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용건설 PF 공사비 700억 증액 미스터리

15년 전 호텔에 묻힌 의문의 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15년 전 끝난 호텔 리모델링 사업이 좀처럼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두 배 가까이 커졌던 공사비를 선뜻 납득하기 힘든 까닭이다. 시공사는 구멍 뚫린 사업을 진행하느라 손해를 잔뜩 본 채 3년을 날렸다지만, 찜찜함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은 프로젝트를 담보로 잡고,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추진하는 자금 조달 방식을 뜻한다. 주로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활용되며, 시공사의 신용이 추가돼 자금 조달 규모가 책정된다.

물론 모든 부동산 PF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건 아니다. 사업성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된 부동산 PF가 부실화 과정을 겪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 및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엄청난 기대
저조한 성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역시 부실 부동산 PF의 단면을 드러낸 사례였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어반오아시스’가 시행을 맡은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남산 타워호텔을 6성급 호텔로 변경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쌍용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해 PF 대출에 지급보증을 섰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자산유동화회사 ‘인베이스개발제일차’로부터 2년 약정으로 PF대출 700억원, 채권유동화회사 ‘매화케이스타스’로부터 1년 약정으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메화케이스타스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의 상환기일이 다가오자, 또 다른 자산유동화회사 ‘어반오아시스제일차’에서 PF 대출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는 990억원이 투입됐다. 어반오아시스 2008년 감사보고서에 “상기 토지와 건설 중인 자산에 PF대출 약정과 관련한 근저당이 설정돼있다”는 설명과 함께 기재된 ‘토지 취득가 990억원’이 이를 뒷받침한다.

PF대출이 성사된 건 2007년 4월이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2008년 6월 이후였다. 토지 및 건축물과 사업장 내 영업권을 확보한 것과 별개로, 인·허가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 여파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직접 기공식에 참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큰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Cost Plus Fee(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이 적용되는 공사로, 시공사와 발주처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진행 단계에서부터 상호 간 철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철저한 실패로 일단락됐다. 특히 쌍용건설은 완벽한 피해자로 전락한 듯 보였다. 어반오아시스가 2010년 6월 호텔을 개장할 때까지 공사비 체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었다.

급기야 쌍용건설은 담보 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해 매각에 돌입했고, 어반오아시스의 손을 떠난 호텔은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2012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5개월여에 걸친 실사를 마무리 짓고, 2012년 6월 1635억원에 호텔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골칫덩이 호텔을 매각해 공사비 회수와 PF 우발채무 감축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쌍용건설이 호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 건 아니었다.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15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 지나도
여전한 잡음


해당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도급액 변동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쌍용건설과 70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은 2009년 9월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전형적인 총액계약방식(시행사와 시공사가 총액계약으로 공사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으로 비춰진다. 기준 도급액이 700억원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완성 공사액이 나날이 증가하는 형상을 나타낸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석 달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쌍용건설은 2009년 12월 사업보고서에 기본 도급액을 1400억원으로 변경해 기재했다. 공사를 85%(완성 공사액 596억원)가량 끝낸 상태에서 공사비가 두 배 증액된 모양새였고, 이 여파로 공정률은 64%로 낮아졌다. 쌍용건설은 2010년 11월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최종 공사비를 1378억원으로 확정 기재했다.

준공 목표인 2010년 2월을 두 달 남짓 남긴 시점에 기본 도급액이 두 배 커진 모습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기존 쌍용건설 사업장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광경도 아니었다.

쌍용건설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공시한 연도별 민간 건축공사 도급 내역은 ▲2007년 32건 ▲2008년 28건 ▲2009년 25건 ▲2010년 27건 등이다. 이 가운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과 유사한 흐름으로 기본 도급액이 변경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쌍용건설 측은 지금껏 공사비 증액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된 건 쌍용건설이 언급한 ‘코스트 플러스 피’ ‘FAST TRACK(패스트트랙)’ 등이 통상적인 부동산 PF사업에서의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6성급 꿈꾸다…구멍 뚫린 프로젝트
석 달 만에 두 배 커진 도급액, 왜?

부동산 PF 사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를 평가해 진행되는 관계로, 일종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추진하려면 ▲인·허가를 취득한 확정된 실시설계도면 ▲확정된 실시설계도면에서 산출한 공사원가계산서 ▲확정된 공사금액으로 시행사와 시공사 간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대출 심사를 거쳐 도급액의 적정성과 사업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수순이 뒤따른다. 공사가 진행되면 착공부터 준공까지 PF사가 기성실사를 거치면서 시공된 공종별 물량을 확인하고, 시공된 물량에 맞춰 공사비가 현금으로 조달된다. 부동산 PF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총액계약방식이 활용되는 이유다.

반면 쌍용건설은 실시설계도면이 없는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실시설계도면 없이 700억원(평당 계략공사비로 전체 연면적을 곱해 추정한 금액)을 공사비를 설정한 ‘코스트 플러스 피(공사비+시공이익)’로 계약한 공사”라며 “준공이 가까워지면서 전체 공사 내용이 확정돼가며 공사비 한도를 1400억원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최종 1378억원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공법으로 진행됐다는 쌍용건설 측 주장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트랙은 기본설계에 의해 부분적인 공사를 진행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작성되는 설계도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데 유용하지만 공사금액을 확정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일반화된 부동산 PF 사업에서는 공사도급금액의 적정성 확인과 사업수지 분석에 어려움이 따른다.


곳곳에서
상충된 흔적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 기록 곳곳에서 발견된 엇박자는 해당 사업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보험 가입’ 내역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보험 가입은 필수 요건이며, 프로젝트 건물은 가장 핵심이 되는 담보물이다. 시행사는 공사 시작에 앞서 공사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공사보험에 대한 PF사와 시공사의 질권 설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어반오아시스는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2008년에 ‘부보금액(보험 계약자가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정한 보험 가입 금액)’ 700억원짜리 공사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부보금액은 2009년 말까지 700억원으로 기재됐다가 사업이 종료된 2010년이 돼서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쌍용건설은 700억원이었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기본 도급액을 2009년 말 기준 1400억원(완성 공사액 892억원)으로 변경한 바 있다. 2009년 12월 쌍용건설 사업보고서에 1400억원으로 기재된 기본 도급액이, 같은 시기 어반오아시스 공사보험 가입 내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법한 사안이다.

‘공사 미지급금’ 항목에서도 엇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말 기준 41억원이었던 어반오아시스의 미지급금은 2010년 말 1025억원(공사 미지급금 942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기업평가에서 2009년 9월 말 자료를 토대로 낸 ‘쌍용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 평가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 미수금은 240억원이었다. 어반오아시스가 3개월 사이 공사 미수금 240억원 중 200억원가량을 정리한 게 아니라면,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에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쌍용건설이 제출했던 자료가 사실에 부합한다면,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정산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 추가 공사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2009년 9월 말 기준 700억원짜리 공사에서 240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신용평가사에 자료를 제출한 쌍용건설이, 이후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응해 공사를 두 배 수준으로 벌렸고 결과적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는 전혀 지급받지 못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측은 공사비 1378억원 중 942억원을 받지 못한 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회원권 판매 부진으로 공사 대금 수금이 어려워졌으나, 책임준공 의무와 조건부 채무인수 의무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며 “공사비 수금이 없어도 협력업체에 B2B로 공사 대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측은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추가 공사가 진행된 점을 공사비 급증과 공사 미지급금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2009년 4분기(10월~12월)부터 당초 계획에 없는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는 뜻도 내비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마감재 철거공사 중 발주처에서 VVIP를 위한 최고급 호텔에 따른 공사 내용과 사양이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 변경(각 객실에 플런지 풀 신설 등)됐다”며 “이에 따라 공사 범위에 없던 별관 및 별관 앞 야외 수영장 공사, 발주처분인 홍보관 공사 등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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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