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

“구조한 개들이 행복했으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처를 주는 것도, 치유해주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말 못하는 동물은 학대하는 자와 구조하는 자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인간을 사랑하는 이상한 존재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동물이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사랑을 배운다.

지난달 14일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경기 김포의 한 빌라서 한 남자가 2층 높이서 개를 던진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을 10세 자녀가 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닥으로 떨어진 개는 오른쪽 앞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제보받으면
일단 현장으로

이 같은 사실은 동물 구조단체 ‘위액트’에 의해 알려졌다. 위액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누군가가 작은 강아지를 건물 2층 창밖으로 던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동물)학대는 오랜 시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바깥으로 던져진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는 “학대한 적 없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위액트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부부가 다툼을 벌이다가 개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이 개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자 남성은 개를 확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다.

현장에 있던 아이는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1층으로 향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학대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확인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함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학대 의혹을 부인하는 부부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기 위한 대치에 들어갔다. 그의 요청에 활동가들은 늦은 시간에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결국 부부는 소유권을 포기했고 개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함 대표는 구조한 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온 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순간부터 구조한 개를 동물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대받은 개를 학대자와 분리하고 병원서 치료가 시작되자 한숨 돌린 모양새였다.

함 대표는 “아이가 보고 있는 상황서 개를 2층에서 집어던진 것은 동물 학대이면서 아동 학대다. 위액트는 (학대자에 대한)고소‧고발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고 관련 민원이 제기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대표와 마주 앉은 중랑구의 사무실에는 ‘네팔’이라는 개가 있었다. 김혜미 위액트 업무지원팀장이 입양한 개로 2019년 속초서 일어난 산불 현장서 구조됐다. 검은색 발바리종의 네팔이는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도 짖지 않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2015년 자원봉사 하다가
2018년 단체 만들어 활동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반려인인 김 팀장을 눈으로 좇을 뿐 입질 한번 없이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랐다.

김 팀장은 “검정 개는 한국서 입양이 잘 안 되지만 발견 당시에는 작고 귀여워서 충분히 입양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내게 와 있는 거지?”라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네팔이는)개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생각이 드는 아이에요.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책하게 만들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함 대표도 네팔이를 바라보면서 “눈이 그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함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서 시원하고 거침없는 언변을 보여줬다. 무슨 질문에도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2018년 위액트를 시작할 때, 그보다 더 전인 2015년 개인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부터 고민한 흔적이 답변에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내용은 곧은 직선이었지만 표현은 둥글었다.

함 대표와 위액트는 같이 성장했다. 마치 게임서 ‘퀘스트’를 깨듯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진화했다. 함 대표는 2015년 ‘보초 봉사’를 시작으로 이 세계(반려견 구조)에 발을 들였다. 경기 하남시 개 농장 구조 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보초 봉사를 하고 집에 갔다가 그 개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찾아간 게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함 대표는 “한 동물 구조단체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그런데 개장수들이 개를 자꾸 훔쳐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NS에 보초를 서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현장으로 갔다”며 “개 짖는 소리는 들리는데 불빛이 없어 개를 볼 수 없었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환한 낮에 개를 보니 정이 들었다. 함 대표는 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해외 입양을 떠올렸다.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일정 기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동물 구조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 대표는 “당연히 국가가 얘네(개)를 다 살릴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일반인이 학대받는 개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던 셈이다. 그때부터 이 개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 이상으로, 얘네한테 그 하루 말고 그 이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해외 동물 입양 단체를 찾아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단계적 도약

함 대표는 당시 같이 봉사하던 교포 친구 한 명과 ‘animal rescue organization’이라는 검색어를 쳐서 나온 모든 단체에 연락했다. 그중 10%나 연락이 왔을까? 개인이 연락하니 사기꾼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팀 혹은 단체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바로 위액트의 시작이다. 이후 위액트는 단체의 성격을 덧입으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초반에는 사비로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사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원 요청이 필요해 단체 등록을 진행했고 간간이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후원에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기 위해 사단법인을 발족했다.

“구조 활동 과정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기반)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드는 식이었다. 순서가 좀 거꾸로 됐다”며 웃음 짓는 함 대표는 “말 그대로 제약이 걸릴 때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자평했다.

위액트가 단체의 성격을 띠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시기는 2021년이다. ‘남양주 개 농장’ 구조가 있던 때로 위액트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남양주의 악몽’으로 부르는 사건으로 2021년과 2023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동물 구조 활동을 뜻한다.

동물 학대를 바라보는 함 대표의 인식이 ‘사람’에서 ‘제도’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처음에는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것이었다. 개 농장, 번식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개를 구조하는 내내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며 “한두 마리가 아닌 최소 수십 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뒤졌더니 비닐하우스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로 가득찬 곳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함 대표는 비닐하우스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면서 영상을 촬영했다. 1분 남짓한 영상에 담긴 개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마리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비닐하우스가 또 있었다는 점이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위액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4명의 번식업자가 모여 만든 곳으로 5개 비닐하우스에 300마리가량의 개가 사육되고 있었다.

사람에 분노
제도 개선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위액트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방치견을 구조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인원도 적었다. 당장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300마리의 개를 돌볼 방법이 없었다. 입양이나 임시 보호는 둘째치고 당장 밥과 물을 주고 주변을 청소할 일도 깜깜했다.

함 대표는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가 감히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곳에 들어왔는데 어쩌다가 소유권 포기를 다 받아버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얘네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누구든 이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현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다른 동물 구조단체가 위액트의 SOS에 응답했다. 수백명의 시민이 6주에 걸쳐 현장을 찾아 개를 돌봤다. 그 사이 300여마리의 개가 차례로 입양처, 임시 보호처로 가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개를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다. 개 농장 인근서 2~3주를 버텼지만 농장주들이 물과 전기를 끊으면서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 사람의 제안으로 인근 공터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60여마리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축사를 찾았다. 이것이 위액트 용인센터의 시작이다. 함 대표는 “구조한 개를 보호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3년 남양주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아예 ‘남양주 번식 마을’이라고 명명하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함 대표는 “2021년에 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개 농장이 발견됐다. 2021년 발견된 개 농장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아예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섹션이 있었다. 그때도 200~30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동물 구조단체 전부가 나서서 개를 구조하는 속도보다 개가 유기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그 수도 많다. 개 농장서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새끼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 처음 예상한 두수보다 20~30%는 더 늘어난다. 수컷은 5~10%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모견이다. 수컷은 강제로 교배하고 암컷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2021년 남양주 개 농장 사건
단체와 함 대표의 ‘터닝포인트’

이어 “이 개들이 경매장으로 가고 펫숍으로 간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개들, 즉 인기가 없는 애들은 죽을 때까지 번식장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펫숍서 개를 사면 안 되는 이유”라면서도 “개 농장이나 번식장서 구조된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펫숍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함 대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개를 괴롭히는 등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금은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이들에게로 그 화가 옮겨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를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해진다면, 개가 펫숍 등을 통해 유통되는 환경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펫숍서 개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맞다. 일반인에게 물어봐도 10에 7~8명은 펫숍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듯하다. 본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학대당하는 동물의 가치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함 대표가 꾸준히 주장하는 건 ‘루시법’의 도입이다. 어린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으로 영국의 한 번식장서 구조된 강아지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영국에선 2018년 제정됐고 우리나라서도 지난 21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통과까진 이뤄지지 못했다.

함 대표는 “우리나라는 동물권이나 동물 관련 법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늦다. 일단 ‘한국판 루시법’이라도 제정돼야 앞으로 생길 문제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함 대표는 “아무도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답변에 대해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액트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는 한참 망설였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도 했다. 생각 끝에 나온 함 대표의 대답은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했던 기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인식과 행동
괴리 안타까워

“우리가 구조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주고, 먹고 싶은 걸 먹게 해주고, 놀고 싶은 걸 놀게 해주고 싶어요. 위액트가 구조한 동물들이 끝내 입양 가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반려견들이 누리고 있는,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구해온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구조한 아이들에게 잘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구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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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