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

“구조한 개들이 행복했으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처를 주는 것도, 치유해주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말 못하는 동물은 학대하는 자와 구조하는 자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인간을 사랑하는 이상한 존재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동물이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사랑을 배운다.

지난달 14일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경기 김포의 한 빌라서 한 남자가 2층 높이서 개를 던진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을 10세 자녀가 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닥으로 떨어진 개는 오른쪽 앞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제보받으면
일단 현장으로

이 같은 사실은 동물 구조단체 ‘위액트’에 의해 알려졌다. 위액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누군가가 작은 강아지를 건물 2층 창밖으로 던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동물)학대는 오랜 시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바깥으로 던져진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는 “학대한 적 없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위액트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부부가 다툼을 벌이다가 개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이 개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자 남성은 개를 확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다.

현장에 있던 아이는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1층으로 향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학대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확인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함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학대 의혹을 부인하는 부부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기 위한 대치에 들어갔다. 그의 요청에 활동가들은 늦은 시간에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결국 부부는 소유권을 포기했고 개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함 대표는 구조한 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온 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순간부터 구조한 개를 동물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대받은 개를 학대자와 분리하고 병원서 치료가 시작되자 한숨 돌린 모양새였다.

함 대표는 “아이가 보고 있는 상황서 개를 2층에서 집어던진 것은 동물 학대이면서 아동 학대다. 위액트는 (학대자에 대한)고소‧고발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고 관련 민원이 제기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대표와 마주 앉은 중랑구의 사무실에는 ‘네팔’이라는 개가 있었다. 김혜미 위액트 업무지원팀장이 입양한 개로 2019년 속초서 일어난 산불 현장서 구조됐다. 검은색 발바리종의 네팔이는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도 짖지 않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2015년 자원봉사 하다가
2018년 단체 만들어 활동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반려인인 김 팀장을 눈으로 좇을 뿐 입질 한번 없이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랐다.

김 팀장은 “검정 개는 한국서 입양이 잘 안 되지만 발견 당시에는 작고 귀여워서 충분히 입양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내게 와 있는 거지?”라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네팔이는)개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생각이 드는 아이에요.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책하게 만들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함 대표도 네팔이를 바라보면서 “눈이 그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함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서 시원하고 거침없는 언변을 보여줬다. 무슨 질문에도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2018년 위액트를 시작할 때, 그보다 더 전인 2015년 개인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부터 고민한 흔적이 답변에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내용은 곧은 직선이었지만 표현은 둥글었다.

함 대표와 위액트는 같이 성장했다. 마치 게임서 ‘퀘스트’를 깨듯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진화했다. 함 대표는 2015년 ‘보초 봉사’를 시작으로 이 세계(반려견 구조)에 발을 들였다. 경기 하남시 개 농장 구조 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보초 봉사를 하고 집에 갔다가 그 개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찾아간 게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함 대표는 “한 동물 구조단체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그런데 개장수들이 개를 자꾸 훔쳐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NS에 보초를 서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현장으로 갔다”며 “개 짖는 소리는 들리는데 불빛이 없어 개를 볼 수 없었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환한 낮에 개를 보니 정이 들었다. 함 대표는 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해외 입양을 떠올렸다.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일정 기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동물 구조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 대표는 “당연히 국가가 얘네(개)를 다 살릴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일반인이 학대받는 개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던 셈이다. 그때부터 이 개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 이상으로, 얘네한테 그 하루 말고 그 이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해외 동물 입양 단체를 찾아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단계적 도약

함 대표는 당시 같이 봉사하던 교포 친구 한 명과 ‘animal rescue organization’이라는 검색어를 쳐서 나온 모든 단체에 연락했다. 그중 10%나 연락이 왔을까? 개인이 연락하니 사기꾼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팀 혹은 단체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바로 위액트의 시작이다. 이후 위액트는 단체의 성격을 덧입으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초반에는 사비로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사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원 요청이 필요해 단체 등록을 진행했고 간간이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후원에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기 위해 사단법인을 발족했다.

“구조 활동 과정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기반)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드는 식이었다. 순서가 좀 거꾸로 됐다”며 웃음 짓는 함 대표는 “말 그대로 제약이 걸릴 때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자평했다.

위액트가 단체의 성격을 띠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시기는 2021년이다. ‘남양주 개 농장’ 구조가 있던 때로 위액트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남양주의 악몽’으로 부르는 사건으로 2021년과 2023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동물 구조 활동을 뜻한다.

동물 학대를 바라보는 함 대표의 인식이 ‘사람’에서 ‘제도’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처음에는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것이었다. 개 농장, 번식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개를 구조하는 내내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며 “한두 마리가 아닌 최소 수십 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뒤졌더니 비닐하우스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로 가득찬 곳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함 대표는 비닐하우스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면서 영상을 촬영했다. 1분 남짓한 영상에 담긴 개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마리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비닐하우스가 또 있었다는 점이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위액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4명의 번식업자가 모여 만든 곳으로 5개 비닐하우스에 300마리가량의 개가 사육되고 있었다.

사람에 분노
제도 개선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위액트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방치견을 구조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인원도 적었다. 당장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300마리의 개를 돌볼 방법이 없었다. 입양이나 임시 보호는 둘째치고 당장 밥과 물을 주고 주변을 청소할 일도 깜깜했다.

함 대표는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가 감히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곳에 들어왔는데 어쩌다가 소유권 포기를 다 받아버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얘네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누구든 이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현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다른 동물 구조단체가 위액트의 SOS에 응답했다. 수백명의 시민이 6주에 걸쳐 현장을 찾아 개를 돌봤다. 그 사이 300여마리의 개가 차례로 입양처, 임시 보호처로 가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개를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다. 개 농장 인근서 2~3주를 버텼지만 농장주들이 물과 전기를 끊으면서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 사람의 제안으로 인근 공터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60여마리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축사를 찾았다. 이것이 위액트 용인센터의 시작이다. 함 대표는 “구조한 개를 보호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3년 남양주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아예 ‘남양주 번식 마을’이라고 명명하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함 대표는 “2021년에 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개 농장이 발견됐다. 2021년 발견된 개 농장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아예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섹션이 있었다. 그때도 200~30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동물 구조단체 전부가 나서서 개를 구조하는 속도보다 개가 유기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그 수도 많다. 개 농장서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새끼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 처음 예상한 두수보다 20~30%는 더 늘어난다. 수컷은 5~10%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모견이다. 수컷은 강제로 교배하고 암컷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2021년 남양주 개 농장 사건
단체와 함 대표의 ‘터닝포인트’

이어 “이 개들이 경매장으로 가고 펫숍으로 간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개들, 즉 인기가 없는 애들은 죽을 때까지 번식장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펫숍서 개를 사면 안 되는 이유”라면서도 “개 농장이나 번식장서 구조된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펫숍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함 대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개를 괴롭히는 등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금은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이들에게로 그 화가 옮겨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를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해진다면, 개가 펫숍 등을 통해 유통되는 환경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펫숍서 개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맞다. 일반인에게 물어봐도 10에 7~8명은 펫숍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듯하다. 본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학대당하는 동물의 가치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함 대표가 꾸준히 주장하는 건 ‘루시법’의 도입이다. 어린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으로 영국의 한 번식장서 구조된 강아지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영국에선 2018년 제정됐고 우리나라서도 지난 21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통과까진 이뤄지지 못했다.

함 대표는 “우리나라는 동물권이나 동물 관련 법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늦다. 일단 ‘한국판 루시법’이라도 제정돼야 앞으로 생길 문제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함 대표는 “아무도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답변에 대해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액트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는 한참 망설였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도 했다. 생각 끝에 나온 함 대표의 대답은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했던 기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인식과 행동
괴리 안타까워

“우리가 구조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주고, 먹고 싶은 걸 먹게 해주고, 놀고 싶은 걸 놀게 해주고 싶어요. 위액트가 구조한 동물들이 끝내 입양 가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반려견들이 누리고 있는,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구해온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구조한 아이들에게 잘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구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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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