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키즈 모델 에이전시 실태

아이 꿈을 미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아이를 가진 부모의 환심을 사는 건 쉽다. 내 아이가 모델이 될 수 있다면 혹하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 “재능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덜컥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이의 미래와 부모의 마음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실정이다.

“저희 아이가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5살 아이를 둔 아빠 A씨는 SNS에 뜬 키즈 모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키즈모델 에이전시인 B사의 계정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아무나 합격? 

지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가 1차 프로필에 합격했다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전화였다. A씨는 B사로부터 “‘카메라 테스트가 있을 예정인데 테스트 비용이 10만원 발생한다’며 ‘테스트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흔쾌히 카메라 테스트 비용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업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테스트에 합격할 경우 이른바 ‘소속비’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속비란 키즈 전문 에이전시에서 아이를 회사에 소속시킨다는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이다. 보통 계약·관리 명목의 비용이지만 정상적인 기획사는 소속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데뷔를 시켜주겠다”거나 “드라마에 출연을 시켜주겠다”며 회유성 조건을 거는 경우는 불법이다.


이에 A씨는 이상함을 느끼고 B사에 “카메라 테스트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B사는 당초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던 설명과 달리 돌연 “환불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 작가 섭외와 촬영 예약이 이미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카메라 테스트조차 받지 않았는데 환불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메라 테스트 비용을 받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통상 예약금 명목으로 비용을 받더라도 테스트 이후 환불을 해주거나, 원본 사진 제공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결국 A씨는 테스트 비용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수차례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연락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테스트비 받고 ‘배 째라’
합격 통보하고 ‘소속비’ 요구

8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 C씨 역시 SNS 광고를 통해 B사를 알게 됐다. C씨는 “카메라 테스트만 받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신청 후 테스트비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고, 테스트 당일 스튜디오에서 간단한 촬영을 진행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촬영 후 이어진 상담에서 업체 측은 “테스트에 합격했다”며 소속 계약 제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소속비’ 이야기가 나왔다. 소속 기간은 2년이었고, 중도해지 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속비가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안내받은 적이 없었다”는 C씨는 “처음부터 소속 계약을 전제로 한 오디션이었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소속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미 지급한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


C씨는 “카메라 테스트 자체보다도, 중요한 비용 얘기가 사전 고지가 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느꼈다”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일인 만큼 더 명확한 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다른 기획사에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6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 D씨는 아이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E사로부터 아동 모델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지원한 기억이 없어 의아했지만, “키즈 모델을 찾고 있다”는 설명에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다.

카메라 테스트는 2~3분 남짓 진행됐다. 촬영 직후 상담실로 이동하자, 업체 대표는 각종 광고·브랜드 촬영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쪽으로 계약하면 이런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조건과 함께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D씨는 “레슨비 명목이었는데 6개월 된 영아에게 어떤 교육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정 과정 역시 문제였다. D씨는 “오늘 오후까지 계약해야 한다” “이번 주 오디션이 끝이라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달라는 요청에도 “오늘 결정하지 않으면 계약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D씨는 결국 계약금을 결제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후 언급했던 촬영은 진행되지 않았다. 계속된 기다림 끝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위약금이 너무 커 환불할 수도 없었다.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왜 보호자가 부담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브랜드 연결 가능”
허위 문구 광고로 회유

유입된 부모들의 공통점은 모두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키즈 모델 모집 광고에는 ”모델 등록뿐만 아니라 실제 브랜드와 연결되는 모델을 선발한다“고 적혀있었다. 이에 더해 “한정된 인원만 모집 중이며 마감 시 추가 인원 선발은 없다”며 광고했다. 부모들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문구다.

한 연예 기획사가 발표한 불법 매니지먼트 유형에 따르면 ▲학원형 기획사 ▲아역 에이전시사 ▲제작형 기획사로 나뉜다. 먼저 ‘학원형 기획사’는 연기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광고·방송·영화 에이전시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닝 비용과 소속비를 함께 요구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키즈 모델 선발 대회나 오디션을 열어 참가자 정보를 수집한 뒤 고액의 수강료나 소속비를 요구한다. 이는 매니지먼트사가 교육·훈련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 전속계약서의 취지에 어긋난다.

‘아역 에이전시사’는 학원 운영 없이 광고·방송·영화 출연을 알선해 준다며 소속비나 프로필 촬영비를 요구하는 유형이다. 무허가 키즈 잡지나 웹진을 만들어 표지 모델 선발 대회를 진행하거나, 유명 잡지·모델 선발 대회가 열리는 것처럼 홍보한 뒤 비용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운영을 겸하며 프로필 사진 촬영을 영업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제작형 기획사’는 방송 고정 출연이나 콘텐츠 제작 참여를 조건으로 투자금이나 제작비 명목의 비용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공중파나 종편 출연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편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용을 먼저 요구하거나, 대본 리딩·트레이닝을 포함한 제작비를 부담시키는 경우다. 


정신적 부담 

한편 부모들은 환불을 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법적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비용·정신적 부담을 이유로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금액이 수십만원대의 소액인 경우도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일찌감치 포기한다.

A씨는 “적은 금액이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이 많더라. 아이를 위한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 정말 나쁜 짓”이라고 질타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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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