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300여명 구금’ 사태, 예고된 참사였나?

비자 딜레마·한국식 관행 문제
E-4 취업 비자 신설 등 논의 시급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던진 경고음이자 ‘예고된 참사’였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역사상 최대 규모인 475명 체포, 그중 300여명이 한국인이라는 충격적 사실은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기업들이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상용 방문(B1) 비자나 무비자 프로그램(ESTA)으로 출장자를 보내온 관행이 누적된 결과였다.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B1 비자 또는 ESTA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B1 비자의 경우 회의 참석, 계약 협상, 시장 조사 등 ‘비노동 목적’ 활동만 허용한다.

그러나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들이 수행한 업무는 설비 설치, 기계 조립, 공정 감독 등 명백히 ‘노동’에 해당하는 활동이었다.

왜 이런 위험을 감수했을까? 그 배경에는 지나치게 높은 H-1B 전문직 취업비자의 문턱이 있다. 미국은 매년 8만5000개의 H-1B 비자만 발급하지만, 지난해 신청자는 78만명에 달했다. 당첨 확률은 10%대에 불과해,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계획적으로 파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사 기간도 문제다. H-1B 발급까지 보통 6~9개월, 복잡한 경우 1년 이상 소요된다. 현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수혜를 위해 2025년 안에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현실적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에 쫒긴 채, 인력은 급하고 비자는 없어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한 현지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사는 하루가 급한데, 합법적인 비자 발급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단기 비자로 현장을 챙기다 결국 사달이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0년 SK온의 조지아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과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 직원들이 비자 발급을 제때 받기 어려워 ESTA로 출국했다가 불법 취업자로 간주됐다.

이 같은 관행은 산업 전반의 고질병이 됐다는 아우성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직원들은 “장비 90%가 한국산인데, 현지인으로는 설치·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 SK하이닉스 인디애나 공장, 한화·HD현대의 조선 투자까지 모두 같은 비자 딜레마를 안고 있다.

문제는 비자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이번 사태의 주된 원흉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발주처 지시 한마디로도 설계 변경이나 인력 투입의 방식으로 공정 단축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정식 서류(Change Order)와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한국 주재원들은 지체와 혼란을 겪었고, 이를 만회하려 한국 인력을 단기 파견해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미국 표준 규격과 맞지 않는 장비, 반복되는 시행착오, 서류와 절차를 무시한 돌려막기식 일 처리는 결국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커다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단속에는 정치적 맥락도 짙게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동맹국 기업이라도 예외는 없음을 강조했다. 

또 극우 성향 정치인의 제보가 배경에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해병대 출신 공화당 예비후보 토리 브레넘은 현장 불법 고용 정황을 녹취·신고했고, ICE 단속의 ‘불씨’가 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나는 불법 이민자를 제거하기 위해 투표했고, 그 일이 실현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자축했다. 즉, 이번 사건은 미국 내 반이민 정서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뒤엉킨 결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에 자리한 ‘미국 우선주의’ 담론은 “대규모 투자는 환영하되, 그 과정에서 반드시 비싼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인식과 직결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기업은 투자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이 강해, 한국 기업의 편법 파견 문제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규모 확대와는 별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투자 장려 정책과 동시에 강화되는 비자 제한이라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현지에서 한국 기업이 느끼는 불안감과 ‘우대를 받는 투자자’로서의 대우에 대한 냉소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상호 관세 협상 타결로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까지 마련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틀은 한층 확대됐다. 하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인력이 막혀 있다면 실질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K-산업의 북미 진출은 이제 투자 규모나 정부 지원으로 성패가 갈리지 않는다”면서 “합법성과 현지화가 생존의 조건이다. 조지아 평원에 울린 사이렌은 한국 기업 전체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이 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국인 대상 H-1B 쿼터 확보나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요구는 입법처에서 10년 넘게 번번이 무산돼왔던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논의가 제대로 된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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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