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용건설 PF 공사비 700억 증액 미스터리

15년 전 호텔에 묻힌 의문의 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15년 전 끝난 호텔 리모델링 사업이 좀처럼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두 배 가까이 커졌던 공사비를 선뜻 납득하기 힘든 까닭이다. 시공사는 구멍 뚫린 사업을 진행하느라 손해를 잔뜩 본 채 3년을 날렸다지만, 찜찜함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은 프로젝트를 담보로 잡고,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추진하는 자금 조달 방식을 뜻한다. 주로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활용되며, 시공사의 신용이 추가돼 자금 조달 규모가 책정된다.

물론 모든 부동산 PF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건 아니다. 사업성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된 부동산 PF가 부실화 과정을 겪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 및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엄청난 기대
저조한 성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역시 부실 부동산 PF의 단면을 드러낸 사례였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어반오아시스’가 시행을 맡은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남산 타워호텔을 6성급 호텔로 변경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쌍용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해 PF 대출에 지급보증을 섰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자산유동화회사 ‘인베이스개발제일차’로부터 2년 약정으로 PF대출 700억원, 채권유동화회사 ‘매화케이스타스’로부터 1년 약정으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메화케이스타스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의 상환기일이 다가오자, 또 다른 자산유동화회사 ‘어반오아시스제일차’에서 PF 대출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는 990억원이 투입됐다. 어반오아시스 2008년 감사보고서에 “상기 토지와 건설 중인 자산에 PF대출 약정과 관련한 근저당이 설정돼있다”는 설명과 함께 기재된 ‘토지 취득가 990억원’이 이를 뒷받침한다.

PF대출이 성사된 건 2007년 4월이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2008년 6월 이후였다. 토지 및 건축물과 사업장 내 영업권을 확보한 것과 별개로, 인·허가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 여파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직접 기공식에 참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큰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Cost Plus Fee(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이 적용되는 공사로, 시공사와 발주처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진행 단계에서부터 상호 간 철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철저한 실패로 일단락됐다. 특히 쌍용건설은 완벽한 피해자로 전락한 듯 보였다. 어반오아시스가 2010년 6월 호텔을 개장할 때까지 공사비 체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었다.

급기야 쌍용건설은 담보 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해 매각에 돌입했고, 어반오아시스의 손을 떠난 호텔은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2012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5개월여에 걸친 실사를 마무리 짓고, 2012년 6월 1635억원에 호텔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골칫덩이 호텔을 매각해 공사비 회수와 PF 우발채무 감축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쌍용건설이 호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 건 아니었다.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15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 지나도
여전한 잡음


해당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도급액 변동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쌍용건설과 70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은 2009년 9월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전형적인 총액계약방식(시행사와 시공사가 총액계약으로 공사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으로 비춰진다. 기준 도급액이 700억원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완성 공사액이 나날이 증가하는 형상을 나타낸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석 달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쌍용건설은 2009년 12월 사업보고서에 기본 도급액을 1400억원으로 변경해 기재했다. 공사를 85%(완성 공사액 596억원)가량 끝낸 상태에서 공사비가 두 배 증액된 모양새였고, 이 여파로 공정률은 64%로 낮아졌다. 쌍용건설은 2010년 11월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최종 공사비를 1378억원으로 확정 기재했다.

준공 목표인 2010년 2월을 두 달 남짓 남긴 시점에 기본 도급액이 두 배 커진 모습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기존 쌍용건설 사업장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광경도 아니었다.

쌍용건설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공시한 연도별 민간 건축공사 도급 내역은 ▲2007년 32건 ▲2008년 28건 ▲2009년 25건 ▲2010년 27건 등이다. 이 가운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과 유사한 흐름으로 기본 도급액이 변경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쌍용건설 측은 지금껏 공사비 증액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된 건 쌍용건설이 언급한 ‘코스트 플러스 피’ ‘FAST TRACK(패스트트랙)’ 등이 통상적인 부동산 PF사업에서의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6성급 꿈꾸다…구멍 뚫린 프로젝트
석 달 만에 두 배 커진 도급액, 왜?

부동산 PF 사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를 평가해 진행되는 관계로, 일종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추진하려면 ▲인·허가를 취득한 확정된 실시설계도면 ▲확정된 실시설계도면에서 산출한 공사원가계산서 ▲확정된 공사금액으로 시행사와 시공사 간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대출 심사를 거쳐 도급액의 적정성과 사업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수순이 뒤따른다. 공사가 진행되면 착공부터 준공까지 PF사가 기성실사를 거치면서 시공된 공종별 물량을 확인하고, 시공된 물량에 맞춰 공사비가 현금으로 조달된다. 부동산 PF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총액계약방식이 활용되는 이유다.

반면 쌍용건설은 실시설계도면이 없는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실시설계도면 없이 700억원(평당 계략공사비로 전체 연면적을 곱해 추정한 금액)을 공사비를 설정한 ‘코스트 플러스 피(공사비+시공이익)’로 계약한 공사”라며 “준공이 가까워지면서 전체 공사 내용이 확정돼가며 공사비 한도를 1400억원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최종 1378억원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공법으로 진행됐다는 쌍용건설 측 주장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트랙은 기본설계에 의해 부분적인 공사를 진행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작성되는 설계도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데 유용하지만 공사금액을 확정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일반화된 부동산 PF 사업에서는 공사도급금액의 적정성 확인과 사업수지 분석에 어려움이 따른다.


곳곳에서
상충된 흔적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 기록 곳곳에서 발견된 엇박자는 해당 사업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보험 가입’ 내역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보험 가입은 필수 요건이며, 프로젝트 건물은 가장 핵심이 되는 담보물이다. 시행사는 공사 시작에 앞서 공사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공사보험에 대한 PF사와 시공사의 질권 설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어반오아시스는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2008년에 ‘부보금액(보험 계약자가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정한 보험 가입 금액)’ 700억원짜리 공사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부보금액은 2009년 말까지 700억원으로 기재됐다가 사업이 종료된 2010년이 돼서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쌍용건설은 700억원이었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기본 도급액을 2009년 말 기준 1400억원(완성 공사액 892억원)으로 변경한 바 있다. 2009년 12월 쌍용건설 사업보고서에 1400억원으로 기재된 기본 도급액이, 같은 시기 어반오아시스 공사보험 가입 내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법한 사안이다.

‘공사 미지급금’ 항목에서도 엇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말 기준 41억원이었던 어반오아시스의 미지급금은 2010년 말 1025억원(공사 미지급금 942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기업평가에서 2009년 9월 말 자료를 토대로 낸 ‘쌍용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 평가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 미수금은 240억원이었다. 어반오아시스가 3개월 사이 공사 미수금 240억원 중 200억원가량을 정리한 게 아니라면,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에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쌍용건설이 제출했던 자료가 사실에 부합한다면,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정산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 추가 공사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2009년 9월 말 기준 700억원짜리 공사에서 240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신용평가사에 자료를 제출한 쌍용건설이, 이후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응해 공사를 두 배 수준으로 벌렸고 결과적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는 전혀 지급받지 못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측은 공사비 1378억원 중 942억원을 받지 못한 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회원권 판매 부진으로 공사 대금 수금이 어려워졌으나, 책임준공 의무와 조건부 채무인수 의무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며 “공사비 수금이 없어도 협력업체에 B2B로 공사 대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측은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추가 공사가 진행된 점을 공사비 급증과 공사 미지급금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2009년 4분기(10월~12월)부터 당초 계획에 없는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는 뜻도 내비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마감재 철거공사 중 발주처에서 VVIP를 위한 최고급 호텔에 따른 공사 내용과 사양이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 변경(각 객실에 플런지 풀 신설 등)됐다”며 “이에 따라 공사 범위에 없던 별관 및 별관 앞 야외 수영장 공사, 발주처분인 홍보관 공사 등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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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