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홈플러스 사태 어디로…

점점 수면 아래로…이대로 침몰시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겉으로는 업계의 몰락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수만명의 밥줄이 끊기는 일이다. 해를 넘겼는데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할 일만 남았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해 3월 시장을 강타한 ‘홈플러스 사태’. 어디까지 전개된 걸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처음엔 큰 덩어리만 보이는 법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야 윤곽이 드러난다. 문제는 그때쯤이면 사건에 대해서도, 그 본질에 관해서도 관심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가장 뒷전이 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먹이사슬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들이다.

기습 행보
업계 충격

‘홈플러스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의 몰락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뒤바뀌면서 안 그래도 입지가 좁아지던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년간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전국의 점포가 공중분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3월4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 절차는 부채가 많은 기업이 재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엔 법정관리로 불렸다.

당시 홈플러스는 “최근 신용평가에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이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 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 낮음 등을 신용등급 하향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도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언급했다.

홈플러스는 ‘선제적 조치’라면서 영업은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홈플러스의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반응부터 큰 위기가 닥친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기업회생 절차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100개가 넘는 점포, 2만여명의 직원은 물론 홈플러스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불안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로 향했다. 특히 MBK의 기습 행보는 두고두고 나오는 뒷말로 이어졌다. 이익에만 매몰돼 ‘사람’을 보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 신청
탈출에만 혈안, 자구 노력 없어

MBK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와 홈플러스그룹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40억400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조2000억원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에서 대구1호점으로 시작해 1999년 이후 영국 테스코가 경영권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MBK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미 10년 전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으로도 뒷말이 나왔는데 이후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시에 ‘먹튀’ 논란도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사용한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수 금액 7조2000억원 중에 1조2000억원은 기존 차입금을 승계한 것으로 MBK는 실제 6조원에 홈플러스의 주인이 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전체 인수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3조1000억원은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고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로 충당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모두 가진 주식이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MBK의 인수 자금 융통 방식을 두고 위험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MBK의 인수 차입금은 홈플러스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변화하자 수익성이 악화했고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대 들어서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MBK는 지난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받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했다. 특히 매년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던 점포를 차례로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다. MBK가 인수할 당시 7조9334억원(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6조9135억원(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12.6% 감소했다.

통매각 실패
다음 수순은?

2016회계연도 기준 흑자였던 영업이익도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해 2021년 적자로 전환했고 이후 3년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홈플러스가 선택한 방법이 기업회생 절차인 셈이다. 경영난을 극복할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지나치게 쉬운 길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MBK가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이른바 ‘엑시트(탈출)’만 노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해 10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재 출연에 대해서도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을 비쳤다.

이날 김 회장은 ‘홈플러스 등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의 질문에 “저희(MBK)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다”라며 “사모펀드 운영사고, 파트너 13명이 각 분야를 담당하는데 저는 자금 조달과 투자처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의 사재 출연 압박에도 김 회장은 이미 5000억원의 사재를 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해) 5월에 1000억원을 냈고 다 사용했다. 7월에도 1500억원을 보증해 다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9월에 2000억원 더 현금을 증여하기로 약속했다”며 “다 합쳐서 5000억원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에 뒷걸음질 치는 사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통매각은 무산됐고 분리매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2위의 대형마트가 공중에 붕 떠버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위주의 대형마트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구조조정
불가피?

정치권에서는 농협이나 쿠팡이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쿠팡이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기 전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농협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쿠팡도 이미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홈플러스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비판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회생과 청산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지난달 29일 홈플러스는 자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안은 구조 혁신형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회생 계획 인가 후 M&A 추진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매각 무산 이후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큰 슈퍼마켓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몸집을 줄여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당장 닥친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현재 홈플러스는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했고 직원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 대금도 미납이 누적돼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협력사는 납품을 중단했다.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회생안 인가에 앞서 3000억원의 ‘DIP 대출’ 승인을 요청했다. DIP 대출은 법정관리 기업에 운영 자금 등을 빌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치권 포함, 전방위 압박 중
검찰, 구속영장 청구 새 국면

홈플러스 측에서는 대출이 승인돼야 회생안 실행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또 다른 문제는 홈플러스에 밥줄이 달린 사람들이다. 회생안에는 향후 5년간 전체 점포의 3분의 1에 달하는 부실 점포를 정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41곳에 이른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인 MBK가 자금 투입 등 책임 있는 모습 없이 모든 고통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폐점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K는 메리츠(증권)로부터 3000억원의 DIP 금융을 수혈받아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빚”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마구잡이 폐점과 자산 매각 계획은 홈플러스를 더욱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홈플러스 회생안에 대해 “알짜는 팔고 부담은 버리는 구조조정이며 먹튀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안도걸 의원도 “MBK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회생이 아닌 시한부 연명 시간 끌기”라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제대로 된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 MBK의 경영은 무책임을 넘어선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검찰이 김 회장 등 MBK 경영진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권, 금융당국에 이어 사정기관까지 홈플러스 사태에 뛰어든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 7일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회장과 김 부사장, 이 전무는 감사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고 이후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2월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나흘 만인 3월4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 사태 초기부터 나왔던 의혹으로 수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 넘어
법정 가나

MBK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에 담긴 모든 혐의는) 드러난 사실과 배치되며 오해에 근거한 혐의로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법원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 등은 그동안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과도하고 부당한 조처”라며 “회생을 통해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마저 왜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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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