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플레이’ 극우 내분의 민낯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25 07:29:42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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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없으니 점점 산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극우 셀럽들은 미래통합당 시절부터 국민의힘을 파고들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고, 국민의힘보다 더 강하게 정치적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몸집이 커지자 내분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내분은 그 거대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표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지지하는 극우 성향 누리꾼들은 디씨인사이드 미국 정치 마이너 갤러리(이하 미정갤)에 모여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미정갤에선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중 1명인 석동현 변호사에 대한 비방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안으로
삿대질

석 변호사는 지난해 총선서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전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했을 정도로 전 목사와 돈독한 사이였다. 비방의 요지는 “자기 정치만 하고,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방은 석 변호사가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이 헌재 선고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란 발언을 한 후 더욱 심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전 목사의 지지자들은 석 변호사가 창설한 국민변호인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주식회사”라고 비판했다.

한 종편 매체가 이 상황을 보도하자, 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앞두고, 보수우파 시민들 결집으로 탄핵 공작이 무산될 기미가 확연해지자 좌파들은 초조한지 우파 진영 내부 균열을 시도하는 것 같다”며 “저와 전 목사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 목사는 석 변호사 외 인물들과 내부 갈등 사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부정선거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최근 전 목사와 갈등을 빚었다.

갈등의 시작은 전 목사가 지난달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진행한 생방송서 전씨를 비난한 것이었다. 당시 전 목사는 “전씨는 노무현을 존경하고, 5·18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한다”며 “역사를 도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지난달 13일 ‘뉴스1 TV’와의 인터뷰서 “전 목사가 ‘광화문에 와 달라’고 두 번이나 전화했다”며 “전 목사의 요청엔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제가 광화문 집회에 가는 순간, 반대 세력이 저와 전 목사를 같이 엮을 것이고, 그러면 진영 전체가 약화할 것”이라며 “더 크게 확장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목사가 전씨를 비난하는 핵심 사유는 그가 손현보 목사가 주도하는 여의도 집회와 석 변호사가 주도하는 국민변호인단서 활동하는 것이었다. 전 목사는 전씨를 비난한 후 “삼일절에 광화문에 나오면 감사드린다”는 말을 덧붙이며 ‘속내’를 드러냈다.

전 목사는 전씨가 불과 몇 달 만에 쌓은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공휴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해야 한다”는 ‘대의’ 앞에선 잠시 뭉칠 필요성을 느낀 것인지, 전 목사와 전씨는 물론 여의도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도하는 손 목사까지 뭉쳐 지난달 26일 국회 소통관서 대규모 집회 참여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엔 서울 종로서 6만여명의 인파가 시위에 참여했고, 여의도 집회에도 5만여명이 참여했다.

손현보 이어 전한길과
갈등하는 전광훈 목사

그런데 전씨는 집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목사를 다시 비난했다. 전씨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배승희 TV’에 출연해 “전 목사는 광주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지만, 전한길은 그렇지 않다”며 “전 목사는 내가 ‘5·18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하니까 전한길을 막 씹어버렸지만, 나는 되받아 씹거나 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짜 보수는 전한길에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가라지는 뭐 하나 잡아서 전한길을 그때부터 욕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전씨가 인용한 ‘가라지’는 “알곡은 모아 생명의 부활로 나오게 하고, 가라지는 거둬 하나님의 진노의 일곱 대접, 곧 불 심판에 들어가게 한다”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13장 구절서 인용한 표현이다.

그러자 전 목사는 유튜브 채널 ‘홍철기TV’서 전씨의 발언을 반박했다. 전 목사는 “우리나라 역사는 1945년부터 1948년까지 건국사를 모르면 헛방”이라며, “얘(전씨)는 공무원 문제 풀이, 4개 중 하나 찍는 것 하던 강사여서 역사를 모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허영심이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 자식이 무슨 정치하려고 하냐? 정신 나갔다”고 평가절하했다.

전 목사가 전씨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두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긍정 ▲전 목사의 갈등 상대방 두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핵심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긍정이었다. 극우 성향 집회서 자주 거론되는 담론 중 하나는 “1980년 5월 광주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다.

그래서 극우 집회서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5·18 유공자 명단 공개’였다. 전 목사의 관점서 보면,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5·18을 긍정하는 우파 논객은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전씨가 주로 참석하는 집회는 손 목사의 여의도 집회였다. 전 목사와 전씨가 화합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낮았다.

전 목사와 손 목사가 갈등한 계기는 전 목사·전씨의 갈등 사례와는 다르다. 이들은 원래 각별한 사이였다가 지난해 10월 이후 사이가 틀어져 극언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전 목사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과정서 연행되거나 교단의 제명 시도가 있었을 때, 손 목사는 전 목사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그러다가 손 목사가 지난해 10월27일 차별금지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을 때, 전 목사가 참석 요청을 거절하면서 돈독했던 친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갈라지는
유튜버들

전 목사는 집회 개최 전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손 목사는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이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 집회는 1000번 해봤자 헛방인 집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거대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게이트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교단의 숙원인 차별금지법 반대보다 부정선거론 확산과 윤 대통령 지키기를 우선으로 내세운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었다.

전 목사는 역으로 손 목사에게 자신의 집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고, 전 목사와 손 목사는 서로의 집회에 참석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전 목사는 합의를 깬 후 독자적인 집회를 개최했다. 이어 손 목사 주최 집회를 일컬어 “사탄의 집회” “성령이 떠난 집회”라며 맹비난했다.

이후 손 목사는 전 목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들의 관계는 파탄 났다. 각각 광화문과 여의도서 따로 집회가 진행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서로에 대한 극언도 넘쳐났다. 전 목사는 이 과정서 진짜 속내로 해석될 수 있는 일부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전 목사는 지난 1월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손 목사 뒤엔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자금줄 역할을 한다”며 “박 회장은 교회를 중심으로 다단계 장사를 해서 돈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회장이 지난해 10월 예배에도 100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며 “한국교회 전체를 다단계 아래에 줄을 세우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짜 애국심 때문에 기부한 거라면, 하나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손 목사를 비판했다.

전씨는 이런 상황서 혜성처럼 등장해 손 목사의 강력한 우군이 됐다. 전 목사를 두둔하는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지난 1월26일 유튜브 방송서 “서울서부지법 사태로 인해 전 목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손 목사가 전씨를 영입하는 등 세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집회서 영리사업을 한다”는 의혹을 이전부터 받고 있었다. 전 목사의 집회에선 노인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영리사업 관련 서명을 받는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에게 “이 서명에 1000만명이 동참하면 탄핵이 무산된다”면서 ▲1000만 조직을 위한 자유마을 ▲퍼스트모바일 ▲<자유일보> ▲선교카드 ▲광화문온 ▲너알아TV ▲<FNL뉴스>에 한꺼번에 가입하는 서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과 속
다르다

이 중 퍼스트모바일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 있는 알뜰폰 통신업체로써, 전 목사 스스로 지난해 4월 자유통일당 유튜브 채널서 “내가 70억원을 주고 만든 회사인데, 통신사를 옮기면 요금을 절반만 내게 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알아TV’에선 신도들에게 통신사 이동을 요구하면서 “참여하지 않으면 생명책서 이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유일보>는 전 목사의 딸이 발행인으로 등록됐다. 광화문온은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고, 홍보 동영상엔 ‘전광훈 목사 강추 상품’이란 문구가 언급된다.

물론, 이 같은 영리사업은 전 목사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를 통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10곳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1월 두 달 동안 이들이 슈퍼챗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6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곳은 두 달 동안 월 1억원이 넘는 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7개 채널 모두 슈퍼챗 수입과 함께 별도의 계좌로 후원금 명목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며 “특히 5개 채널은 개인 명의의 계좌서 별도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각종 수입에 대한 세금 신고 및 과세가 정당하게 이뤄지는지 국세청의 신속하고 강력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이른 시일 내 특별세무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사이의 내부 분열이 외부에 노출될 때도 있다. 지난 1월27일엔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가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신 대표와 배 대표에 대해선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막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거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집회의 성격에 대한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활동 중지 선언을 하면서 “집회에 2030세대가 나오면, 기존 광화문의 6070 평화 집회와는 다른 성격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틀딱(노인 비하 표현) 프레임을 깨기 위해 예쁘고 잘생긴 2030세대 친구들만 집회 연단에 올렸다”며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던 인원들이고, 댄스팀도 우파 집회에 서기 힘들어 해서 섭외할 때 돈을 두 배씩 줬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영향력이 국민의힘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시절부터 지적되던 문제였다. 지난 2020년 총선 직후 미래통합당서 불거지기 시작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의 진원지도 극우 유튜버들이었다.

탄핵 결과도 안 나왔는데
자금줄 문제로 상호 비난

미래통합당서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조성은씨는 지난 2020년 4월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서 “미래통합당은 언론 대신 보수 유튜브 채널을 정론지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을 민의나 대중의 반응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극우 유튜버들과 모조리 결별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당내에 퍼진 이유에 대해 “총선 패배 이후 황교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책임론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애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 의원이 대표직서 물러나자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극우 유튜버 중 1명의 가족이 대통령실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됐을 정도로 극우 유튜버는 국민의힘과 정권 내부서 영향력을 키웠다. 전 목사가 장외집회 외에 몰두하는 영역도 유튜브 활동이었다.

이젠 “탄핵 심판 선고 승복 여부는 국민의힘이 아닌 전 목사와 전씨의 승복 선언으로 좌우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보다 전씨와 전 목사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며 “권 원내대표의 헌재 결정 승복 선언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전 목사·전씨가 승복 선언을 해야 강성 보수층도 따른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탄핵 찬성 뜻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이 전씨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극우 유튜버는 구조적으로 한 몸이나 다름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몰락 과정에선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등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극단적 친일 성향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치적 움직임이 다수 포착됐다.

중도층의 민심을 잃어 제22대 총선서 크게 패배했지만, 윤 대통령은 오히려 그들의 세상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이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극우 유튜버들의 평소 주장이 가득 담긴 담화문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장 소장의 지적대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극우 성향 논객과 유튜버의 영향력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우 집단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 평소 목말라 하는 자금·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 중도층 민심은 여론조사 지표와 선거 결과 외엔 확인하기 어렵고, 정치인이 직접 피부로 느낄 만한 물적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극우 집단이 제공하는 단기적인 이익이 주는 유혹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앞으로도 국민의힘이 극우 집단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전 목사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지난 1월10일 탄핵 반대 집회 발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5선 중진 윤 의원은 고개를 빳빳이 세운 전 목사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대선주자
눈치 보기

그러자 전 목사가 윤 의원에게 건넨 덕담은 “윤상현이 최고래요.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였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번에 살아나면 외무부 장관 시켜달라고 하라”면서 윤 대통령 복귀 이후 내각 인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윤 의원은 “너무나도 존귀하신 전광훈 목사님”이라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이 상황은 현실을 넘어선 국민의힘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 국민 집단 예지몽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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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