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시즌2’ 국민의힘 웃는 속사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30 15:52:04
  • 호수 1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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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라진다
여야 모두 윈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엔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란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민주당이 검찰 해체에 집념을 불태우는 사이, 무형의 이익을 누릴 국민의힘은 남몰래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민형배·김용민·강준현·김문수 의원 등이 지난 11일 ‘검찰개혁’ 법안들을 발의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들엔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 설치 ▲국가수사위원회(이하 국수위) 설치 등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청 폐지
공소청 설치

이들 법안에 따르면, 검찰청은 완전히 사라진다. 검찰의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마약) 수사 기능과 내란·외환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맡는다. 기소·공소 유지·영장 청구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는다.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중수청·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업무 조정 ▲관할권 정리 ▲관리·감독 ▲불기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맡는다.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검사의 수사권은 완전히 박탈된다. 중수청에 배치되는 기존 검사의 신분은 수사관으로 바뀐다. 기존 검찰수사관도 수사관 신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검사와 휘하 수사관이 같은 신분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이미 지난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폐지됐다. 따라서 국가수사위원회가 업무 조정 및 관리·감독 권한을 매개로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 기관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미국의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는 국가정보장(DNI)서 본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위상에 결정타를 날렸다.

CIA의 각종 공작 실패 사례와 치부는 소련 해체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하나하나 만천하에 공개됐다. 아울러 9·11 테러는 CIA의 지나친 위상을 견제한 다른 정보기관의 비협조로 인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첩보마저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단 현실이 까발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은 지난 2005년 DNI를 신설해 CIA가 맡았던 정보공동체의 좌장 역할을 맡겼다. DNI는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면서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하고, 정보 교환 흐름을 감독한다.

민주당은 로스쿨 설치 등 사법개혁과 관련된 많은 부분을 미국식 시스템에서 도입하고 있다.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지 않고, 기소·공소 유지만 담당한다”는 발상도 우리가 인식하는 미국의 수사·기소 시스템과 비슷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수사·기소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양한 반박이 제기된다.

신태훈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독일·일본 등 29개국에선 검사의 수사권·수사지휘권을 헌법·법률로 명시한다.


다만 미국 연방검사의 수사권이 명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미국 연방검사의 직무 형태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검사가 아예 수사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검사는 각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협업하는 형태로 수사에 참여한다.

미국 검사가 수사 안 한다고?
협업·통제 형태로 수사 참여

이어 수사 과정을 법률적으로 통제·감시하며, 기소하거나 대배심에 넘기는 형태로 수사를 종결·총괄한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수사 지휘·기소 형태로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검사와 수사관들이 TF를 구성해 수사하는 사례도 흔하다.

미국 법정 스릴러 장르 영화·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은 검사보가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증거 관련 보고를 들은 후 “이 정도로는 기소하거나 대배심에 넘길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수사관들이 “더는 수사하기 어렵다”는 등 경찰의 사정을 검사보에게 전하면서 하소연하거나 설득하는 장면도 흔히 나온다.

기소·대배심 회부 가능 여부를 수사 지휘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미국의 검사는 무죄가 선고된 제1심에 대해선 항소할 수 없다. 또 대배심에 넘겨지는 사건은 연방법 위반·살인 등 중범죄다. 대배심과 제1심은 배심원이 판단을 좌우한다. 검사로선 엄격하게 수사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 검사의 엄격한 수사 통제는 곧 검사의 수사 참여이자 수사 지휘가 된다.

월가의 금융범죄 수사 과정을 다룬 드라마 <빌리언스>에선 주인공인 뉴욕 남부지검장이 뛰어난 능력과 카리스마로 금융범죄 수사를 맡은 FBI 요원들을 휘어잡아 수족처럼 부리는 과정이 묘사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도 고담지검장 하비 덴트가 고담시의 부패한 경찰관들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묘사된다.

검사와 수사기관이 함께 팀을 꾸려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는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설정들이다.

현실의 미국 검사는 대통령의 측근도 수사한다. 제프리 버먼 전 뉴욕 남부지검장은 지난 2020년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과 윌리엄 바 당시 미국 법무부 장관은 버먼 전 지검장을 기습 해임했다.

한국계 법조인으로서 지난 2017년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을 맡았던 김준현 변호사도 지난 2022년 S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검사도 수사한다”며 “직접 수사를 할 때도 있고, 경찰·FBI의 수사를 감독·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먼저 수사를 시작했다”며 “검사의 개입 없이 그런 사건을 수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형태에 대해선 “검사가 지휘하는 것은 아니고, 같이 토론하면서 일한다”며 “의견 충돌 상황에선 기소·공소 유지를 하는 사람은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의 지시를 따른다”고 답변했다.

미국은?
사례 보니…


김 변호사의 인터뷰 발언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사 감독·지휘’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경찰·중수청을 산하에 둔 행정안전부는 비대해진다. 행정안전부 견제 방법은 아직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수사위원회가 수많은 사건을 일일이 조정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검사의 수사 지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뒤집은 사례가 실제로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지난 1987년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던 신군부와 경찰에 맞서 박군의 부검을 강행한 사람은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이었다.

그전까지 경찰은 수많은 고문을 자행했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당시엔 검찰이 경찰의 고문 은폐 뒤처리를 맡아야 했다. 당시엔 신군부의 비호하에 경찰이 지나치게 비대해 검찰이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6년 발생한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도 검찰이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은 사례가 밝혀졌다. 사건에 연루됐던 법조 브로커 이동찬은 지난 2015년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지시를 받아 평소 호형호제하던 구모 당시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장에게 13회에 걸쳐 뇌물 1억1000만원을 줬다.

이후 구 과장은 “송 대표에게 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해 기소하라”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어기고, 미인가 금융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유사수신행위법상 유사수신행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때 적용될 수 있다. 즉, 송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더 큰 방향의 송치를 노렸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1월 구 경정의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5년형을 확정했다. 송 대표도 같은 해 여러 건의 유사수신 행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았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재심 청구를 주된 분야로 삼는 박준영 변호사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가 다룬 사건 중 상당수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누명을 쓴 사례들이다.

누명 설계
상호 견제

경찰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 당시 엉뚱한 사람을 체포해 모텔과 경찰서 등에서 수시로 폭행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제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수사 과정서도 엉뚱한 사람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해 자백을 받아냈다.

물론 이들 사건에선 검찰도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경찰이 누명을 설계했다는 것과 상호견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발생할 비극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22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으로부터 비롯되는 피해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검찰 수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은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 아닌지, 검찰개혁에 강경한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당시 스스로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고 공개했던 박 변호사는 간첩 조작 사건을 함께 변호했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지목해 “의원님이 변한 건지, 제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긍정적이었던 정의당에도 “정의당 의원들의 ‘정의’가 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당시 박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전엔 검사들이 미제 사건 처리를 위해 야근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칼퇴근한다”며 “사건이 경찰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은 많아졌지만, 검사는 상대적으로 일을 덜 한다. 더 잘하고 빨리할 수 있는 걸 제도로 막는 게 개혁 맞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검찰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측근들은 연이어 구속됐고, 자신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소환되는 과정이 생중계되는 등 모멸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금까지도 검찰에 대한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오랜 비원 마무리하려는 민주
손해 없을 국힘의 약속 대련?

민주당은 현재 집권·여당이자 170석을 보유한 절대적인 원내 1당이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까지 합하면 189석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집권여당이자 원내 1당의 기세를 타고 검수완박을 완수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검찰청법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늘리는 방법으로 우회해 검수완박을 무력화했다.

우회 경로를 통한 검수완박 무력화를 막는 데는, 검찰 해체가 가장 확실하다. 아울러 제1야당이자 원내 제2당이 된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해체를 실현할 첫 관문은 국회 법사위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의 요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제22대 국회 후반기엔 다시 원구성이 논의된다. 민주당으로선 1년 안에 오랜 비원인 ‘검찰 해체’를 마무리해야 한다.

물론 국민의힘도 검찰 해체에 반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를 일컬어 “수사기관을 정권에 종속시키는 악법이니,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수위에 대해선 “국수위 위원 11명 대부분은 대통령과 민주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수사기관을 명백히 정권에 종속시키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수 성향 법조인들을 초청해 ‘검수완박 시즌 2,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이란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검찰은 해체하면서 공수처와 특검엔 왜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권·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한 국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국수위와 비슷한 형태로 수사를 통제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수위 위원 11명 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7명을 추천할 수 있고, 시민사회단체도 추천할 수 있다”는 그는 “공소청이 전국의 항고를 모두 도맡는다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재산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 지연이 뻔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진 않는다.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는 국민의힘에도 눈에 띄지 않는 이익이 된다. 일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여 투쟁 계기로 작용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된다.

아울러 검찰 해체가 국민의힘에 큰 손해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대부분의 민생 치안 사건은 경찰의 수사를 거쳐 이를 송치받은 검사가 기소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동안 논의된 검찰개혁은 정치인 등이 연루되는 대형 사건 수사 방향과 연결돼 논의됐다.

큰 손해
아니다

결정적으로 의석수 107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힘이 없다. 적당히 여론을 의식한 눈에 띄지 않는 약속 대련 형태의 반발을 이어가면서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 해체는 국민의힘에도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막기도 힘든데 무형의 이익이 있다면,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다.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는 국민의힘도 남몰래 웃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정치의 본질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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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