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1.19 13:10:47
  • 호수 1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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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빈 공간 노리는 야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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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