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전쟁’ 전직 구의원의 토로

“결국 돈 많은 놈이 먹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공천은 선거에서 정당이 공식적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뜻한다. 헌금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에게 바치는 돈을 의미한다. 이 두 단어를 합친 ‘공천 헌금’은 공천을 받기 위해 권한을 가진 사람한테 주는 돈이다. 대가성을 띠기에 불법이며 은밀하게 전달된다.

최근 한 정당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불거졌다. 시의원이 공천을 관리하는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해당 인사는 후보 자격에 모자랐지만 공천을 받았고 이후 당선됐다. 이 내용은 한 언론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과 당시 공천에 관여한 또 다른 국회의원 간의 녹취 음성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비일비재

김경 서울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 헌금 명목으로 1억원을 줬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던 강 의원은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탈당했고 제명당했다.

강 의원이 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현재 무소속)에게 공천 헌금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은 더욱 커졌다.

당시 강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고 김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녹음에서 강 의원은 다주택 문제로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미리 안 김 시의원이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 남모 보좌관에게 전화해 1억원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고 말한다.


강 의원은 “살려주세요”라며 김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보좌관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이 김 시의원에게 받은 1억원을 전세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지난 21일 경찰은 강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1억원의 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시의원이 공천을 받은 경위와 강 의원이 돈을 돌려준 과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시의원은 앞서 경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수개월 뒤 돈을 돌려받았다고 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강 의원 측에서) 갑자기 공천 헌금을 돌려줘 의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20시간 이상 조사받은 뒤 “성실하게 사실대로 최선을 다해서 조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정당은 선거 때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한 공천 기준을 세우고 그 잣대에 맞춰 후보를 선발하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돈으로 자리를 사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고, 몇몇은 투서나 제보 등의 형태로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하지만 김 시의원의 사건만 봐도 공천 헌금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22년 지방선거 전후다. 올해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사실을 고려하면 김 시의원은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셈이다. 그나마도 김 의원의 녹취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구의원을 지낸 A씨는 공천 헌금이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강선우 의원 사건은 좀 의아하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왜 그 사람의 경우만 녹취가 나왔냐는 거다. 이슈를 희석하기 위해 (누군가가 녹음본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 사건 “의아하다”
시세 있을 정도·갑질 만연

지난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순수하게 정치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면서도 “전국으로 따지면 상당히 많은 수가 공천 헌금을 주고 후보 자리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구청장·군수 등 기초단체장, 시의원, 구의원 등 유권자 수가 적을수록 공천 헌금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큰 구의원의 경우는 공천권을 가진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천 과정을 묻자 A씨는 “말로만 공천 절차지, 실질적으로는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몇몇이 (공천을) 좌지우지한다”고 강조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부 지역구 구의원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고도 했다.

지방선거는 300명을 선출하는 총선과 비교해 10배가 넘는 인원을 뽑는다. 2022년 제8대 지방선거의 경우엔 단체장, 의원, 교육감 등을 포함해 약 4000여명을 선출했다. 인구수가 적은 지역구는 수천표만 받아도 당선권에 든다. 일부 지역구에선 투표 없이 당선자가 나오는 사례도 존재한다. 결국은 공천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A씨는 “결국은 돈 싸움인데, 당의 지지세가 센 곳은 당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시세가 높다”면서 “이번에 드러난 김경 시의원 지역구는 강서구 아닌가. 거기는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라 (돈)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경 시의원이 강선우 의원에게 건넨 돈이 1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한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듣기론 2억~3억원”이라고 귀띔했다.

구의원은 3000만원, 구청장은 5000만원 등 ‘급’에 따라 공천 헌금의 시세가 형성돼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당협위원장 주변에 ‘바람잡이’들이 있다. 누구는 얼마를 했는데, 얼마가 필요한데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예를 들어 누군가가 3000만원을 줬는데, 다른 사람이 5000만원을 내면 그 사람에게 공천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천 헌금 문제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1대 1 거래인 것도 있지만, 공천받지 못한 경우에는 대부분 돈을 돌려주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이득을 얻는 구조라 특정한 상황, 즉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일단 공천을 받으면 쓴 돈 이상으로 뽑아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A씨는 “최근 김경 시의원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가족회사 논란이 나오고 있지 않나. 그 자리에 앉으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구의원은 시의원과 비교해 권한이 작지만 들인 돈(공천 헌금) 이상으로 충분히 챙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권을 쥐거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갑’, 받고자 하는 사람이 ‘을’이 되다 보니 갑질도 만연하다고 말했다. A씨는 “‘너, 공천 안 준다?’ 그 말이면 충분하다. 밥 사주고 술 사주는 건 기본에 애경사에 돈도 대신 내준다. 출판기념회를 하면 책도 100권씩 산다. 기본적으로 돈이 없으면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선거 구조와 공무원 조직이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의원을 지내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시의원 수를 늘리고 구의원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거개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의원이 ‘완전 머슴’이라면 시의원은 ‘반만 머슴’이다.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에서 그나마 시의원이 좀 더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입장에서는 둘 다 머슴이니 없애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안 걸린다

이어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은 4년에 한번씩 물갈이되는데 공무원 조직은 몇십년 동안 그 자리에 있다. 의회에 처음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공무원이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끌려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못 가는 경우가 생긴다. 유권자, 공무원 조직이 다 바뀌어야 지방의회가 투명해지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