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국민의힘 막다른 생존게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07 13:52:15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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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 손절’ 숙청 피바람 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 6명과 친윤계 중진들은 조기 대선과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줄서기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영남 자민련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4일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 만에 대통령직서 물러나게 됐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의 궐위·사망·자격 상실 상황서 60일 이내에 선거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늦어도 오는 6월3일 안에 진행돼야 한다.

비상계엄
123일 만에…

각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미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파면을 공식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까지 거론된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이 중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자는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올해 들어 차기 대선주자로 갑자기 주목받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한 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은 모두 자리서 일어나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홀로 응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두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김 장관은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무선 100% ARS 방식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총 471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김 장관은 29.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386명 중에선 34.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의 장점은 당내 다수인 친윤(친 윤석열)계의 지원을 쉽게 업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장관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아주 강한 공격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김 장관은 사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한 전 대표는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윤심’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내의 계파 다툼에 개입하지 않아 뚜렷한 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엔 경기도지사로서 호평을 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엔 친박(친 박근혜)계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친윤 소속으로 여러 장관급 보직에 기용됐다.

현재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이 없단 사실도 경선과 본선서 상수로 진행되는 네거티브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나가? 있어?’ 줄서기 전쟁
당심과 중도층 사이의 괴리


다만 본선에선 그 경쟁력이 약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을 따라다니는 상징 2개는 ‘변절자 이미지’와 “도지삽니다” 발언 사건이다. 김 장관은 젊은 시절엔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지난 1994년 국민의힘 전신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진보 세력 일각에선 김 장관을 변절자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럴수록 김 장관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회서 사과를 거부하면서 보여줬던 꼿꼿한 모습도 국민의힘을 벗어나면 비호감 이미지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23년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후 “노조가 없고 현장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자 평균임금이 4000만원이 안 돼 감동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변절자 이미지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를 13년 넘게 따라다녔던 “도지삽니다” 전화 통화 사건도 대선 출마 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119에 전화해 자신이 도지사임을 밝히며, 장난 전화로 착각해 대응하지 않으려던 소방관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고, 관등성명이 뭐냐”고 캐물었다. 해당 소방관들은 징계성 인사 조처를 당했다가, 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직접 철회했다.

지난 2020년 8월엔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여한 일행을 단속하려고 한 경찰관에게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쳤다. 그는 경찰관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현장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기존 보수 유권자들을 묶고, 중도 유권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유권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므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하고 있고, ‘갑질’ ‘변절자’ 이미지가 강한 김 장관이 중도 유권자들에게 주는 설득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정국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 자신도 체포 대상으로 지정됐던 피해자였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계엄령을 해제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이후 당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기회도 있었다.

정치적
후계자

하지만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 파문 당시 한 총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하려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친윤계 의원들의 반격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서 물러나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대선후보로 통한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졌던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도 본선에선 긍정적인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일관적으로 비판했던 원로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지난 2월 한 전 대표를 만난 후 “한 전 대표 스스로 비상계엄을 저지했단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중도층에 대한 한 전 대표의 경쟁력은 아직 여론조사 수치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물론, 검사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수사 핵심이었다는 사실도 강경보수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있다.

이는 경선에선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선 김 장관이 친윤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전 대표의 중도 경쟁력은 오 시장·안 의원·유 전 의원도 가지고 있어, 유일한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

십수명 안팎의 친한계도 경선을 휘어잡을 조직력을 가졌다고 보기엔 규모가 다소 작다. 지난 2024년 총선의 패장이었고, 스스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단 것도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홍 시장도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언행을 이어갔다. 지난 1995년 정계 진출 이후 자타공인 홍 시장의 상징 표현은 “혼자 다닌다”는 의미로 일본어가 변형된 표현인 ‘독고다이’였다. 홍 시장은 지금까지 당내 비주류로 일관했던 경향이 강하고,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만 잠시 ‘친홍’이란 급조된 계파를 거느려봤을 뿐이다.

당시에도 제7대 지방선거서 대패하는 등 유능한 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홍 시장은 특유의 언변을 매개로 2030 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 2020년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선 그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당원투표 50%와 국민투표 50%가 합산돼 후보가 결정됐던 당시 경선서 홍 시장은 당원투표서 크게 뒤처져 대선후보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선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한계를 크게 느꼈는지, 홍 시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김 장관과 유사한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진 알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2030 세대 남성은 지지층서 이탈했지만, 홍 시장이 친윤계서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선 좌우
중진의힘?

게다가 현직 대구시장으로서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이 어려워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정치 현안에 간접 개입하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홍 시장은 지난 2023년 1월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다가, 유 전 의원으로부터 “대구가 30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란 걸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야지,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자리인 줄 몰랐다”는 면박을 들었다.

홍 시장으로선 지난 2022년 대선 경선과 달리,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꼬인 상황에 부닥쳤다.

오 시장은 당내 정적이 드물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아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에 총 4회 당선되는 등 격전지 서울서의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울시장 4회 당선’은 오 시장이 당과 국회에 뚜렷한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낸다. 오 시장에게 따라다니는 “의견이 늘 오락가락한다”는 고질적인 비판도 걸림돌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 견해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아울러 홍 시장과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다음으로 거론됐던 정치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시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 시장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명씨가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여론조사 업체에 ‘오 시장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 시장은 “오히려 기다리던 압수수색이었고,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권 덮칠 ‘명태균 게이트’ 다시 열리나
김문수·오세훈·한동훈…잠룡들 행보는?

검찰은 홍 시장과 관련해서도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수천만원을 입금했다고 알려진 송금 내역 및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의 아들이 명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내 아들이 명씨에게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1차 탄핵소추안 표결 ▲내란 특검법 표결 등에서 유일한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입당 후 소신파로서의 줄곧 입지를 굳혔지만, 이는 반대로 강경보수화되는 국민의힘서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어렵단 회의적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안착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정통성과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서 뚜렷한 당직을 맡은 적도 없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서 친윤계 지원을 받은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한 후 줄곧 야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입당설이 돌았던 개혁신당으로 가지 않았고, 지난해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경보수층 사이서 통하는 ‘배신자’ 이미지 역시 여전하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통과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 자체가 중대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조기 대선 경선을 좌우할 축은 현 대권주자들보단 5선 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친한계 좌장으로 통하고 있고, 당 주류와 꾸준히 갈등을 빚으면서 주요 보직서 배제되고 있다. 5선 그룹 대부분은 강성 친윤계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및 당 외부 강경보수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일각서 의심하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설과 연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행사했던 거부권도 대부분 친윤계의 손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강성 친윤
움직임은?

물론 한 권한대행이 앞으로도 친윤계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한 전 대표와 친윤계 양쪽의 요구를 무제한으로 수용해 널뛰기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임기 도중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된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했다. 그런데도 텃밭 공천에 매몰된 일부 중진들의 주도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일각서 우려했던 ‘영남 자민련’으로의 전락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국민의힘에 남긴 매우 큰 정치적 숙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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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