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진짜성장’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지난 17일 이재명정부의 5년 로드맵을 수립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이한주 위원장)는 진짜성장이라는 개념에 입각해 국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진짜성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난 5월17일 발표했고, 5월28일 더불어민주당도 공약집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진짜성장은 저성장과 불평등의 늪에 빠져들어가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3대 전략, 5대 과제, 4대 개혁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335비전(인공지능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연구원(이한주 원장)도 지난 16일 “진짜성장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혁신과 가치창출에 참여하고 과실을 함께 누리는 성장을 뜻하며, 수도권과 지역, 중소기업과 대기업,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 참여해 성과를 나눠 가져 성장을 체감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짜성장을 극복하고 진짜성장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이 구체화한 후 국정기획위원회가 진짜성장이라는 경제 간판을 건 것이다. 필자는 지난 6월6일 일요시사 ‘시사펀치’에서 경제 간판 대신 외교·안보·통상 간판을 걸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주권정부라는 정치 간판을 걸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3대 전략은 기술주도성장(T), 모두의 성장(G), 공정한 성장(F)이라는 TGF 전략이다. 기술주도성장은 AI·바이오·문화·방위·에너지·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대도약을 이끌겠다는 전략이고, 모두의 성장은 중소벤처·과학기술 혁신으로 성장영역을 늘려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고, 공정한 성장은 ‘갑의 횡포’를 극복하는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5대 과제는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 전략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중소벤처 및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확립, 지역 성장과 국토 공간 혁신,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 등이고, 4대 개혁은 규제·금융·행정·교육 등‘이다. 개혁은 사회 각 분야에 숨어있는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3대 전략, 5대 과제, 4대 개혁을 토대로 AI(인공지능)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라는 진짜성장 경제간판의 핵심인 335비전을 제시했다. 335비전이 정부의 경제 분야 청사진이 된 셈이다.
필자는 진짜성장이라는 경제 간판을 보면서 외교·안보·통상 간판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정부가 간판을 빨리 건 점에 대해선 박수를 보낸다. 특히 AI 등 기술패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국제질서 속에서 기술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민 모두의 역량을 키워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35비전처럼 이명박정부 때도 보잉 747 여객기의 날아오르는 이미지를 접목한 747비전이 있었다. 747비전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7%로 높이고,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시대를 열고, 세계 7위권(G7에 버금가는)의 선진대국을 만든다는 경제 분야 청사진이다. 당시 이명박정부 간판은 녹색성장이었다.
그러나 747비전은 목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명박정부는 2년 만에 747비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 후로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간판은 회색간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현 정부도 진짜성장 간판의 핵심 비전인 335비전이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진짜성장 간판이 가짜성장 간판으로 변해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335비전이 꼭 실현돼 진짜성장 간판이 5년 내내 빛나게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간판은 원래 대선후보와 그 정당서 만든 공약에서부터 지작된다. 즉 선거용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다. 공약을 만들 때 최대 목표는 어떻게 해서라도 대선서 승리하는 것이기에 선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염려가 있어 필자가 공약에 나와 있는 경제 간판보다 국제흐름에 맞는 외교·안보·통상 간판을 걸어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747비전 실패를 경험한 후 2012년 시행된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경제부분에 대한 공약에서 자세한 수치나 구체적인 장미빛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과감하게 747비전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335비전을 발표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335비전은 달성하기 쉽지 않은 비전이다. 하지만 정부는 진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335비전을 제시했을 것이다.
335비전은 정부가 세웠지만, 이제는 335비전이 정부와 우리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우리 국민이 335비전과 진짜성장 간판에 걸맞는 스탠스를 가져야 한다. 정부와 여당만으론 진짜성장 간판을 오래 걸어둘 수도 없다. 여당이 양보해서라도 야당과 함께 가야 한다.
진짜성장 간판이 가짜성장 간판으로 바뀌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제 막 진짜성장 간판을 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임기 내내 정부 간판을 걸어보지도 못한 윤석열정부에 비해 취임 2주 만에 정부 간판을 건 이재명정부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조금은 안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