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1)

좋은 사람일수록 매섭게 충고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보증인의 신용과 재산 상태 확실히 검토해야
상환능력 없는 보증인은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그때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도대체 누구인데 그래? 자네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네.”
“어, 참….”
“태백 카지노 운운하던데 도박으로 돈을 날렸는가 보지? 누군데 그래?”
“기가 막히는군. 같은 동향 선배인데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렸다네. 그리고 지금 또 돈을 빌려달라는 거야. 지난번에 집안에 사정이 있다고 해서 몇 천만원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돈도 도박에 날린 후 다른 곳에서 마련해서 되돌려 준 것 같네.”

엎친 데 덮친 격

얼마 전 오 선배가 자신의 동생 문제로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주었는데, 돈 갚는 날짜를 어기는 둥 평소의 선배답지 않게 행동을 해서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니 그 돈 역시 카지노 도박으로 날린 모양이었다.
“하긴 좋은 사람일수록 충고는 매섭게 해야 하는 거지. 몸에 이로운 약은 입에 쓰고, 행함에 이로운 것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친구 미안하네. 오랜만에 만난 자네에게 이런 통화로 분위기만 망쳤네. 자, 이제 그만 나가세. 오늘은 기분도 찜찜하니 소주 한 잔 어떤가?”
“좋지!”

친구는 나의 기분을 전환시켜 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에 박자를 맞춰 주며 답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나와 무교동 낙지집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찾은 식당 분위기를 보니, 수십 년 전 동창들과 가끔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며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의 즐거운 대화들이 아련히 회상되기도 했다.
우리는 얼큰한 낙지복음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조금 전 오 선배와 통화한 내용을 특별 안주로 삼으며 대화했다. 친구는 아무래도 오 선배와의 과거사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었다.
“자네가 통화한 오 선배라는 사람하고는 뭔가 얽힌 사연이 많은 것 같네만.”
“사연? 하긴 많긴 하지…. 왜, 궁금한가?”
나는 빨간 양념이 밴 낙지다리를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내 별명이 뭔가 오지랖 어른 아닌가. 궁금한 일은 만사 제쳐 두고라도 알아야만 잠이 오는 사람 아닌가. 한번 까발려 보게”
친구 역시 젓가락으로 낙지볶음을 한 움큼 집어 들고선 농담을 섞어 가며 말했다.
“그래, 하긴 시간도 그렇고 하니 자네가 원한다면 모두 얘기해주지. 내가 왜 그 양반에게 박하게 대했는지…. 말을 하자면 좀 길다네.”
“아, 뭐 어떤가. 우리야 비즈니스 사이가 아니잖은가. 어차피 서로의 근황이 궁금해서 만났으니 옛날 무용담이라도 해주게나.”
나는 친구가 따라준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오 선배와 겪은 지난 일들을 얘기했다.


“아마 그때가 2000년도 봄이었든가, 어느 모임에서 오 선배를 처음으로 만났다네. 그는 나와 같은 고향이기도 했지만 성격이 좋아서 누구와도 잘 사귀었다네. 나하고도 코드가 잘 맞아 금방 가까워 졌지. 그는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는 자신이 장안동에 있는 어느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박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리 30%의 이율을 받기로 하고, 돈 4억원을 사업자금으로 빌려주었다는 거였네.”
“그 선배란 양반이 돈이 많은가보네?”

“글쎄, 그건 나도 잘 몰랐네. 어쨌든 그만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빌려주지 않았겠나? 그런데 문제는 선배로부터 돈을 빌려간 박 사장의 공업사가 경영미숙으로 영업이 부진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거였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업사가 임대하고 있는 토지가 매매로 인해 제3자에게 넘어가게 되었다고 했네. 더구나 매수인은 토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고 하면서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사용하고 있는 임대 토지를 명도해달라고 했다는 거야. 또한 박 사장은 자금사정이 어려워 공업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더 이상 운영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네. 오 선배는 박 사장이 조만간 채권자들을 피해 잠적 할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는 거였네.”

“그래서 그 돈을 받아낼 방책을 찾아주었는가?”
술잔을 앞에 둔 친구가 불판에 올려놓은 낙지를 나무젓가락으로 뒤적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해서 내가 선배에게 물었지. 박 사장에게 돈을 빌려 줄때 잡은 담보가 있는가 하고. 그런데 오 선배 말이 담보는 없지만 보증인을 2명 세워 두었다고 했네.”
“그럼 보증인을 상대로 돈을 상환하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친구는 인보증이 있어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물론이네. 연대 보증인들이 상환할 능력이 있다면 걱정할 일이 뭐있겠나. 자네도 은행에 있으니 잘 알겠지만 돈을 빌려간 채무자보다 보증인이 더 상환할 능력이 없다면 보증인을 세워보았자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선배가 말하기를 보증인 2명 중 1명은 그 공업사 이 전무라는 자고, 또 다른 1명은 다가구 주택의 공사를 맡은 추사장이라는 건축업자라고 했다네.”
“그래 보증인 두 사람의 형편은 어땠는데?”
친구는 무엇보다 보증인들의 현황에 대해 알고 싶다는 듯이 물었다.

의심쩍은 채권자

“전무라는 작자는 명색이 전무지 노총각으로서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빈 깡통 같은 날건달이고, 건축업자인 추 사장 역시 건축업자라곤 하지만 실상은 방 두 칸짜리 사글세 집에서 처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보증인으로서는 별 볼일 없는 자라고 하였네.”
“아니 그 선배도 참 대단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보증을 세울 때 그자의 신용도, 재산상태도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세웠는지 모르겠구먼.”
친구는 답답한 듯 소주잔을 들어 나를 향해 건배하는 시늉을 하고는 입에 가져갔다. 나 역시 그때 일을 회상하며 씁쓰레한 심정으로 잔을 들었다.

그 당시 오 선배는 높은 이자를 받을 욕심에 겁 없이 덜컥 빌려주고는 결국 4억을 물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박 사장이 하는 공업사는 영업이 잘 되어 손님이 넘쳤고, 특히 박 사장은 공업사 외에 외제차를 수입해서 고급손님들에게 판매하는 외제차 딜러사업도 겸했기에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허, 그 선배란 사람 배포 하나는 대단하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제대로 된 안전장치 하나 없이 맹탕으로 빌려줄 수 있었지?”
친구는 여전히 의아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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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