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봐도 안다? 계약금도 양극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계약금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강남 3구의 경우, 계약금이 20%인 반면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경기·인천 등은 5%로 낮아지고 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금 ‘10%’ 룰이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금 보유량을 갖춘 수분양자를 모집하기 위해 계약금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반대로 미분양이 속출한 경기와 인천 신규 분양 단지에선 계약금까지 할인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서로 대금을 치르게 된다. 시행자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양가의 20% 이내에서 계약금을 정할 수 있다. 집단대출이 가능한 중도금,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별도의 대출 상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문율
깨지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비율을 정하는 사업시행자가 많았다. 계약금을 비교적 소액으로 잡아 수분양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분양한 대다수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을 20%로 내세웠다.

국평 최고 분양가 기준 계약금은 ▲강남구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10월 분양)’ 4억4000만원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12월 분양)’ 4억3000만원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10월 분양)’ 3억8000만원 ▲강남구 ‘청담르엘 (9월 분양)’ 5억원 등이다.


이밖에 ‘디에이치방배(서초구)’ ‘래미안레벤투스(강남구)’ ‘메이플자이(서초구)’ 등도 계약금 비율이 20%인 단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약금을 높이더라도 ‘완판’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에 새로 분양하는 단지는 우수한 입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 단지의 청약자 수는 42만8416명으로, 서울 전체 청약자 수(60만4481명)의 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청약 경쟁률은 서울 내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02 대 1)보다 약 3배 높은 289대 1을 기록했다.

잘나가는 강남 3구는 20%
수도권 미분양 단지는 5%

전문가 사이에선 수도권 부동산시장 옥석 가리기가 청약시장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과 단지별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며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지난해의 흐름을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확대된 공급 절벽이 예상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경기·인천 등에서 계약금 5%가 분양시장의 룰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급등한 공사비와 자재비,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이 커지자 계약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실질적인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분양가가 6억원인 단지라면 계약할 때 10%인 60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5%로 줄이면 초기 납입금이 300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성과도 좋아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시장
옥석 가리기

아파트 분양은 계약 직후 입주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 납부와 잔금 일정 등을 거쳐 수년 뒤에 입주하는 구조다. 초기 계약금만 마련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분양시장에서도 흥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은 3개 블록 분양을 모두 계약금을 5%로 책정했고, 조기에 100% 계약을 끝냈다. 경기 용인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도 지난해 계약금 5% 혜택을 더해 조기에 전 세대 계약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10% 계약금은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계약금이 낮아지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입지가 좋은 곳이지만 가격 부담을 느껴 계약을 망설여 온 수요자들의 분양 시장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약금을 5%로 내건 경기·인천 신축 단지.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선보인 롯데건설의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9개동 72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65㎡A 267가구 ▲65㎡B 134가구 ▲75㎡A 59가구 ▲75㎡B 39가구 ▲75㎡C 23가구 ▲84㎡A 98가구 ▲84㎡B 100가구다.

2028년 7월 입주를 진행하는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계약금을 5%로 낮췄다.

롯데건설 측은 “계약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초기 현금 보유액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젊은 세대가 감당할 부담을 덜어냈다”며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비교적 여유 있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 수요자들은 1차 계약금 1000만원이면 계약 가능하다. 15일 내 계약금 나머지 5%만 입금하면 된다. 이후 입주 때(2028년 7월)까지 추가 비용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또 전매제한도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도 가능하다.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6억6400만원부터(65㎡ 5억3600만원, 75㎡ 6억500만원)다. 계약금 5%를 적용할 경우 3320만원(각각 2680만원, 30 25만원)에 불과해 입주 전까지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자금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주저한 수요자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기존 계약자들도 혜택을 받도록 소급 적용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설명했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 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거 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분양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클럽,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해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지고,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여유 있게
자금 계획

단지가 들어서는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가시화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3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효성중공업이 인천 부평구에 선보이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한정 특별분양에 돌입한다. 2475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규모에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각종 입지적 장점까지 갖춘 대장주를 선점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구 산곡1동 87-903번지 일대(산곡 재개발 정비사업)에 들어선다. 지상 최고 45층 총 2475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1248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다.

일부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타 지역 거주자나 유주택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내 집 마련 최적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매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뒤 가능하다. 계약금은 분양 가격의 5%로 책정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기·인천 미분양 속출
할인 판촉으로 털어내기

무엇보다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바로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 입지다. 산곡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강남까지 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하다. 산곡역에서 GTX-B(예정) 개통이 예정된 부평역(수도권1호선, 인천1호선)까지도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 안방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방 3개, 욕실 2개 구조에 발코니 확장 시 체감 면적이 크게 넓어지며, 곳곳에 수납 특화 설계도 더해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혼부부나 3인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에게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받는다. 널찍한 서비스 면적도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용 84㎡ 서비스 면적은 26~33㎡ 수준이지만,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경우 42~48㎡로 더 넓다. 실사용 면적으로 보면 인근 단지 전용 96㎡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또한 84㎡는 타입에 따라 4베이, 알파룸, 3면 발코니 구조 등을 선보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2024년 10월 입주를 시작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화려한 조경과 초대형 커뮤니티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조경이 150만주가 넘는 꽃과 나무로 이뤄진 가운데 최신식 커뮤니티시설로 리조트 못지않은 경관과 편의 설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 동,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5억3000만~5억4000만원대, 전용 74㎡ 6억6000만원대, 전용 84㎡ 7억3000만원대, 전용 99㎡ 8억7000만원대다. DK아시아 ‘신검단 로열파크씨티 Ⅱ’의 첫 번째 시범 단지인 1500가구(왕길역 로열파크씨티)는 계약금 5%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DK아시아가 시행을 맡은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이다. 보통 공동주택의 법적 조경 면적의 비율이 15% 수준이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조경 면적은 38%에 달한다. 고급 수종으로서 겨울철에 달콤한 꽃향기가 만리를 간다는 의미의 ‘만리향’으로 알려진 은목서를 단지의 주목으로 내세웠다.

초기 비용
부담 줄어

이 밖에 사계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상록 계열의 침엽수가 전체 나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에서 리조트처럼 단지 내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조트 아파트 콘셉트 수요가 높아졌다”며 “정원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일상이 축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경 조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의 공원 조경의 규모 역시 웅장하다. 단지 주변에는 축구장 10배 크기인 약 6만6000㎡ 규모에 달하는 5개의 테마 정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한 잔디광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연주회, 다양한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플라워 파크, 키즈 워터파크,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원 콘셉트의 포레스트 파크 등이다.

국내 최초의 조형 문주 ‘로열 그랜드 게이트’도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상징물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로열 그랜드 게이트는 우아한 디자인에 조명을 활용해 압도적인 규모감을 선사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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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