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사 ‘폭사 지시’ 확인

2016년, 대체 무슨 일이…

[일요시사 정치팀·취재1팀] 박희영 기자·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인간적인 폭사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정보사가 원격 폭파 조끼에 이어 위성 기폭장치를 기획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노 전 사령관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들을 단순 망상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2·3 내란사태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햄버거 계엄 회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현재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비상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는다.

기막힌 우연?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6년 정보사는 보유 중인 위성전화기에 특수 제작된 기폭장치를 연결해 원격으로 폭파하는 계획을 세운다. 실제 사용하는 위성전화기에 신호가 감지되면 기폭장치가 작동되는 원리다.

전화기 특성상 사용 시 기기를 귀에 갖다 대거나 몸에 부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화기가 폭발할 경우,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사는 이런 기술로 제작된 샘플을 납품 받아 모의 훈련까지 시행했다.

공교롭게도 2016년은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현직으로 있던 때다. 원격 폭파 조끼를 이용해 임무를 끝낸 우리 요원을 폭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시기와도 겹친다. 조끼와 전화기, 두 사건이 같은 연도에 발생한 만큼 노 전 사령관의 요원 폭사 지시는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추진하려던 계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폭사 지시는 지난 4일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서 밝혀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민우 준장(육군 2군단 부단장)은 노 전 사령관이 현직 시절 요원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박 준장은 폭사 지시를 증언하기 앞서 “과거 경험 때문에 (노 전 사령관의)‘계엄 수첩’에 적힌 용어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엄 수첩이란 노 전 사령관 수사 당시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60~70장 분량의 작은 수첩이다. 여기에는 ‘NLL(북방한계선)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사살’ 등을 비롯해 ‘A급 수거 대상’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A급 체포 대상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이름이 적혔다. A급 수거 대상 처리 장소는 연평도와 제주도, 처리 방법은 ‘이송 중 사고’ ‘가스·폭파’ ‘침몰’ ‘격침’ 등이다.

평범한 위성전화기? 신호 울리면 ‘펑’
업체서 받은 샘플로 모의 훈련도 실시

이 밖에도 “외부 침투 후 일처리 사살·수류탄 등” “실미도 등 무인도와 GOP(일반 전초), 민통선 이북에 수용한 뒤 자체 사고 처리” “GOP 상에서 수용시설에 화재·폭파” 등의 계획이 나열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준 것을 받아 적었다는 이 수첩은 12·3 내란 사태 당시 특정 인물을 제거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국조 특위위원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박 준장에게 “왜 노 전 사령관이 이 같은 상상 밖의 일을 저질렀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준장은 “제가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 사령관이 시나리오나 영화를 많이 응용한 지시를 다수 내렸다. 노 사령관이면 (그의 수첩에 적힌 일들이)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건 제 경험 때문”이라며 2016년을 회상했다.


박 준장에 따르면 당시 중요한 대북 임무 준비를 6개월 정도 했는데 노 사령관이 임무가 끝난 요원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제거 방법은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폭사시키는 것이었다.

아울러 박 준장은 ‘수거’란 용어에 대해 “특수부대서 쓰는 용어는 아니다”라며 “노 전 사령관만의 용어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수첩에 나오는 용어는 다른 사람의 경우 (노 사령관만의)상상일 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제 경험 때문에 노 전 사령관이라면 (실행이)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준장은 “그 사람의 잔인한 면, 반인륜적인 면을 봤기 때문에 계엄 수첩에 적힌 용어들이 낯설지 않았다”며 “그 기억이 있어 만약 제가 (정보사)여단장으로 있었으면 노상원하고 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6년 정보사의 폭사 계획은 임무가 실행되지 않아 무산됐지만, 노 전 사령관의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망상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물건에 폭탄을 부착해 터뜨리는 방식은 전쟁서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폭탄 조끼’‘사살’...살벌한 노의 수첩
“곁에서 지켜본 노, 충분히 그럴 사람”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러시아군이 드론 조종에 사용하는 고글을 개조해 폭탄을 심은 뒤 기부 형식으로 러시아에 공급했다. 지난해 레바논에선 삐삐와 무선 호출기 수백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노 전 사령관의 폭사 계획은 임무를 마친 우리 요원에게 적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몇 달 전 김봉규 정보사 대령에게 “사격과 폭파를 잘하는 인원을 추천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대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2024년 10월 초중순 노 전 사령관이 전화해 ‘사격과 폭파를 잘하는 인원 7~8명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텔레그램 전화가 와서 ‘특수부대 요원으로 5명 정도를 선발하고, 우회 공작 인원으로 15명을 선발하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상원 수첩 역시 이번 계엄 수사의 스모킹건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노상원 수첩 필적 감정을 의뢰했지만 지난 3일 ‘감정 불능’ 판정을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수첩의 내용을 직접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 전 사령관 역시 수첩과 관련한 진술을 거부하면서 좀처럼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북이 수사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25일, 5차 국조특위에 출석해 ‘노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노 전 사령관을)불러서 조사를 했지만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대해서는 “저도 수첩을 봤는데 워낙 글씨가 날아가는 글씨다. 그래서 필적 감정이 어렵지 않나 하는데 잘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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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