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야심차게 재등장한 아베정권이 지난 잃어버린 20년을 종식시킬 것으로 일본 국민은 확신했다. 그만큼 그는 강력해 보였다. 아베정권이 지난 20년에 10년을 추가하여 다시 잃어버린 30년으로 연장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잃어버린 30년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충격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한 사회 현상이었다.
이 30년 동안 일본 사회는 가뜩이나 보수적 성향인 민족이 더욱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대부분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경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하게 저축을 하고, 이는 소비 트렌드를 바꿔 놨다.
그로 인해 일본 소비자들은 ‘소비 위축’ 현상을 겪게 됐고, 이는 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 백화점과 쇼핑몰은 대대적인 세일을 하고도 손님이 없는 날이 많았으며, 사람들 마음속에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두려움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이 같은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유행한 말은 ‘사토리’다. 이는 ‘도를 통한 도사’라는 뜻인데,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돈도 출세도 포기한 도사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이라는 말이다. 이들은 아무런 욕망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성공한다는 공식은 이제 없어진 지 오래다. 결혼도 포기한 마당에 알바로 약간의 돈을 모아 단칸방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하기야 좋은 직장이라 해도 30년 전 월급이 지금까지 제자리다. 당연히 실질소득은 30년 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우리 경제계의 리더 한 분이 “미래 한일 협력의 크기는 엄청난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 말은 시의적절하다. 트럼프 시대의 광풍 속에서 동아시아의 리틀 빅맨으로서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한일 두 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상호 협력의 바탕을 마련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이 만들어 나갈 새로운 미래와 신한일 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됐다. 지금 세계 속의 한류 문화를 과시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간과하면 안 되는 중요한 것은 역사 인식이다. 지금 세계사의 중심 추는 돌고 돌아 동아시아로 오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핵심이 되고 있다. 그 당위성은 오직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언론이 제공하는 표면적인 지식으로는 안 된다. 정치에 오염된 편향된 지식으로도 안 된다. 인문학적이며 사회학적인 고통스러운 성찰이 선행된 것이라야 한다.
일본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어떤가? 그들에 대한 종주국 의식이나 문화적 자부심과 또 한편 식민의 역사적 열등감이 교차하지는 않는가? 그 역사 인식 또한 크게 달라져야 한다. 저 아득한 7세기에서 비롯된 질풍노도의 역사적 변곡점을 관통해 온 동아시아의 새 역사는 지금 21세기에 또다시 격변하고 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그 변화를 15가지 키워드에서 찾고자 한다. 하나하나의 키워드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는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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