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돼 후보 등록까지 마쳤던 김문수 후보가 이른바 ‘김문수 망언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김 후보가 공개 강연서 발언했던 내용들을 묶어 ‘망언집’이라고 소개하고 나서면서부터다.
강득구·정준호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장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문수 후보의 여성 비하, 약자 조롱, 역사 왜곡, 노골적 차별 발언, 막말로 점철된 갑질 행태까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후보는 공개 강연서 걸그룹 소녀시대를 가리켜 ‘쭉쭉빵빵’이라는 성적 비유를 사용하고,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X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여성 비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엔 한국 국적이 일본이었다‘거나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인물‘이라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조차 의심케 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게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스로 대권후보는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인격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상식과 가치, 국제적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추락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만이 대한민국의 품격을 지켜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속대응단에 따르면 앞서 2018년 5월30일,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 과정서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화장도 전혀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산다? 이거 안 되잖아요. 매일 씻고 다듬고 또 피트니스도 하고, 자기를 다듬어줘야 돼요. 도시도 똑같거든요”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을 키웠다.
경기도지사 시절이었던 김 후보는 지난 2011년 6월2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텐탈호텔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조찬회서 “콩 까먹는 소리 하고 있다. 청백리 따지지 마라. 대한민국 지금 공무원이 얼마나 청백리냐? 역사를 보세요”라며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발언했다.
당시 논란이 일자 경기도 측은 “과한 표현을 썼다. 지사가 청중에게 유머를 한다는 게 말실수가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0년 11월에는 서울대학교 강연 중 걸그룹 소녀시대를 지칭하면서 이들의 외모를 성적으로 묘사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망언 프레임’을 씌워 김문수 후보를 향한 정치 공세에 나섰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전과 및 형수 폭언 등을 문제 삼았다.
이날 조용술 대선캠프 대변인은 “여성 비하, 역사 왜곡을 외치면서 ‘망언집’까지 만들어 공격하지만 정작 국민이 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라며 “그 입으로 이재명의 과거와 막말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반문했다.
조 대변인은 “이재명의 ‘5개 전과’는 사실상 종합 범죄 세트와도 같고 형수에게 퍼부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은 듣는 이들조차 부끄럽게 한다”며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궤변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검찰 쿠데타 운운하며 겁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상대를 희화화하며 망언집 만들 시간에 이재명의 망언과 변론 전력부터 돌아봐야 한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제 집안 단속부터 하라.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거대 양당의 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시작된 게 아니냐며 씁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본격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경쟁 후보의 과거 논란이 됐던 발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것은 의도가 너무 다분하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본격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상대 후보의 과거 논란이 됐던 발언들을 다시금 재조명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 뻔하다”며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경쟁 상대에게 표를 던지지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당의 대선공약 등 정책이나 비전으로 공명정대한 승부를 겨뤄야 하는데 선거철만 되면 상대 후보의 단점들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12일부터 21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재명(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권영국(민주노동당), 구주와(자유통일당), 황교안(무소속), 송진호(무소속) 후보 7명(기호 순)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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