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탄핵 줄 기각’ 윤석열 선고 상관관계

이대로 고? 스톱?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모두 기각했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였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정기관의 공백 사태가 98일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제 모든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향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대상으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다.

성급했나?

우선 검사 세 명에 대한 탄핵소추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게 주요 사유다. 민주당은 이들이 수사 절차상 김 여사에게 이례적인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건과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공범 수사 과정서 드러난 중대범죄 증거를 외면한 채 불기소 처분했다는 지적이다.

최 감사원장의 탄핵 사유로는 ▲감사원장으로서의 각종 의무 위반 ▲직무상 독립 지위 부정 ▲국회 자료 제출 거부 ▲표적 감사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군사기밀 및 직무상 취득한 기밀 유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위법 감사 등이 언급됐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감사원은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가 청구된 지 1년8개월이 지나서야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공사 과정서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위반 사례가 확인됐음에도 별다른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탄핵안은 4일 본회의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그 전날인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5일이 돼서야 표결에 부쳐졌다. 이날 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야당의 주도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일정과 맞물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빠르게 돌아갔다. 최 감사원장의 경우 지난달 12일, 검사 3인은 지난달 24일 변론이 종결돼 탄핵 선고만을 앞두고 있었다.

윤 “공직자 탄핵은 헌정질서 붕괴”
야 “헌법 수호 위한 탄핵” 맞불

지난 1월23일 선고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선고 결과가 재점화됐다. 당시 탄핵 심판서 기각과 인용 의견이 각각 4대 4로 갈렸는데, 이번 감사원장과 검사 3인 재판에서 의견이 얼마나 갈릴지가 관건이었다.

지난 13일 최 감사원장 탄핵 심판서 재판관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 역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탄핵 사유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서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관한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 감사원장은 기각 결정 직후 곧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검사 3인에 대해서도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하고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가 특정됐다는 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기 때문에 해당 탄핵소추의 목적을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민주당이 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야당의 줄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로 규정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 역시 본인6의 최종 의견 진술서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 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도 탄핵은 사람 단 한 명”
한발 앞서 윤 탄핵 선고 영향 차단

탄핵이 줄지어 기각되자 대통령실은 헌재의 선고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탄핵 심판 사건 기각 결정을 환영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또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중대한 결정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결국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선고기일을 신속히 잡아 파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에 다시 한번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헌재는 최 원장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결정했지만 명확하게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고 한다. 또 검사 3인에 대해서도 탄핵소추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정섭 검사는 결국 검찰에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탄핵 남발이 아니라고 적시한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고, 재발 방지 목적도 인정된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 역시 “22대 국회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한 공직자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단 한 명”이라며 “계엄 이후 내란 가담 의심자를 탄핵하고, 김건희를 봐준 감사원장과 검사에 대한 탄핵도 계엄 이후 이뤄졌다. 줄 탄핵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기각이 윤 대통령의 심판 결과에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헌재의 결정이 일치한다고 해석된다면, 이는 탄핵을 방어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 긋기

야권에서는 단박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사건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검사원장,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보다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비교선상에 둘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아울러 야당의 잇따른 탄핵안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는지 따지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별개의 사건이고 사건 번호도 다르다. 당사자도 다르므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개별 사건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