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풀살롱-호텔 연계 '풀살롱' 잠입취재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30 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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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티켓 불티…경찰 덮쳐도 불야성

[일요시사=사회팀] 룸살롱과 호텔은 '공생관계'다. 그래서 생긴 게 '풀살롱'이다. 풀살롱은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오히려 더 생겨났다. 호텔 내에 있는 만큼 적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또 불황을 맞아 '2차'까지 포함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진 측면도 손님을 끄는 요소다. 객실 한 층을 통째로 성매매 장소로 이용해온 L호텔을 시작으로 강남권 대형 풀살롱들을 돌아봤다.

 

지난 18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호텔 내부에 풀살롱을 차려놓고 성매매를 한 업자와 호텔 운영자, 성 매수 남성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호텔 안 풀살롱과 연계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강남 L호텔 사장 고모(56)씨와 F풀살롱 업주 이모(3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성 매수남 7명, 여종업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호텔과 룸살롱의
이유 있는 '공생'

지난 14일 단속을 벌인 경찰에 따르면 고씨와 이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의 L호텔의 12층과 13층에서 F풀살롱을 차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했다. 강남 일대에서 '고품격 란제리 클럽'으로 유명한 이 풀살롱은 한 건물에서 2차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높은 인기를 누렸다.

호텔 업주와 풀살롱 업주는 호텔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이용하기로 계약한 뒤 손님들로부터 1인당 34만원을 받고 음주와 2차 성매매까지 가능한 풀살롱 영업을 해왔다. 또 열쇠전담 직원까지 두면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성 매수 남성들이 로비에 갈 필요 없이 객실로 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L호텔과 F풀살롱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협력해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타 호텔 및 숙박업소도 호텔 내 있는 풀살롱과 안전한 '2차'를 위한 공모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경찰에 따르면 L호텔의 12∼13층에는 661㎡(200평) 규모로 운영되는 룸살롱이 있었고 10층 객실 19개는 성매매 장소로 이용됐다. L호텔의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은 성 매수 남성과 여종업원이 한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불쾌하다는 중국 및 일본 관광객의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현장답사 후 호텔을 급습해 성관계 현장을 적발한 것.

당시 경찰은 "호텔 10층 키를 풀살롱 직원이 관리하며 객실로 손님을 안내하는 등 성매매를 알선한 점이 확인됐다"며 "해당 호텔에 대해 관할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경찰 발표 다음 날 7시30분께 L호텔을 다시 찾아가봤다. 경찰의 단속 후 영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L호텔에 다다르자 짙은 화장을 한 아가씨들이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L호텔 란제리클럽 단속 직후 가보니 "여전히 성업중"
"나 어제 뉴스에 나왔어" 호스티스·웨이터들 비웃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문에 있어야 할 무궁화 호텔 등급표시가 없었다. 앞서 많은 언론에서 L호텔을 두고 무궁화 5개짜리 특급호텔이라고 보도된 것을 본 터라 의아했다. 프런트 직원에게 "몇 등급 호텔이고 왜 무궁화 표시가 없느냐"고 물으니 호텔직원은 "L호텔은 특2급에 해당한다"며 "지금 등록절차가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의문을 품은 채 단속이 있었던 객실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F풀살롱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가씨 4명, 남자 직원 1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연히 이들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아가씨들은 전날 있었던 언론보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이들은 "뉴스에 나온 거 봤어? 동영상 보니 완전 대박이더라" "어떻게 그렇게 찍혔을까" "뉴스 보니까 정말 끝까지 다 나오더라. 내 모습도 나왔잖아"라는 등의 대화를 하며 웃었다. 의외로 밝은 모습이었다.

이들이 12층에서 내리는 것을 확인한 후 10층 단속 현장으로 향했다. 기자는 불과 5일 전 단속이 이뤄진 만큼 객실이 비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붉은 조명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는 객실 복도는 단속이 있었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조금 기다리자 일본인 관광객 2명이 10층의 한 객실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F풀살롱이 있는 12층으로 향했다. F풀살롱도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업소 직원이 2명이 기자를 반기며 "몇 번 방을 찾아 왔습니까"라고 물어왔다. 이에 신분을 밝히고 언제부터 영업을 재개한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와 풀살롱 직원들은 기자를 경계하며 "지금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것보다 더 큰 타격이 있겠느냐"며 손가락으로 텅 비어있는 예약판을 가리켰다. 이어 "기자들이 너무 많이 와서 마음 같아서는 입구에서부터 못 들어오게 막고 싶다"며 기자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끌었다.

단속에 걸려도…
성매매 알선 여전

건물을 빠져나온 후 다음 날 F풀살롱이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님을 가장해서 한 직원과 통화했다. 예약을 하고 싶은데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는 "1차는 란제리 입은 여종업원과 룸에서 1∼2시간 즐기고, 2차는 호텔 객실로 직행해서 1시간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더 캐묻자 "쩜오급 되는 여성들이 하루에 70명 정도 출근하고 있는 만큼 하드코어 업소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단속이 심해져서 요즘엔 10시 이전에는 정상영업만 하고 10시 이후에 와야 2차까지 가능하다"고 답해왔다.

이 직원의 말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 갑작스러운 경찰의 단속을 맞아 업주와 종업원이 검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업정지가 내려진 것이 아니고 행정처분 대기 중이기 때문에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가니까 일단 그렇게 말한 것 아니겠느냐. 또다시 적발되면 건물 전체 허가가 취소될 마당인데 성매매 영업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무궁화 없는 특급호텔'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L호텔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호텔 소개 상단에는 '신개념 비즈니스 특급관광호텔'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등급은 '특2급 예정'이라고 돼 있었다. 2008년 12월16일 개관해 4년이 흘렀는데 아직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에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관계자는 "L호텔 업주는 4년 전께 심사절차를 받기 위해 찾아온 적은 있지만 이후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내년부터 법이 바뀔 예정이지만 현재로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규정도 없고 강제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 L호텔 정도의 큰 규모의 호텔이면서 등록하지 않은 곳은 없다"며 "업계에서도 이번 언론보도도 그렇고 L호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매직미러 초이스
'아가씨 쇼핑'

기자는 L호텔처럼 호텔 내부에 풀살롱을 두고 성매매를 일삼는 곳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B관광호텔은 지하에 D풀살롱을 두고 있었다.

B호텔 지하 1∼2층에 있는 D풀살롱은 B호텔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즉 D풀살롱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바로 B호텔 객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D풀살롱 프런트 근처에 몰려있던 4명 이상의 직원들이 기자를 반겼다. 한 직원이 안내했다. D풀살롱은 규모가 엄청났다. 복도를 따라 다닥다닥 늘어선 룸은 그 수를 셀 수 없었고 직원들만 해도 40여 명은 훌쩍 넘어 보였다.


룸을 둘러보기 위해 직원과 함께 복도를 걷는 동안 가슴이 깊게 파인 복장을 한 아가씨 2명이 지나갔다. 룸으로 향하는 듯했다. 또 한쪽 룸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직원은 룸 세 군데를 보여주며 "지하 2층에도 룸이 있고, 아가씨 대기실이 있다"고 귀띔했다.

비용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비싼 술은 한없이 비싸지만 가격 적당한 17년산으로 해서 거품 줄여 잘 모시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룸비와 호텔비, 그리고 2차비까지 다 포함해서 1인당 55만원"이라며 "현재 강남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룸 수 70개에 출근하는 아가씨만 220명에서 23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장인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자가 2차 장소에 대해서 묻자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궁화 3개 호텔인 B호텔로 바로 올라간다"며 "단속 위험 없이 안전하게 2차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호텔 내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수소문 해 한 곳을 더 찾아갔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R관광호텔 지하는 조금 더 특별한 풀살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V풀살롱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있지만 안에서 밖은 보지 못하는 특수한 유리문 일명 '매직미러 초이스'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는 그 방식이었다.

V풀살롱은 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입구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입구는 다른 곳보다 경비가 삼엄했다. 풀살롱 직원 2명이 입구를 지키며 손님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는 "미리 둘러보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풀살롱 직원과 미리 통화를 한 터라 직원을 밖으로 불러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1층에 있는 V풀살롱도 규모가 상당했다. 기자가 "룸이 몇 개 정도 되느냐"고 묻자 직원은 5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겉은 '특급호텔' 안은 '성매매 소굴'
엘리베이터 타면 2차까지 논스톱 서비스
진열장 상품처럼…매직미러 초이스 인기

룸을 몇 군데 둘러본 후 직원은 "룸에서 한 시간, 호텔에서 한 시간 코스는 1인당 38만원, 룸에서 한 시간 반, 호텔에서 한 시간 코스는 1인당 4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장소를 묻자 그는 "바로 위에 있는 호텔로 모신다"며 "호텔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할 수 있지 안 그러면 요즘 단속이 심해서 못 한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호텔과 연계한 풀살롱이 운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원은 "아가씨들 출근 시간이라 많은 아가씨들이 와 있을 것"이라며 기자를 '초이스방'으로 안내했다. 유리 넘어 한껏 치장한 아가씨들이 가슴에 번호를 달고 빨간 의자위에 50여 명 정도 맞춰 앉아 있었다. 그중 몇몇은 앳된 얼굴이었다. 이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위 '매직미러 초이스'로 불리는 이런 영업방식은 이미 지난 4월 서울청 상설단속반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강남 유흥가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변종 룸살롱인 풀살롱은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 경기불황에 맞춰 풀살롱들이 비교적 싼 가격을 내세워 안전하게 2차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성 매수자들이 풀살롱으로 몰리고 있다. 이제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 내 유흥주점들이 자리잡고 있으면 당연히 성매매까지 가능한 업소로 여겨질 정도다.

이처럼 강남구의 특급호텔과 관광호텔 내 운영되는 풀살롱이 서로 연계하여 퇴폐문화를 조장한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강남경찰서도 관내 호텔 등 숙박업소 51개소(호텔 26개소), 풀살롱 79개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L호텔 단속을 포함해 올해 호텔 연계 성매매 8건을 적발해 102명을 검거했다. 앞으로도 호텔 등 숙박업소에 풀살롱이 있는 업소 51개, 숙박업소 79개 풀살롱에 대해서 특별 관리하여 지속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가 줄지 않는 건 대형 풀살롱을 운영하기만 하면 이 같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 알선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인신매매나 폭행, 감금 등의 혐의가 없을 경우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있고 벌금도 대부분 수백만원 이하다.

성매매 방치하는
솜방망이 처벌

이렇다 보니 2004년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단속 사범은 늘었지만 경찰이 기각될 것을 우려해 영장 신청을 소극적으로 하면서 구속률과 기소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강남지역 성매매업소가 호텔과 연계해 대형화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이대로 가다간 관광객들이 찾는 모든 관광호텔이 성매매의 온상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시정 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와 철저한 단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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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