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한국관광 100선 ③산청 동의보감촌

한의학의 성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난 면역력 충전 여행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충전이 절실한 요즘,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떠나보자. 지리산 천왕봉을 지붕으로 둔 산청(山淸)은 이름 그대로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다. 산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다디단 공기가 느껴지고, 도시에 찌든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진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1000여종의 약초로 만든 건강한 음식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그 중심에 허준의 <동의보감>을 테마로 한 산청 동의보감촌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산청군 왕산과 필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산청 동의보감촌은 전국서 처음으로 한방을 테마로 한 대한민국 힐링 여행 일번지다. 1967년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의 23%를 산청군이 차지한다. 지리산서 자생하는 야생 약초는 예로부터 효능 좋기로 유명하다.

신의(神醫) 유이태와 의성(醫聖) 허준이 의술을 펼칠 수 있었던 까닭도 산청의 우수한 약초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허준이 지은 의서다. 당시 임진왜란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시름하는 백성들이 많았다. 그런 백성을 위해 우리 자연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약재들로 우리 몸에 맞는 처방법을 기록한 책이다. 동의보감의 이름을 따 문을 연 산청 동의보감촌은 그 정신과 산청 약초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동의보감 정신

엑스포주제관을 비롯해 한의학박물관, 한방기체험장, 한방테마공원, 산청약초관, 허준순례길, 한방자연휴양림, 무릉교 등 여러 시설을 갖춘 거대한 테마공원이다. 거기다 한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과 약초 밥상까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꼼꼼히 즐기고 나면 100세까지 거뜬히 살 것 같이 기운이 솟는다.


입구를 지키는 거대한 불로문으로 들어서면 신선한 공기가 가득해지고 벌써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엑스포주제관은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메인 전시관이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의약을 소개하는 코너와 사상체질을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는 코너가 인상 깊다. 5300여년 전, 얼음 속에서 발견한 미라 외찌(아이스맨) 전시실은 침술과 약초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알려준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영상관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문을 열고 출렁다리를 건너면 곧장 한의학박물관으로 연결된다. 한의학박물관은 동의보감의 역사와 발자취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옛 한의원을 재현해 놓은 공간은 마치 드라마 <허준>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이 생생하다.

기획전시실은 조선시대 법의학 책들이 빼곡하고, 유네스코 특별관에는 <동의보감>을 포함해 한국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들의 실물이 전시돼있다. 한방체험관은 AR로 만나는 약전거리와 산청 약초숲 미디어아트가 흥미롭다.

한의학박물관을 나서면 약초테마공원이 펼쳐진다. 형형색색 꽃을 피운 약초들 사이로 걷기 좋은 산책로가 나 있다. 중간중간 귀여운 조형물과 작은 연못, 그리고 정자가 있어서 사진 찍으며 쉬어가기 좋다. 약초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유리온실로 만들어진 산청약초관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설명과 함께 다양한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

구기자, 헛개, 오미자 등 익숙한 약초부터 골담초, 노박덩굴 등 신기한 약초도 볼 수 있다. 한방테마공원은 장수거북이, 곰과 호랑이의 대형 조형물, 십이지신상 분수광장 등 힐링을 선사하는 볼거리가 빼곡하다. 산약초생태탐방로를 이어주는 허준순례길은 이름 그대로 걷다 보면 치유되는 길이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공간은 한방기체험장이다. 백두대간의 기가 한곳에 모인다는 명소로 알려졌다. 귀감석, 석경, 복석정 등 유명한 돌과 동의전이라는 온열체험실이 있다. 거대한 거북이를 닮은 귀감석은 하늘 아래 모든 좋은 일을 갑골문자(고대 상형문자)로 새겨놨다.

팔을 최대한 뻗어 글자를 많이 어루만지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룬다. 석경과 복석정도 기를 받으려는 관광객들이 쓰다듬고 지나간다. 동의전은 차세대 광물자원으로 불리는 일라이트(illite)를 활용한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리산서 난 약초로 지은 약초밥상과 각종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동의약선관도 있다.


한방테마의 힐링 여행지
지리산의 약초 역사

최근에 설치된 무릉교는 산청 동의보감촌 새로운 랜드마크다. 무릉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 211m, 최고 높이 33m에 이르는 출렁다리다. 왕산과 필봉산, 그리고 산청 동의보감촌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날려줄 건강한 체험 거리도 다채롭다. 동의보감촌 내에 있는 한방가족호텔 별관으로 가면 한방 족욕이 기다린다.

한방 족욕제를 넣은 따듯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묵은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족욕을 하는 동안 동의보감 탕약이나 한방차를 주문해서 마시면 입안에 차 향기 그윽하고 창밖에 봄 풍경이 눈부시다. 산청 동의보감촌 안에는 갖가지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는 한의원이 숨어있다. 공진단 빚기와 왕뜸 체험, 향낭 만들기 등 한의원마다 이색 체험이 준비돼있다.

동의보감촌 맨 위쪽에 한방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내려오는 명당이라 하룻밤 꿀잠과 함께 개운한 아침을 보장한다. 다양한 객실의 숲속휴양관과 독채로 된 숲속의 집 중에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어느 객실을 선택하든 고요한 동의보감촌의 아침을 통째로 누리는 특권을 준다.

때묻지 않은 청정 자연과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산청은 곳곳이 면역력 강화 여행지다. 빼곡한 고가와 돌담길이 아름다운 남사예담촌은 정겨운 옛 풍경을 안겨준다. 돌담길 한가운데 X자로 얽혀 자라는 부부 회화나무는 유명하다.

흥선대원군이 쓴 ‘원정구려(元正舊廬, 원정공이 살던 옛집)’라는 편액이 걸린 하씨 고가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감나무와 700살의 원정매가 마당을 지키고 섰다.

수선사는 젠지세대 사이에 카페 같은 절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아름드리 연못 위로 시절 인연의 나무다리가 눈에 띈다. 사찰 안에 있는 카페에 앉으면 절을 감싼 산자락과 연못이 어우러진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화장실도 눈길을 끈다.

수선사

산청은 고려 시대 문익점 선생이 우리 땅에 목화 씨앗을 들여와 처음으로 심었던 곳이다. 단성면 목화 시배지 내에 있는 목면시배유지 전시관으로 가면 목화를 재배하고 무명베를 짜는 전 과정을 모형으로 재현해 놨다. 전시관 앞에 조성된 목화밭은 목화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산청 동의보감촌→수선사→남사예담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사예담촌→목면시배유지→산청 동의보감촌
-둘째 날 산청 전 구형왕릉→수선사→대원사 계곡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산청 동의보감촌 https://donguibogam-village.sancheong.go.kr
-산청군 문화관광 https://www.sancheong.go.kr/tour/index.do
-대원사 https://www.daewonsa.net


문의 전화
-산청군관광진흥과 055)970-7234
-산청 동의보감촌 055)970-7216
-남사예담촌 070)-8199-7107
-수선사 055)973-1096
-목면시배유지 055)973-2445

대중교통
버스 서울-산청, 서울남부터미널서 산청버스터미널까지 하루 6회(08:00~21:00) 운행, 약 3시간11분 소요. 산청버스터미널서 버스 22 승차 후 동의보감촌 하차, 약 17분 소요. 택시 약 10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산청버스터미널 055)972-1616,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생초 IC→‘함양, 산청’방면 우회전→평촌교차로서 ‘평촌리 방면 우회전→회전교차로서 ‘산청 동의보감촌, 진주’ 방면 10시 방향 →산청 동의보감촌

숙박 정보
-동의보감촌 한방자연휴양림: 금서면 동의보감로555번길 186, 055)970-6951,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37
-산청한방가족호텔: 금서면 동의보감로479번길 43, 055)972-7000, https://thesancheong.com/kor/kor_rese.do
-라움펜션: 단성면 호암로701번길 155-22, 010)6624-9389, http://scraum.com

식당 정보
-동의약선관(약선한정식): 금서면 동의보감로555번길 산청 동의보감촌 내, 055)972-7730
-지리산 바우덕이(한정식): 시천면 남명로 91, 055)972-2120


주변 볼거리
황매산(산청), 정취암, 생초국제조각공원, 산청 전 구형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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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