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어설픈 양다리 작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25 15:03:12
  • 호수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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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에 치명적 모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말로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마음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한다. 이질적인 집단의 지지를 모두 얻으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과연 누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서울시·서울연구원이 주최하고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주관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가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지방정부에 예산·인력·규제·교육·고용·이민 등 권한을 이양해 중앙집권적 국가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을 5개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눠,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경제 중심지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5대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A지만, B다”
국힘 유행어

이날 토론회엔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 48명이 참석했다. 김기현 의원·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과 김상욱·김예지·김건 의원 등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오 시장의 지지자들도 다수 참석해 환호했다.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문 대행이 고등학교 동문 카페에 게재된 미성년자 음란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작한 사진이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서 사실관계 점검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당이 국민께 사과드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90여명은 문 대행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단지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음란 수괴 문형배’ 등 피켓을 들고, ‘문형배 사형’ 등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8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헌법기관 및 국가기밀 취급 기관에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고, 이미 임용된 외국인·복수 국적 공무원에 대한 보안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의 국가공무원법 및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엔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공무원 임용 시 대한민국 국적 보유 필수 명시’ ‘외국 국적자 및 복수 국적자인 공무원에 대한 국가보안 심사 및 재임용 심사 제도 도입’ 등 내용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선 “중국 개입설을 토대로 한 부정선거론을 헌재와 연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서 ‘조기 대선’이란 말은 금기어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진행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를 가정한 조기 대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겉으로는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론 윤 대통령을 두둔해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오 시장 등 중도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대선주자를 사실상 관리하는 ‘양다리 작전’으로 대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K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2.3%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5.1% ▲오세훈 서울시장 9.6%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8.8% ▲홍준표 대구시장 7.0%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4.9%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3.6%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2.6%를 기록했다.

이재명 유죄로 중도 낙마 구상?
윤 대통령 하야로 필승 재집권?

다만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 이 대표를 추월하는 수치를 기록한 주자들은 없었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되는 상황서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이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당내 비토 세력의 지지 비중이 크다. 홍 시장과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다. 국민의힘으로선 김 전 장관과 오 시장의 대결로 흥행몰이 해서 보수와 중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이 대표에게 대적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적잖은 불씨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은 집토끼 단속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논리적 모순과 엇박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권당이자 원내 제2당이 폭동을 공공연하게 옹호할 순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폭력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불법·폭력 행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야당 대표에게도 똑같은 사법적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등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A지만 B다”라는 논리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논조다. 이들 주요 구성원들은 정국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이란 단서를 달고 나서 견해를 밝힌다.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비상계엄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난 15일엔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유발자’ 역할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헌재와 민주당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과도한 조치”라면서도 헌재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제가 비상계엄 해제 표결 현장에 있었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말은 세간의 비판과 중도층의 시선을 의식하는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A지만, B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물론 A와 B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일이지만, 상대방이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고치진 않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야설에
날 선 반응

권 비대위원장은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A지만 B다”라는 발언 구조를 이어나갔다. 그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관위가 나서서 객관적인 검토를 받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어떨지 생각해봤다”며 애매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씨에 대해선 “큰 영향력을 가진 분이 그렇게 전향하신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감사하다”는 등 ‘본심’을 드러냈다. 전씨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서 활동했던 것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은 당 안팎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그 많은 “A지만 B다”를 모두 모아 요약하면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탄핵 기각 시 윤 대통령은 이론상으론 직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현재 윤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구속 피고인은 원칙상 2개월 동안 수감되지만, 심급별로 2회에 걸친 연장을 할 수 있으므로 심급당 최장 6개월까지 수감이 가능하다. 피고인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은 통상적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서울구치소서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서울구치소서 국빈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각종 행사에도 한 발짝도 갈 수 없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현실적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해답으로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에 집중력을 투입한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시당도 부산 전체에 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설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이재명은 안 된다’는 강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그림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항소심서 사실상 낙마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1심서 징역 1년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서도 이 형량이 유지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항소심이 빨리 진행돼 집행유예 선고를 유지하고 상고심도 빠르게 진행돼 확정하면, 국민의힘은 더 수월한 상태서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당 차원서 재판을 통한 이 대표의 조기 낙마를 노리고 있다.

그림은
크지만…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2일엔 항소심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9일엔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을 비난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또다시 제출했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일각에선 ‘윤 대통령 하야설’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변론기일서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지금처럼 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 14일 YTN 라디오 <이익선·최수영의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이재명 재판만으로 여론을 크게 흔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진짜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하야가 선거판을 크게 흔들 수 있다”며 “동정 여론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반이재명 진영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그 근거로 “인기와 아쉬움이 있을 때 하야를 선언하는 것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서도 불구속 재판 가능성이 커지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물론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4일 채널A와의 인터뷰서 “하야를 운운하는 건 탄핵 공작하는 이들의 사악한 상상력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도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직접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승만의 길을 가건, 박근혜의 길을 가건, 국민 관심 밖이며, 그 선택은 이미 늦었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국의 집권당이자 보수 대표 정당이란 점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책임 있는 유력 정당은 재집권 명분을 청사진 제시를 통해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의 정치철학과 정책이 얼마나 빈곤한지 드러내고, 이 대표의 맞상대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대선주자가 부재한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자폭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각 당의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은 이질적인데, 이는 민주당도 경험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중도층 공략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허용 ▲상속세 완화 등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강성+중도’ 두 마리 다 놓칠라
이질적 집단 아우를 정치력 부재

그러자 노동계가 민주당에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우향우 깜빡이를 켰으면 계속 우측으로 달려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요란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지지 정당을 압박한다. 반대로 중도층은 조용하다. 양당으로부터 각각 실리를 얻길 바라면서, 그때그때 양당을 선택한다. 조용하므로 반응은 선거서만 확인할 수 있어, 경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파악하기 어렵다고 무시할 수 있는 비중도 아니다.

양당은 각각 30~40%의 지지를 얻고 있고, 무당파는 20~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딜레마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강성 지지자든 중도층이든, 선거에선 각각 1표씩밖에 행사할 수 없다. 강성 지지자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중도층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융통성 있는 정치력과 지휘력·통솔력을 갖춰야 한다. 호감을 얻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은 강성 지지자들에 의존하는 정치로는 정당과 정치인의 지휘력·통솔력을 확인할 수 없다. 이질적인 두 집단을 모두 묶을 수 있는 지휘력·통솔력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이다.

이는 현대 정치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DJP연합과 국민신당 이인제 당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한 흐름을 타고 약 39만표 차이로 신한국당 이회창 당시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다.

이회창 후보는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른 후보들을 통합하는 데 실패해 이인제 후보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이 후보는 5년 후 제16대 대선에 다시 출마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재차 낙선했다. “개혁 성향의 영남권 대선후보를 선택해 영남권 표심 일부를 이탈시키고, 호남이 전력으로 지원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대전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엔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주자를 가리지 않고,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A지만 B다”라는 어설픈 모순 발언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양쪽의 반발만 살 뿐,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림만 클 뿐, 치명적인 모순이 될 수도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두둔한다. 중도층은 양당 모두를 객관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모순에 민감하다. 모순이 큰 정치인일수록 지지하길 꺼린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일컬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유행했던 이유도, 두 사람 모두 사적 행보와 공적 언행의 불일치가 컸기 때문이었다.

어설프면서
솔깃한 이유

국민의힘은 배출하는 대통령마다 구치소로 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대통령의 일부 핵심 측근 외엔 지역구를 토대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의원들은 겉으로만 대통령을 두둔할 뿐, 몰락한 대통령을 가차 없이 버리고 자신의 정치 생명에 몰두하는 것을 체화하게 된다.

따라서 중도 성향 대선주자를 옹립했다가 중도 공략 실패로 대선에 패배할 경우, 책임을 그 중도 성향 대선주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특정 인물에게 책임을 몰기는 쉬운 탓이다. 국민의힘의 ‘양다리 작전’이 어설프면서도 솔깃할 수도 있는 이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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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