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와 하이브, 업계를 이끄는 두 회사가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는 철천지원수가 됐고 그 결과 카카오 창업주는 철창신세를 졌다. 하지만 법원이 카카오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동시에 하이브의 오너 리스크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이야기다.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할 때까지만 해도 벼랑 끝에 매달린 신세였으나, 법원의 무죄 판결로 한숨 돌리게 됐다. 카카오 역시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서 벗어났다. 반면 김 센터장에게 양형 기준상 최고형을 구형한 검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15년 구형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기소된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무죄였다.
앞서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구속됐다가 같은 해 10월 보석 청구가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1심 재판부는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는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매수 주문의 시간 간격 등을 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차이가 있고, 시세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정상적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 부문장의 진술을 허위로 봤다. 이 전 부문장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에 대한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받았고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며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허위 진술할)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판시했다.
이례적인 부분은 재판부가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양형 기준으로 따졌을 때 최고형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재판부는 “앞서 말했듯 이씨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이씨는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이) 지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과 카카오는 일단 사법 리스크를 벗게 됐다. 김 센터장은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도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받아
한 명은 무죄, 다른 한 명은?
김 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기획사 하이브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김 센터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자체가 SM 인수 과정에서 일어난 하이브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상황이 미묘해졌다. 여기에 하이브 방시혁 의장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BTS)을 키우고 하이브를 설립한 케이팝의 대표 기획자로 꼽힌다. 하이브는 지난해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연예기획사 최초의 행보다. 레이블 방식을 도입해 뉴진스, 르세라핌, 세븐틴 등 유명 아이돌을 제작했고 이들은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어도어 소속 아이돌 뉴진스가 가세하면서 1년 내내 대중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은 BJ와의 열애설 등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여론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그래도 이때까진 방 의장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방 의장 본인이 경찰, 검찰, 금융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하이브의 ‘오너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벤처캐피털 등 기존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자신과 관계있는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팔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하이브의 IPO 절차가 본격화되자 사모펀드 측은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했고 방 의장은 사모펀드로부터 주식 매각 차익의 30%를 받는다는 계약에 따라 1900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방 의장이 기존 주주들에게 IPO 계획을 숨기고 그들의 지분 매각을 유도했는지, 이 같은 주주 간 계약을 상장 시 공개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등이다.
사정당국은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을 예측하고 기존 주주들을 속여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고 의심 중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방 의장이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경영상 결단과 행운이 겹쳐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경찰은 서울 용산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받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도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이다. 국세청도 하이브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다.
뒤집었다
심지어 방 의장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방 의장이 지난 8월11일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출국금지 조치했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방 의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케이팝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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