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헌법 수호 외치면서 마은혁 임명은 ‘뒷전’

‘방통위법 개정안’에 9번째 거부권 행사
“위헌성 상당…안정적 기능 수행 어려워”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권한대행 직책을 맡은 후 벌써 9번째 거부권 행사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결정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 최소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명시 ▲의결정족수는 출석 위원 과반수 ▲국회 추천 방통위원을 정부가 30일 이내 임명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개 안건 회의의 생중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방통위법 개정안은 위헌성이 상당하고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특히 방통위 회의 개의 정족수를 3인으로 명시한 점, 국회 추천 위원을 30일 이내 임명하지 않으면 자동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점 등을 들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서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마비될 수 있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에도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며 명태균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비토 목소리가 나온다. 이유인즉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따르지 않는 최 권한대행이, 정작 ‘헌법 수호’를 이유로 거부권을 남발하는 행태가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가 국회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최 권한대행은 “숙고가 필요하다”며 무려 3주째 뭉개고 있다.

정가 안팎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정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 후보자의 임명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거나 각하할 경우, 굳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 서둘러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최 권한대행을 향한 압박도 선고기일을 기점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최 권한대행 입장에선 두 귀를 조금 더 막고 있으면,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한 총리를 향할 것이라는 셈법이 충분히 깔려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최 권한대행의 행보를 두고 헌법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이중 잣대’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헌법적 의무는 지키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을 내세우는 행태는 권한대행의 직무와 책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은 자신이 헌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심판관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무위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헌재의 판결은 뒷짐 진 채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위헌 잣대를 입맛대로 적용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간 ‘줄 탄핵’으로 비판받아온 야권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를 다시 매만지고 있는 분위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것”이라며 “내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결정을 내린 지가 19일째”라며 “자신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까지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나 직무 유기 고발 조치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이 헌법재판소의 마 후보자 임명 결정을 따를 수 있는 최종 시한”이라며 “(민주당이)날짜를 박아서, 이 시점까지 합헌적 행위를 하라고 최 권한대행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최 권한대행은 최근 거듭된 거부권 행사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기존 입장을 철회할 뜻을 내비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여야를 중심으로 정국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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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