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①정선아리랑

웅장하고 애절한 소리 찾아 두메산골로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인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구성지고 유려한 진도아리랑과 달리 가락이 단조롭고 유장하며, 가사는 구슬프고 애절하다. 현재 채록되어 전하는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 수에는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리랑을 찾아가는 여행지로는 정선아리랑 발상지인 거칠현동, 애정편의 무대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조망해보라. 반점재, 새비재, 병방치는 정선 땅의 생김새를 볼 수 있는 고개 중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 이용객이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차역을 향토 자료관으로 만든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본다.

산간지역 자연과 정서 쏙 빼닮은 아리랑
고스란히 감겨 있는  삶에 대한 낙천성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인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시작하는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영화 <서편제>에서 아버지와 아들과 딸이 장구 치고 춤추며 부르던 구성지고 유려한 진도아리랑과 달리 정선아리랑은 단조롭고 유장한 것이 특징이다. 또 가사는 구슬프고 애절하다.

20년 전만 해도 정선은 오지 중의 오지요, 두메산골의 대명사였다. 신경림의 <민요기행>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정선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아찔한 비행기재를 위태롭게 넘어가야 했다”고 묘사되었을 정도다. 그보다 앞서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무릇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며 정선의 험한 산세를 이야기했다.

오지 중의 오지
두메산골 대명사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 수에는 그처럼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아리랑은 1971년 강원도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고, 1976년부터 해마다 정선아리랑제가 개최되고 있다.


무형의 아리랑을 찾아가는 유형의 여행 코스는 거칠현동, 아우라지 처녀상,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조망하길 권한다.

정선읍에서 나전역 가는 길에 위치한 반점재는 차량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 450m 정상에 서면 조양강에 포근히 안긴 마을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는 반점재에서 보는 전망과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오르는 길 어느 지점부터인가 고랭지 배추밭이 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서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전망대도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라 불리는 이 전망대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방문객이 급증했다.

다음은 정선아리랑 발상지를 찾아보자. 구비 전승되는 민요의 특성상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고려 멸망 후 조선의 신하 되기를 거부하고 정선군 남면 낙동리 거칠현동에 들어와 살다 죽은 고려 유신 7명에게서 기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이 망국의 한을 읊은 노래가 바로 정선아리랑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정선아리랑 노랫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 가사 속의 만수산은 고려 송도에 있던 산을, 먹구름은 왕조의 위기를 뜻한다고 한다.

정선아리랑은 느리고 길게 부르는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정선아리랑이라고 하면 느리고 긴 노래(긴아리랑)를 뜻하지만, 엄연히 긴아리랑과 엮음아리랑으로 구성된다. 서양의 랩처럼 빠르게 쏟아내는 엮음아리랑은 가락이 흥겹고 가사가 해학적이다.


어린 신랑에게 시집온 처녀의 신세 한탄부터 시집살이의 고단함, 늙은 남편에 대한 원망 등 다양한 가사가 있는데, 주제에 따라 수심편, 산수편, 애정편, 처세편, 무사편, 뗏목편과 같이 분류한다. 그중에서 애정편의 무대가 바로 여량의 아우라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이 가사에는 폭우로 물이 불어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여량 처녀와 유천리 총각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아우라지는 강원도 일대에서 벌목한 목재가 1000리 물길을 따라 한양까지 운반되던 출발점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떼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떼꾼들은 벌이가 상당해서 ‘떼돈 번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으며, 동강 주변에는 객줏집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아우라지 강기슭에는 정선아리랑전수관도 있다.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 4인(김남기, 유영란, 김길자, 김형조)을 비롯해 전수 교육 조교, 전수 교육 이수자, 전수 장학생들이 활발한 전승 활동을 펼치며, 매주 수요일에는 정선아리랑 교육도 진행된다.

나리재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동강

아우라지를 출발한 뗏목들은 정선 읍내의 조양강과 동강을 거쳐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했다. 동강은 조양강에 동남천이 합해지는 정선읍 가수리∼영월 구간을 일컫는데, 정선 지역인 가수리∼신동읍 고성리 구간도 황홀한 풍경의 연속이다.

자동차도 좋고 자전거도 좋으니 이 구간을 한번 달려보자. 오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가수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맛이 각별하고, 고성리에 도착하기 전 나리재에서 내려다본 동강도 무척 아름답다.

극단 무연시가 공연하는 정선아리랑극 〈어머이〉도 꼭 챙겨볼 것. 정선오일장(끝자리 2·7일)이 열리는 날 오후에 군청 옆 문화예술회관 3층 공연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리랑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기록사랑마을전시관은 한때 함백 지역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던 신동읍 조동8리의 사라진 함백역을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복원, 관련 기록물을 보존해둔 곳이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조동8리를 기록사랑마을 1호로 지정하고, 전시관 앞에 표지석도 세웠다. 옛것이 자꾸 사라지고, 옛것을 기억하는 이도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같은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기록사랑마을전시관 가까이에는 정선아리랑학교가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아리랑 보존과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개별 여행객을 위한 아리랑 체험이 아닌 전문적인 교육이 펼쳐진다. 주말에는 우표, 딱지, 성냥, 크레용, 각종 학용품 등 추억의 물건과 근현대사 자료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억새전시관도 함백역처럼 별어곡역의 이용객이 줄어들자 보통 역에서 간이역으로, 간이역에서 작은 전시관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억새 군락지 사진, 민둥산 모형도, 향토 사료 등을 전시한다. 두 곳 모두 상시 개방하지 않으니 신동읍과 남면사무소에 문의해보고 가야 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아우라지 → 반점재 → 병방치 전망대 → 정선오일장 → 아리랑극 관람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아우라지 → 반점재 → 병방치 전망대 → 정선오일장 → 아리랑극 관람
둘째 날 : 가수리~고성리 드라이브 → 새비재 → 기록사랑마을전시관 → 추억의 박물관 → 억새전시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정선군 관광문화포털 정선여행 www.ariaritour.com
- 정선아리랑학교 www.arirangschool.or.kr                               - 병방치 스카이워크 www.ariihills.co.kr

문의전화
- 정선군 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 정선아리랑전수관 033)560-2897
- 정선아리랑극공연 033)560-2562                                             - 병방치 스카이워크 033)563-4100
- 억새전시관 033)591-1301(남면사무소)
- 추억의 박물관, 정선아리랑학교 033)378-7856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종합터미널-정선, 매일 9회 운행(07:10~18:55),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신고한, 매일 30회 운행(06:00~23:00), 약 2시간5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www.ti21.co.kr) 정선버스터미널 033)563-9265, 고한·사북공영버스터미널 033)591-2860
기차
청량리역-사북역(강원랜드), 매일 7회 운행(07:10~23:15) 약 3시간30분 소요
청량리역-고한역(하이원), 매일 7회 운행(07:10~23:15), 3시간20분 소요
정선관광열차(정선오일장날 운행) : 청량리역 → 양평역 → 원주역 → 예미역 → 민둥산역 → 정선역 → 아우라지역
※문의 : 코레일 1544-7788(www.korail.com),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www.korailtravel.com),
             정선역 033)563-7788
자가운전 정보
- 호법 JC → 영동고속도로 → 진부 IC → 59번 국도 → 정선
- 호법 JC → 영동고속도로 → 새말 IC → 42번 국도 → 안흥 → 31번 국도 → 평창 → 42번 국도 → 미탄 → 정선
- 중앙고속도로 → 제천 IC → 영월삼거리 → 미탄 → 정선

숙박정보
- 문호텔 : 사북읍 사북2길 033)591-0707
- 하이랜드호텔 :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www.hi-landhotel.co.kr
- 라스베가스모텔 : 사북읍 소금강로 033)591-6668
- 옥산장 : 여량면 여량3길 033)562-0739 www.oksanjang.pe.kr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www.huyang.go.kr
- 락있수다 펜션 : 화암면 소금강로 070)8840-9387 www.rockitsuda.com
- 엘카지노호텔 : 남면 무릉1로 033)592-8222 www.l-casino.com
- 하이원호텔 : 고한읍 고한7길 1588-7789 www.high1.com

식당정보
- 싸리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2-4554
- 동박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3-2211
- 대운식당 : 곤드레나물밥·닭볶음탕, 여량면 노추산로 033)562-5041
- 동광식당 : 콧등치기국수·황기족발, 정선읍 녹송3길 033)563-3100
- 만항할매닭집 : 황기백숙·닭볶음탕,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3136

축제 및 행사정보
- 두위봉철쭉제 : 5월 말~6월 초 033)560-2635(신동읍주민센터)
- 아우라지뗏목축제 : 7월 말~8월 초 033)560-2665(여량면 문화체육추진위원회), www.auraji.net
- 민둥산억새꽃축제 : 9~10월 033)591-9141(민둥산억새꽃축제위원회)
- 정선아리랑제 : 10월 초 033)563-2646, www.arirangfestival.kr

주변 볼거리
민둥산, 정암사, 몰운대, 화암동굴, 숙암별천지박물관, 백두대간약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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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