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걸리는’ 윤석열 거짓말 막전막후

앞뒤 안 맞는 새빨간 뻥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대한민국의 2025년은 정치 갈등으로 얼룩질 모양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8명의 재판관 손에 달려 있다. 재판관들은 대통령과 증인의 진술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을 말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결론을 내놓을 기세다. 3월경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직접 출석
적극 방어

현재 윤 대통령의 신분은 혼재돼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는 이뤄졌지만 대통령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는 ‘피청구인’이며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되면서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로 생긴 일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헌재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배경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사건 당시 한 차례도 직접 출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쟁점에 따라 엇갈리는 진술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정사에 몇 안 되는 일인 만큼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말마다 전국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로 국민 여론도 첨예하게 나뉘었다.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려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헌재는 9건의 탄핵소추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권한쟁의심판, 마은혁 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의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의 진행 순서와 변론기일 일수 등 헌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상황서 헌재의 결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은 증인의 진술과 그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진술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정영식 재판관이 집요할 정도로 증인이 진술한 단어 하나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원→요원→인원
윤 “지시 안 했다”

실제로 정 재판관은 지난 6일 변론기일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 달라지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는 과정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뒤인 4일 오전 국회의 의결로 해제될 때까지 윤 대통령의 언행은 탄핵 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1항)고 돼있다.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정원 헌재 당시 사무차장은 지난달 9일 국회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포고령 1호가 “현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켰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대, 경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국무위원 등의 발언이 언론,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대면, 유선 등을 통해 한 발언이 중점적으로 공개됐다. 해당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에 담겼다.

계엄 당시
언행 쟁점

윤 대통령은 일부 관련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그들의 거짓말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는 뉘앙스의 말을 주변인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된 국무회의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등 ‘물증’이 적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는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해 공방이 오갔다. 이날 헌재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여인형)에게 전화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지에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건 전화 내용이 계엄과는 관계없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지난해 12월6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넘어가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엇갈린 진술
재판관 판단?

윤 대통령이 언급한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해당 메모는 비상계엄 선포 8일 뒤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공개됐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 “원본의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일부 내용을 보좌관에게 ‘정서’시켰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국회의원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한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서 분명하게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의원’ ‘요원’ ‘인원’ 등의 논란이 해당 진술로부터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대상이 누구든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신문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2시30분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이때 ‘인원’을 본회의장 안에 있던 국회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의 상황, 안전 문제, 이런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다”며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좀 받다가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 뒤 수고하라고 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4차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곽 전 사령관의 ‘끄집어내라’는 증언의 대상을 ‘요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고 생각해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진술의 신빙성 쟁점 될 듯
최종변론 후 2주면 나온다


다시 말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인원’이라는 표현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증언한 것이고, 김 전 장관은 군인을 ‘요원’이라고 말했으며 윤 대통령은 ‘인원’이든 ‘의원’이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 재판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원’ 표현을 두고 윤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변론서도 여러 차례 ‘인원’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열린 7차 변론기일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단전·단수 관련 발언도 진실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집무실 탁자 위에 있는 쪽지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일 뿐,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당시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바도 없으며, 지시한 사실도 없음을 명확하게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허석곤 소방청장이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건 아니고 경찰 협조가 있으면 협조해주라는 것이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언론을 통해 허 청장의 답변이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기사회생?
조기 대선?

앞서 헌재는 최종 변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4일, 박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2주를 넘기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조기 대선 등 헌재의 판결에 따라 두 갈래 길 중 한쪽이 결정된다. 이제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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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