 특별한 풀살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V풀살롱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있지만 안에서 밖은 보지 못하는 특수한 유리문 일명 '매직미러 초이스'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는 그 방식이었다.

V풀살롱은 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입구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입구는 다른 곳보다 경비가 삼엄했다. 풀살롱 직원 2명이 입구를 지키며 손님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는 "미리 둘러보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풀살롱 직원과 미리 통화를 한 터라 직원을 밖으로 불러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1층에 있는 V풀살롱도 규모가 상당했다. 기자가 "룸이 몇 개 정도 되느냐"고 묻자 직원은 5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겉은 '특급호텔' 안은 '성매매 소굴'
엘리베이터 타면 2차까지 논스톱 서비스
진열장 상품처럼…매직미러 초이스 인기

룸을 몇 군데 둘러본 후 직원은 "룸에서 한 시간, 호텔에서 한 시간 코스는 1인당 38만원, 룸에서 한 시간 반, 호텔에서 한 시간 코스는 1인당 4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장소를 묻자 그는 "바로 위에 있는 호텔로 모신다"며 "호텔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할 수 있지 안 그러면 요즘 단속이 심해서 못 한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호텔과 연계한 풀살롱이 운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원은 "아가씨들 출근 시간이라 많은 아가씨들이 와 있을 것"이라며 기자를 '초이스방'으로 안내했다. 유리 넘어 한껏 치장한 아가씨들이 가슴에 번호를 달고 빨간 의자위에 50여 명 정도 맞춰 앉아 있었다. 그중 몇몇은 앳된 얼굴이었다. 이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위 '매직미러 초이스'로 불리는 이런 영업방식은 이미 지난 4월 서울청 상설단속반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강남 유흥가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변종 룸살롱인 풀살롱은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 경기불황에 맞춰 풀살롱들이 비교적 싼 가격을 내세워 안전하게 2차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성 매수자들이 풀살롱으로 몰리고 있다. 이제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 내 유흥주점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당연히 성매매까지 가능한 업소로 여겨질 정도다.

이처럼 강남구의 특급호텔과 관광호텔 내 운영되는 풀살롱이 서로 연계하여 퇴폐문화를 조장한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강남경찰서도 관내 호텔 등 숙박업소 51개소(호텔 26개소), 풀살롱 79개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L호텔 단속을 포함해 올해 호텔 연계 성매매 8건을 적발해 102명을 검거했다. 앞으로도 호텔 등 숙박업소에 풀살롱이 있는 업소 51개, 숙박업소 79개 풀살롱에 대해서 특별 관리하여 지속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가 줄지 않는 건 대형 풀살롱을 운영하기만 하면 이 같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 알선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인신매매나 폭행, 감금 등의 혐의가 없을 경우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있고 벌금도 대부분 수백만원 이하다.

성매매 방치하는
솜방망이 처벌

이렇다 보니 2004년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단속 사범은 늘었지만 경찰이 기각될 것을 우려해 영장 신청을 소극적으로 하면서 구속률과 기소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강남지역 성매매업소가 호텔과 연계해 대형화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이대로 가다간 관광객들이 찾는 모든 관광호텔이 성매매의 온상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시정 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와 철저한 단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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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