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자극’ 국민의힘 믿는 구석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25 06:14:02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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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막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련 논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토대로 강성 보수층을 자극하고 있다. 이 황당한 상황은 미래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 에너지부가 내달 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관련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이 결정을 한 시기는 지난 1월 초였다. 이는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라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서, 우리 외교력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견강부회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국가 안보 ▲핵 확산 우려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지정한다. 지정 후엔 미국 정보방첩국과 국가핵안보국이 함께 리스트를 관리하고, 목록에 포함되면 미국과의 원자력 등 첨단기술 관련 협력이 제한된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023년 1월 자체 핵무장 가능성 발언 이후 “미국은 같은 해 6월부터 한국의 자체 핵무장 동향을 축적해 나름의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당·정부·대통령 할 것 없이 수년간 핵무장을 주장했기 때문에 우리가 경계 대상이 된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도 고려사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서 “한국과 미국이 미국의 핵 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묻는 현지 언론 질의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적극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대통령과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친중·반미 노선의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입만 열면 반미 정서를 드러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했다”며 “북한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민주노총과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물이 유력 대권후보라고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만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이재명 대표의 성향’이라는 국내 정치 요소를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내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엄연히 야당이고, 이 대표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유력 대권후보라
민감국가 지정” 주장

이 같은 국민의힘의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박대출·엄태영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근처서 연좌 시위를 하면서 ‘탄핵 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고문을 맡고 있는 자유통일당도 지난 17일부터 각하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통일당 손민기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각하해야 하는 이유로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철회 ▲윤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증인신문 시간 제한 ▲재판부 구성 불공정 등을 들었다.

이 중 ‘내란죄 철회’ 논란은 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서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 그는 “거대 야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기해 선포된 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둔갑시켜 탄핵소추를 성공시켰다”며 “탄핵 심판서는 탄핵 사유서 내란죄를 삭제했는데, 그야말로 초유의 사기 탄핵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논리를 진심으로 믿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탄핵 심판서 대통령을 파면하는 기준 중 첫 번째는 ‘중대한 위헌·위법’이다. 국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라는 위법 여부를 소추 사유서 제외했을 뿐이다.

이 행위가 위헌으로 인정된 후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게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판단까지 성립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등 국정조사특위서 활동한 의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을 지난 10일 불법 구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같은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서 공수처 폐지론을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11일 공수처 폐지 법안을 발의하자, 윤 대통령을 가장 강경하게 두둔하는 윤상현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발의에 참여했다. 재판부가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고자 했던 사안을 단정적으로 사실로 규정해 정치적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황당한 주장 늘어놓다
거짓 드러나면 모른 척

양당은 논란이 되는 논점을 놓고 지지층을 선동하기 위해 속이는 정치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과거에 했던 발언과 대치되는 언행을 하고, 비판하거나 비꼬는 일도 흔하다. 통상적인 상황에선 대변인단의 논평을 통해 서로 비판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는 수순으로 논쟁을 진행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의 정국은 상황의 특성상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이전에도 윤 대통령은 당 대표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당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여소야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야당과의 극한 대립도 이어왔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서 절대적인 존재가 됐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엔 강경 보수층을 자극해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됐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상왕정치를 통해 조기 대선 출마 후보를 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 18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아크로비스타서 사저 정치를 할 것”이라며 “그 형식은 ‘(한)동훈아, 너는 오지 마. 김(문수) 장관은 여기 식사 한번 하러 오시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경선 절차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파면 후 구속 기소됐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석방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조기 대선 정국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윤심 테스트를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설령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심각한 구멍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내부서 다시 크게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든 전임자는 영향력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후임자는 자신이 온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한다.

윤 대통령과 선출된 조기 대선주자가 또 갈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최소한의 논리적 완결성조차 갖추지 못한 황당한 주장들이 당의 공식 의견으로 꾸준히 전파되는 현 상황이야말로 미래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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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