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이러다 주한미군 철수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이 ‘트럼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모든 국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줄 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큰 표 차로 이기고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전 세계
흔들다

민주당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잡은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면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쐐기를 박고 DEI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맡아온 ‘세계의 경찰’ 역할 대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관세를 내세운 ‘통상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첫 번째 표적이 됐다. 취임 당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붙이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무역 적자라는 게 중론이다.


영토 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전쟁 지역 원조를 빌미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욕을 보이면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DC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
겁주는 줄 알았는데 진짜

또 그린란드 주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2009년 덴마크와 합의해 제정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서 미국이 자유 진영서 원조해 온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의 외교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원조의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요구했다. 3년여 동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서 미국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독일 킬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197억달러(17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협조하지 않자 모든 군사 원조를 끊겠다는 강수를 놨다.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태풍’에 휘말려 대응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한국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그게 가시화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쟁 국가도
원조 끊어

한국은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첫 연설서 한국을 ‘콕’ 짚었다. 99분에 걸친 연설서 한국을 공개 지목하다시피 한 것이다. 각국의 대미 관세를 언급하는 과정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4배 높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게 우리 동지와 적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자료를 내고 대미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사실상 상호 수출입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다. 미국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 조약 등에서 한 국가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주장
대응 못 하고

하지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관세를 매기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도 거론했다. 규제와 쿼터제, 환율 등 직접적인 관세가 아니라 각국의 제도를 빌미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꼭 관세가 아니더라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건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서 군사 지원을 언급한 점도 한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토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에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한국이 막대한 방위비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혜택을 베푼다는 식으로 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첫 의회 연설에서 콕 집어
모든 논리가 돈으로 통해

여기에 ‘칩스법’ 폐지를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까지 뒤흔들 기세다. 칩스법의 공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정부서 시행된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총 지원 규모가 2800억달러(약 408조원)에 달하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527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법은)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법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한국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야 할 수뇌부가 불완전한 상태라 대응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대 위에 서 있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관행이나 국제질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의 영토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전쟁 원조를 돈으로 환산하는 등 그동안 미국을 통치했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상대로 어떤 ‘깜짝쇼’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 외교는
사실상 막혀

지난 5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방미했다. 신 실장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경제 안보와 관련해 특히 조선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실장은 2기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했고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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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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