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격전지를 가다> ‘제2의 수도’ 부산

“무조건 보수” 안 통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의 시선이 6·3 지방선거에 쏠렸다. 6·3 조기 대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수비에 나선 여권과 역전승을 기대하는 야권, 그리고 틈새를 뚫으려는 군소 정당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비상계엄과 정권 퇴진으로 격랑의 시간을 보낸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주요 격전지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서울만큼 이목을 끈 곳이 있다. 대한민국 제2의 수도로 불리는 부산이다. 현역인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도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탈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보수 성향이 짙은 곳이지만 민주당이 자신감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론이 나오는 모양새다.

안방 사수

“경상도는 보수 텃밭”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당초 부산광역시는 진보 강세 지역이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부마 민주항쟁이 일어난 곳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시절 부산 사상구에 승기를 꽂았고,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서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를 18%p 차이로 앞질러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하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2021년 재보궐선거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돼 2연승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수 텃밭 굳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난 9일 박 시장은 “부산시장 후보자 추천 신청서를 접수했다”며 3연승 도전에 나섰다.

박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5년 전 지방선거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 이 순간 저는 다시 5년 전의 위기 의식을 느낀다. 상황은 그때보다 더욱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마저 뺏긴다면 대한민국은 연성 독재로 가는 길을 열고, 보수는 재기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최악의 선거 여건을 뚫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보수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며 “다시 선공후사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분열의 언어를 중지하고 통합의 언어를 합창해야 한다. 저부터 앞장서겠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서 부산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일에는 부산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주 의원은 “지금은 부산이 해양 수도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라며 “청년 이탈,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부산을 다시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이후 첫 선거…현지 민심 어디로?
현역 굳히기 VS 세대교체 대진표 윤곽

이어 “그동안 많은 해법과 성과도 있었지만, 부산 시민의 마음을 온전히 채우지는 못했다”며 “지금 부산에 진정 필요한 것은 역동적인 리더십, 새로운 통찰, 강한 추진력”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꼬집으며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주 의원은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려면 부산과 서울이 양측에서 국가를 떠받쳐야 한다. 부산이 서울에 버금가는 인프라와 위상을 갖춘 해양수도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제 최우선’ 원칙을 기반으로 한 해운·항만·금융 생태계 완성을 약속했다.

공천 경쟁 상대인 박 시장에 대해 “박 시장은 출마 선언에서 이전 의제와 정책, 사업 등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것을 내세우는데, 선거 전략으로는 미흡하다”며 “이전 의제로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장으로 급부상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정조준하는 동시에 현역인 박 시장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는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위원장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은 지역내총생산(GRDP)과 성장 추세에서 이미 인천에 뒤처졌고,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는 부산시 리더십의 한계와 도시 경쟁력 저하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며 “올해 부산의 경제성장률은 0.7%로 전국 평균인 0.9%보다 낮고, 내년도 인공지능 핵심사업 국비 확보도 다른 광역단체와 비교해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사상구 등 서부산 공단을 차세대 AI 디지털밸리로 순차적으로 전환하고 기장군과 해운대 일대에는 새로운 AI 디지털밸리를 개척하겠다”며 “시장이 되면 해양·조선·국방 AI 세계 1위 부산 프로젝트팀을 설치해 직접 챙기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재수 대세론’ 올랐지만…
통일교 수사에 정치 목숨 걸려

이 전 위원장의 경쟁 상대는 전재수 의원이다. 지난 13일 후보 접수를 마친 전 의원은 “경선이 원칙”이라며 이재성 예비후보와의 공정한 심사를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기저에 ‘전재수 대세론’이 두텁게 깔린 만큼 실제 경선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부산시장 경선은 초선인 주 의원과 현직인 박 시장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윗과 골리앗 같은 상황에 경선 흥행은 보장이 됐지만 유력 부산시장 후보인 전 의원을 꺾을지 미지수다. 전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에 발목이 잡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 역시 누가 더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KNN>이 지난 3일~4일 양일간 여론조사업체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부산시장 선거 가상 양자 대결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0.2%가 전재수 의원을 선택했다. 현역인 박 부산시장의 지지율은 26.7%로 두 사람 사이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3.5%p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에 부산시 안팎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더불어 계속되는 인구 소멸 현상 등 현 부산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해석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만 18세 이상 부산 시민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모바일 웹조사 형태에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유일한 패

민주당은 전 의원의 통일교 수사가 관건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찰 수사나 특검 출범 여부에 따라 통일교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유력한 후보인 전 의원을 대체할 후보가 마땅치 않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현재 부산은 부산·경남 행정통합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차기 시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막판 보수 결집을 노리는 국민의힘과 탈환에 나선 민주당이 격돌하면서 부산이 서울 못지않은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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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