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롤스로이스 사건과 인플루언서 부부 사건 오버랩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8 14:17:54
  • 호수 1578호
  • 댓글 0개

조폭·증권맨·수사기관 ‘검은 설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가조작 사건이 폭력 조직 자금, 증권사 내부 인력, 그리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수사기관 유착 의혹까지 얽힌 구조적 범죄로 드러났다. 프로포폴에 취한 상태로 행인을 치고 사망케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와 연결된 조직 자금 30억원이 해당 사건에 투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2024년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 여행용 슈트 케이스와 쇼핑백에 담긴 현금 30억원이 등장했다. 자금은 이모씨와 문모씨가 전달했고, ‘차모씨 자금’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증권사 측이 현금 보관이 불가하다고 하자, 주가조작을 기획한 김모씨가 해당 자금을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 이후 이 돈은 여러 명의 차명계좌로 쪼개져 투입될 준비를 마쳤다.

인플루언서
양의 남편

2025년 1월3일, 서울 영등포의 한 금융기관에서 이 돈이 다시 확인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 양모씨 남편 이모씨 명의로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자금은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분리된 상태였다.

이들은 단순히 자금을 넣는 데 그치지 않았다. 4명의 명의자를 내세운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를 별도로 전달했고, 텔레그램을 통해 “모든 권한을 특정 인물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까지 공유했다. 실질적인 거래 권한은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구조였다.

같은 해 1월 중순, 이 자금은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투입된다. 투자자문사를 통해 특정 상장사의 주식 약 150만주와 추가 49만5000주를 확보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금만 수억원 단위로 송금됐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약 18억원이 4개 계좌로 나뉘어 대신증권 계좌에 입금됐다. 실질적인 ‘작전 자금’이 완성된 것이다.

이후 흐름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2025년 1월21일에는 한 계좌에서 양씨 계좌로 3억원이 송금된 사실도 확인됐는데, 반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3억3000만원, 5억6000만원 등 거액이 반복적으로 특정 인물 및 관계자 계좌로 이동했다. 이 모든 거래는 계좌 인증 번호를 공유받아야 가능한 구조였다. 사실상 단일 지휘 아래 움직인 정황이 짙다.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한다.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금 차명계좌 입금·배수계좌 작전까지
경찰 유착 의혹까지 번진 30억 투입 전말

반면 관련자들은 “해당 자금은 차씨 요청에 따라 운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며 내부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계약 해지, 진정서 접수, 손해배상소송까지 이어지며 사건은 민·형사 분쟁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을 단순 금융범죄에서 이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소는 경찰 개입 의혹이다. 특히 이 경찰은 과거 양씨 관련 사건에서 수사를 무마하거나 봐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현직 경찰관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강남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이날 강남서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씨의 남편 이씨에게 강남서 소속 경찰관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지’ 처분했다. 사실상 불송치 결정이며, 검찰도 수사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수사 중지’ 처분의 배경을 의심했다. 강남서 경감과 이씨가 주가조작 사건 전부터 수사와 관련해 유착 관계를 형성해 온 정황도 검찰이 포착했다.

눈여겨볼 점은 2024년 7월 인플루언서 양씨가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이 경감이 맡았던 것이다. 당시 이씨는 “내 아내 사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라고 묻고, 경감은 “너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찰은 양씨 사건을 ‘혐의 없음’ 처리하고, 불송치했다. 배우 겸 필라테스 강사인 양씨는 2025년 1월 사기 혐의를 벗었다고 밝혔다. 양씨 측은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필라테스 업체와 관련된 사건에서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전했다.

MZ 조폭
검은돈

이어 “‘최소한의 혐의 정황’도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양씨의 소속사는 “향후 악의적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어떠한 선처도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와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다수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돼 양씨와 필라테스 학원 본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양씨가 교육이사이자 홍보모델로 활동한 필라테스 학원 가맹주들이다.

이들은 “본사에서 직접 강사를 고용해 가맹점을 파견하고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계약 내용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양씨와 본사가 직접 교육한 강사진을 가맹점에 파견하겠다고 해놓고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모집한 강사를 배정했다. 또 시중에서 2600만원에 판매하는 필라테스 기구를 직접 연구·개발했다고 속여 6200만원에 강제 구매하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씨 측은 “본사 관계자가 아니라 홍보 모델이었을 뿐, 본사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재력가로 알려진 양씨 남편 이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또 양씨 사건을 덮어달라고 경찰관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는 이씨는 지난 22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황중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도
한패였나

이들의 범행으로 당시 1000원대 후반이었던 D 가구 회사의 주가는 4000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속한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나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고객 계좌, 차명계좌 동원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가조작에 사용한 초기 자금 30억원은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씨가 속한 조폭 또래 모임 ‘강남 MT5’의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MT5는 롤스로이스남 사건을 계기로 상습 마약, 도박, 사기 의혹이 불거진 신흥 범죄조직이다. 검찰은 2023년 9월23일 신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뒤, MT5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신씨는 당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MT5는 이른바 ‘MZ조폭’으로 분류되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토사장(불법 토토 운영자의 속칭)’으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핵심 조직원 중에는 2019~2021년 사설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를 빙자한 ‘홀짝 게임식’ 불법 도박사이트들의 잔당들도 포함돼있다. 2021년 경기남부경찰청이 검거했던 도박사이트 FXCT의 운영진 80여명 가운데 처벌이 강하지 않아 금세 풀려난 인물들이 MT5에 흡수됐다고 한다.

MT5는 또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설해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거래를 주도하고, 해외 선물 리딩방을 차려 거래 수수료를 갈취하는 등 다양한 온라인 범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명 MT5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메타 트레이더(Meta Trader)’에서 따왔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범죄수익을 소위 ‘별풍선깡’으로 세탁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아프리카 여성 BJ 등과 짜고, 한번에 5억원어치 별풍선(후원금)을 송금한 뒤 나중에 나눠갖는 식이다.

위임장, 휴대전화…조직적 준비
반복매매 전형적 시세조종 구조

경기남부청은 2021년 6월 불법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운영해 1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박 공간 개설 등)로 도박 사이트 FXCT 운영자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FXCT 조직원 A씨 등은 2020년 1월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뒤 2021년 2월까지 운영하는 동안 회원 1만1000여명으로부터 1975억원을 입금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11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FX마진거래는 두 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A씨 등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았다. 회원들에게 5분 이내 단시간의 환율 등락에 돈을 걸도록 하고 맞추면 수수료 13%를 제외한 투자금의 1.87배를 지급하고 틀리면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도박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적발된 A씨 등 3명은 모두 20대 후반이며 유사 전과가 1건 이상씩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른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에서 지점장 등을 맡으며 서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이트 유지비 등 범행을 이어가는 데 사용한 돈을 제외한 나머지 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부당이득에는 A씨 등이 사들인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수입차와 부동산 등이 포함됐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경기남부청은 A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를 포함해 2019년 5월부터 2년 넘게 운영된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 5곳을 적발했다. 이들 사이트의 범행 규모를 합하면 가입 회원 16만여명, 입금액은 1조3000억원이다. 사이트 운영자 등 적발된 인원은 238명이며 이 가운데 5명이 구속됐고 이들의 범죄수익은 1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 사건은 두 개의 축이 교차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가 연루된 주가조작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의 조직 자금이 수혈됐다는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 경찰 라인이다.

실패한 작전
그리고 분쟁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범죄조직 자금이 현금 형태로 유입되고, 증권사 내부 인력이 결합해 거래를 설계하며, 차명계좌와 배수계좌로 시세를 조종했다. 여기에 일부 경찰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수사 대응마저 관리된 정황이다. 검찰이 자금의 최종 출처와 지휘 구조, 그리고 경찰 유착의 실체까지 규명할 경우, 이번 사건은 국내 자본시장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