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해야

2기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활동 기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2기 진화위는 최초 조사 개시 결정일인 2021년 5월27일부터 3년간 조사 활동을 했고, 그 후 1년 연장해 활동 기한이 오는 5월26일까지다.

이에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은 지난해 12월6일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위원회의 조사 활동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요청해 왔다.

박 위원장은 “아직도 7000여건 사건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쌓여있다”며 “1기 땐 신청 건수가 1만여건이었으나 2기엔 2만여건이 신청됐다”며, 위원회 존속 기간이 다 돼 5000여명 이상이 또다시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회가 진실화해위법을 개정하거나 새 법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여·야 모두 진화위 활동 기간 연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만 탄핵 정국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안타깝다.

진화위는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과 반민주적 인권유린 행위를 조사해 왜곡‧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구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위원회다.

특히 2기 진화위는 한국전쟁 전후 시기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삼청교육대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납북귀환 어부 고문조작사건 등이 그 경우다.


최근에도 진화위는 지난 18일, 1971년 속초항서 출항해 동해상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가 돌아와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수사를 받은 ‘동해호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을 심의하고 피해 선원 6명에 대해 진실규명(피해 확인)으로 결정했다.

지난 20일 필자가 모 모임서 박 위원장을 만났을 때,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와 달리 18일 전체회의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여야 성향의 위원이 4:4로 대치돼있는 진화위라 사건에 대한 결정이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국민만을 생각하며 오직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진화위는 한시적인 조직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적인 국가 기관으로서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위원회로 독립위원회의 성격을 지닌 위원회다.

1기 진화위는 2005년 설립 이후 1년간 1만860건을 접수하고 2006년 4월25일 첫 조사를 개시한 이후 2010년 6월30일까지 4년 2개월 동안 총 1만1172건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1기 진화위는 종합보고서를 2010년 12월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12월31일 해산했다.

그 후 10여년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유족회,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하여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이 과거사 진실규명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에 국회가 2020년 5월 과거사법을 개정함으로써 2020년 12월10일, 2기 진화위가 출범해 주로 인권침해 사건을 다뤘다.

현재 야당은 2기 진화위 활동 기간 연장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 선포 후 3일 만에 진화위 위원장(장관급)에 박선영 전 의원을 임명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분위기론 2기 진화위도 곧 막을 내리고, 언제 출범할지 모르는 3기 진화위서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2기 진화위 활동이 끝나면 3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에 지금까지 신청 받은 사건을 모두 조사할 수 없어, 1기 진화위 때처럼 미뤄뒀던 사건을 한꺼번에 각하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최근 박 위원장은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서 8시간여 동안 진화위를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들과 만나 진화위 조사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거취 정리를 문제 삼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이 진실화해위법 개정 등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월6일 임명된 박 위원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진화위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4명의 위원으로 총 9명이다. 그래서 진화위가 사건을 결정할 때 위원장의 성향이 매우 중요한 만큼, 위원장 자신의 과거 성향을 무시하고 중립을 지키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국가의 실수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야 할 진화위의 조사 활동 기간 연장이 위원장의 성향 때문에 늦어지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국회가 국민과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위원장이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바꾸면 되고 지금은 오로지 억울한 피해자를 생각해 활동 기간 연장의 중요성만 인식해야 한다. 위원장 성향 문제로 자칫 억울한 사건에 대한 조사와 진실규명이 역사 속으로 영원히 묻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필자는 “18일 전체회의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밝힌 박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진화위가 새롭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젠 여·야가 진화위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탄핵 정국은 시간이 지나면 끝나지만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영원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된 결정으로 역사가 왜곡된다면 미래도 잘못된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진화위가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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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