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

“구조한 개들이 행복했으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처를 주는 것도, 치유해주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말 못하는 동물은 학대하는 자와 구조하는 자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인간을 사랑하는 이상한 존재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동물이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사랑을 배운다.

지난달 14일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경기 김포의 한 빌라서 한 남자가 2층 높이서 개를 던진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을 10세 자녀가 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닥으로 떨어진 개는 오른쪽 앞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제보받으면
일단 현장으로

이 같은 사실은 동물 구조단체 ‘위액트’에 의해 알려졌다. 위액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누군가가 작은 강아지를 건물 2층 창밖으로 던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동물)학대는 오랜 시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바깥으로 던져진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는 “학대한 적 없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위액트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부부가 다툼을 벌이다가 개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이 개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자 남성은 개를 확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다.

현장에 있던 아이는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1층으로 향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학대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확인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함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학대 의혹을 부인하는 부부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기 위한 대치에 들어갔다. 그의 요청에 활동가들은 늦은 시간에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결국 부부는 소유권을 포기했고 개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함 대표는 구조한 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온 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순간부터 구조한 개를 동물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대받은 개를 학대자와 분리하고 병원서 치료가 시작되자 한숨 돌린 모양새였다.

함 대표는 “아이가 보고 있는 상황서 개를 2층에서 집어던진 것은 동물 학대이면서 아동 학대다. 위액트는 (학대자에 대한)고소‧고발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고 관련 민원이 제기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대표와 마주 앉은 중랑구의 사무실에는 ‘네팔’이라는 개가 있었다. 김혜미 위액트 업무지원팀장이 입양한 개로 2019년 속초서 일어난 산불 현장서 구조됐다. 검은색 발바리종의 네팔이는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도 짖지 않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2015년 자원봉사 하다가
2018년 단체 만들어 활동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반려인인 김 팀장을 눈으로 좇을 뿐 입질 한번 없이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랐다.

김 팀장은 “검정 개는 한국서 입양이 잘 안 되지만 발견 당시에는 작고 귀여워서 충분히 입양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내게 와 있는 거지?”라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네팔이는)개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생각이 드는 아이에요.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책하게 만들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함 대표도 네팔이를 바라보면서 “눈이 그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함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서 시원하고 거침없는 언변을 보여줬다. 무슨 질문에도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2018년 위액트를 시작할 때, 그보다 더 전인 2015년 개인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부터 고민한 흔적이 답변에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내용은 곧은 직선이었지만 표현은 둥글었다.

함 대표와 위액트는 같이 성장했다. 마치 게임서 ‘퀘스트’를 깨듯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진화했다. 함 대표는 2015년 ‘보초 봉사’를 시작으로 이 세계(반려견 구조)에 발을 들였다. 경기 하남시 개 농장 구조 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보초 봉사를 하고 집에 갔다가 그 개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찾아간 게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함 대표는 “한 동물 구조단체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그런데 개장수들이 개를 자꾸 훔쳐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NS에 보초를 서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현장으로 갔다”며 “개 짖는 소리는 들리는데 불빛이 없어 개를 볼 수 없었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환한 낮에 개를 보니 정이 들었다. 함 대표는 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해외 입양을 떠올렸다.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일정 기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동물 구조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 대표는 “당연히 국가가 얘네(개)를 다 살릴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일반인이 학대받는 개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던 셈이다. 그때부터 이 개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 이상으로, 얘네한테 그 하루 말고 그 이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해외 동물 입양 단체를 찾아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단계적 도약

함 대표는 당시 같이 봉사하던 교포 친구 한 명과 ‘animal rescue organization’이라는 검색어를 쳐서 나온 모든 단체에 연락했다. 그중 10%나 연락이 왔을까? 개인이 연락하니 사기꾼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팀 혹은 단체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바로 위액트의 시작이다. 이후 위액트는 단체의 성격을 덧입으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초반에는 사비로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사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원 요청이 필요해 단체 등록을 진행했고 간간이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후원에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기 위해 사단법인을 발족했다.

“구조 활동 과정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기반)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드는 식이었다. 순서가 좀 거꾸로 됐다”며 웃음 짓는 함 대표는 “말 그대로 제약이 걸릴 때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자평했다.


위액트가 단체의 성격을 띠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시기는 2021년이다. ‘남양주 개 농장’ 구조가 있던 때로 위액트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남양주의 악몽’으로 부르는 사건으로 2021년과 2023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동물 구조 활동을 뜻한다.

동물 학대를 바라보는 함 대표의 인식이 ‘사람’에서 ‘제도’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처음에는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것이었다. 개 농장, 번식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개를 구조하는 내내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며 “한두 마리가 아닌 최소 수십 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뒤졌더니 비닐하우스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로 가득찬 곳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함 대표는 비닐하우스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면서 영상을 촬영했다. 1분 남짓한 영상에 담긴 개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마리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비닐하우스가 또 있었다는 점이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위액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4명의 번식업자가 모여 만든 곳으로 5개 비닐하우스에 300마리가량의 개가 사육되고 있었다.

사람에 분노
제도 개선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위액트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방치견을 구조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인원도 적었다. 당장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300마리의 개를 돌볼 방법이 없었다. 입양이나 임시 보호는 둘째치고 당장 밥과 물을 주고 주변을 청소할 일도 깜깜했다.


함 대표는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가 감히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곳에 들어왔는데 어쩌다가 소유권 포기를 다 받아버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얘네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누구든 이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현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다른 동물 구조단체가 위액트의 SOS에 응답했다. 수백명의 시민이 6주에 걸쳐 현장을 찾아 개를 돌봤다. 그 사이 300여마리의 개가 차례로 입양처, 임시 보호처로 가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개를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다. 개 농장 인근서 2~3주를 버텼지만 농장주들이 물과 전기를 끊으면서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 사람의 제안으로 인근 공터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60여마리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축사를 찾았다. 이것이 위액트 용인센터의 시작이다. 함 대표는 “구조한 개를 보호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3년 남양주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아예 ‘남양주 번식 마을’이라고 명명하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함 대표는 “2021년에 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개 농장이 발견됐다. 2021년 발견된 개 농장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아예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섹션이 있었다. 그때도 200~30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동물 구조단체 전부가 나서서 개를 구조하는 속도보다 개가 유기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그 수도 많다. 개 농장서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새끼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 처음 예상한 두수보다 20~30%는 더 늘어난다. 수컷은 5~10%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모견이다. 수컷은 강제로 교배하고 암컷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2021년 남양주 개 농장 사건
단체와 함 대표의 ‘터닝포인트’

이어 “이 개들이 경매장으로 가고 펫숍으로 간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개들, 즉 인기가 없는 애들은 죽을 때까지 번식장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펫숍서 개를 사면 안 되는 이유”라면서도 “개 농장이나 번식장서 구조된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펫숍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함 대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개를 괴롭히는 등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금은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이들에게로 그 화가 옮겨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를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해진다면, 개가 펫숍 등을 통해 유통되는 환경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펫숍서 개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맞다. 일반인에게 물어봐도 10에 7~8명은 펫숍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듯하다. 본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학대당하는 동물의 가치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함 대표가 꾸준히 주장하는 건 ‘루시법’의 도입이다. 어린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으로 영국의 한 번식장서 구조된 강아지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영국에선 2018년 제정됐고 우리나라서도 지난 21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통과까진 이뤄지지 못했다.

함 대표는 “우리나라는 동물권이나 동물 관련 법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늦다. 일단 ‘한국판 루시법’이라도 제정돼야 앞으로 생길 문제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함 대표는 “아무도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답변에 대해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액트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는 한참 망설였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도 했다. 생각 끝에 나온 함 대표의 대답은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했던 기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인식과 행동
괴리 안타까워

“우리가 구조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주고, 먹고 싶은 걸 먹게 해주고, 놀고 싶은 걸 놀게 해주고 싶어요. 위액트가 구조한 동물들이 끝내 입양 가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반려견들이 누리고 있는,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구해온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구조한 아이들에게 잘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구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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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