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고속도로를 달리던 40톤 덤프트럭의 시동이 꺼지면서 핸들이 잠겼다. 갑자기 멈춰 서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 출고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3억원짜리 신차였다. 알고 보니 이 차량은 단순 고장이 아닌, 반복되는 결함의 집합체였다.
스카니아코리아의 ‘슈퍼 D560R’ 덤프트럭을 운행하는 차주 A씨는 생계를 걸고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차량은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문제는 한번 발생한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같은 부위에서,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슈퍼 D560R
A씨 차량은 2024년 8월 주행거리 10만km 시점에서 첫 누유가 발생했다고 한다. 전자제어장치(ECU) 수리까지 포함해 313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 12만km에서 같은 변속기 부위에서 누유가 재발했다. 크랭크샤프트 주변 실과 ‘O링’을 전면 교체하며 추가로 130만원이 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4월(19만km), 10월(27만km), 그리고 2026년 3월까지 같은 부위에서 누유가 반복됐다. 수리만 다섯 차례에 총 956만원 수리비가 나갔다. 동일 부품, 동일 증상, 반복 수리. 제조 결함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다른 차주들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동일 모델을 운행 중인 차주 B씨는 누유 수리를 두 차례 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본사 기술진까지 투입됐음에도 단 3일 만에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차주들 사이에서는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출고된 슈퍼 모델에서 유독 문제가 많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안전 문제다. 단순 누유를 넘어, 주행 중 시동 꺼짐과 전자장치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료 공급량을 측정하는 센서가 오작동하면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최소 4차례 발생했다. 가속 페달이 반응하지 않는 현상, 계기판 전체가 꺼지는 문제도 보고됐다.
40톤 육박하는데 제어 불능
도로 위 달리는 흉기로 전락
이 차량은 40톤 이상의 화물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다. 시동이 꺼지는 순간 핸들까지 잠겨 고속 주행 중 다중 추돌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해당 차량은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근본 원인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차량 결함이 반복되면서 기사들의 생계도 무너지고 있다. 스카니아 차량은 대부분 트라톤파이낸셜을 통해 할부로 구매된다. 연이자 7% 수준으로, 업계 평균(4~5%)보다 높은 편이다. 월 납입금은 약 500만원, 여기에 보험료와 세금 등 고정비가 약 900만원 더해진다.
결국 매달 14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차량이 멈추면 수입도 끊긴다. 하지만 현재 제공되는 ‘운휴보상보험’은 사고에만 적용될 뿐, 고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함으로 인한 운행 중단은 고스란히 차주의 손실로 남는다.
문제 해결 과정도 혼란스럽다. A씨가 근본 원인 규명을 요구했지만, 스카니아 본사와 서비스센터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본사는 서비스센터 문제라고 주장하고, 서비스센터는 본사 책임이라고 맞선다. 차주는 수차례 약속을 받았지만,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정 비율 이상의 결함이 확인돼야 리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관리법 어디에도 ‘비율 기준’은 명시돼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스카니아 측에 관련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누유·전자제어 오작동·계기판 먹통
대형사고 원인인데···손 놓은 국토부?
한편, 이 같은 상황은 특정 브랜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차량을 판매한 제작 및 수입사 18곳에 총 117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상에는 스카니아코리아를 비롯해 KG모빌리티, BMW코리아, 벤츠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혼다코리아, 르노코리아, 테슬라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등 주요 완성차 및 수입사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벤츠코리아, 테슬라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 일부 업체는 결함을 시정하지 않은 채 차량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돼 별도의 과징금까지 부과됐다. 르노코리아는 결함 시정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토부는 리콜 시정률이 낮은 업체에 대해 차량 소유자에게 재통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후 대응 중심의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함이 반복되고, 사고 위험이 명확함에도 리콜이 지연되는 구조. 책임은 제조사와 서비스망 사이에서 표류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스카니아 외에도 국내 도로를 달리는 상용차에서 결함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리콜(무상수리 제외)이 실시된 상용차는 중대형과 소형을 합쳐 50만대에 육박했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대형 화물차와 버스는 사고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리콜 급증은 곧 도로 안전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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