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8)

중은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거부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게 인생사
격려와 위로가 때로는 큰 위안

“진 사장, 자네와 이분과는 모든 입장이 다르지 않겠는가? 그러니 처리하는 방법도 달리해야지. 자네처럼 막가파식 조폭처럼 해서야 쓰겠어?”
내가 반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하긴,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나도 닥치면 방법이 없겠지만.”
진 사장 역시 머쓱해져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은 최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력여하에 달렸다고 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라도 당장에 찾아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저보다 저희 집사람이 가장 먼저 달려갈 겁니다.”
“일을 하시다 막히시면 언제라도 전화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어떤 결과든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장시간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 사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듯 깍듯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심한 갈증 끝에 물 한 모금 얻어 마신 자처럼 감사해 하는 모습이었다. 제발 잘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서로 최 사장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심정으로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나니 새삼스레 산다는 것에 대해 사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십년 묵은 원을 풀다

‘최 사장은 처음 내 방에 들어올 때는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는 사람처럼 활기가 넘쳐 보이는구나. 이 짧은 세상살이에도 이토록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일들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참 거부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게 인생사이니…. 이런 것조차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겠지.’
그로부터 며칠 후 최 사장으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그의 집사람이 장인어른을 뵙고 확인서를 받았으며,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둘째 여동생에게서도 확인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정해둔 법무사에 의뢰하여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완료하였다고 했다.


내 예측대로 일이 풀리고 있었다. 최 사장이 두 번 세 번 고맙다고 했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쁘게 그 사건을 잊고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진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이, 임 이사! 오늘 시간이 어떤가? 지난번 약속대로 저녁식사라도 하지?”
“미안하네. 오늘은 직원들과 회식이 있어 식사는 다음에 하고 차라도 한잔 하겠다면 들러주게나”
“이 사람이, 바쁜 척 하기는…. 하아, 농담일세.”
“아니야. 지금은 별로 바쁘지 않아.”
“그럼 잠깐 들러서 차 한 잔 마시겠네.”

“그러지 뭐.”
통화가 끝나고 두어 시간 뒤에 진 사장과 몸집이 큰 최 사장이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임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최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큰절이라도 하듯 고개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니 웬일이십니까? 최 사장님께서 오신다는 말은 없었는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내가 말했다.
우리는 예전과 달리 편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최 사장이 자리에 앉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마지못해 털어놓다

“아닙니다. 저도 최 사장님 일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찾아주시니 고맙기도 하고요.”
그러자 옆에서 기분 좋게 웃음 띤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진 사장이 거들었다.
“임 이사! 최 사장님이 사건 마무리가 잘 되서 조금이라도 빨리 소식을 전해주고자 방문하였다네.”
“아, 그래요. 정말 잘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내 일처럼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가 내 손을 마주잡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보였다.

“임 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십년동안 막힌 원이 풀린 것 같습니다.”
최 사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무슨 말씀을요.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잖습니까. 정말 수고했어요.”
그리고선 진 사장을 향해 웃음을 던졌다.
“어이, 진 사장! 자네는 뭐하는가? 자네도 일어나 악수 한번하세.”
“아니, 나는 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진 사장이 일어나며 겸연쩍게 말했다.

“이 사람아, 무슨 소린가? 자네가 최 사장님의 기를 살려준 것이 아닌가. 다 옆에서 격려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가 최 사장님께는 큰 위안과 힘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최 사장님을 나에게 모셔온 것도 자네가 아닌가?”
그제야 진 사장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최 사장에게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그래 어떻게 잘 정리가 되었습니까?”
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 내가 궁금한 걸 물었다. 최 사장이 무용담을 말하듯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무척 마음을 졸이며 제 집사람과 함께 장인께 찾아갔습니다. 이런저런 애기를 하다가 집사람이 슬며시 장인이 가지고 있던 주택을 현재 명의인에게 명의이전해준 것을 끄집어내면서, 그 주택을 팔았는지 아니면 또다시 동서이름으로 명의를 넘겼는지 모르겠다고 혼잣말처럼 궁금해 하듯이 말문을 열었지요. 그러자 장인어른께서도 궁금하다는 식으로 말씀을 꺼내시기에, 제가 장인어른께 당시 명의신탁을 받은 사실과 실제로 권리자는 동서가 아니냐고 말씀을 드리자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그러면서 동서와 그의 처를 지칭하며 ‘그네들이 하도 명의신탁해달라고 졸라서’ 그랬다고 회상하시는 겁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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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