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걸리는’ 윤석열 거짓말 막전막후

앞뒤 안 맞는 새빨간 뻥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대한민국의 2025년은 정치 갈등으로 얼룩질 모양새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8명의 재판관 손에 달려 있다. 재판관들은 대통령과 증인의 진술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을 말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결론을 내놓을 기세다. 3월경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직접 출석
적극 방어

현재 윤 대통령의 신분은 혼재돼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는 이뤄졌지만 대통령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는 ‘피청구인’이며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되면서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로 생긴 일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헌재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배경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사건 당시 한 차례도 직접 출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쟁점에 따라 엇갈리는 진술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정사에 몇 안 되는 일인 만큼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말마다 전국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로 국민 여론도 첨예하게 나뉘었다.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려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헌재는 9건의 탄핵소추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권한쟁의심판, 마은혁 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의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의 진행 순서와 변론기일 일수 등 헌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상황서 헌재의 결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은 증인의 진술과 그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진술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정영식 재판관이 집요할 정도로 증인이 진술한 단어 하나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원→요원→인원
윤 “지시 안 했다”

실제로 정 재판관은 지난 6일 변론기일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 달라지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는 과정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뒤인 4일 오전 국회의 의결로 해제될 때까지 윤 대통령의 언행은 탄핵 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1항)고 돼있다.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정원 헌재 당시 사무차장은 지난달 9일 국회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포고령 1호가 “현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켰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대, 경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국무위원 등의 발언이 언론,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대면, 유선 등을 통해 한 발언이 중점적으로 공개됐다. 해당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에 담겼다.

계엄 당시
언행 쟁점

윤 대통령은 일부 관련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그들의 거짓말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는 뉘앙스의 말을 주변인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된 국무회의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등 ‘물증’이 적어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는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해 공방이 오갔다. 이날 헌재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여인형)에게 전화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지에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건 전화 내용이 계엄과는 관계없는 얘기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지난해 12월6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넘어가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엇갈린 진술
재판관 판단?

윤 대통령이 언급한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해당 메모는 비상계엄 선포 8일 뒤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공개됐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 “원본의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 일부 내용을 보좌관에게 ‘정서’시켰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국회의원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한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서 분명하게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의원’ ‘요원’ ‘인원’ 등의 논란이 해당 진술로부터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대상이 누구든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신문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2시30분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이때 ‘인원’을 본회의장 안에 있던 국회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의 상황, 안전 문제, 이런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다”며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좀 받다가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 뒤 수고하라고 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4차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곽 전 사령관의 ‘끄집어내라’는 증언의 대상을 ‘요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고 생각해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진술의 신빙성 쟁점 될 듯
최종변론 후 2주면 나온다


다시 말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인원’이라는 표현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증언한 것이고, 김 전 장관은 군인을 ‘요원’이라고 말했으며 윤 대통령은 ‘인원’이든 ‘의원’이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 재판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원’ 표현을 두고 윤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변론서도 여러 차례 ‘인원’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열린 7차 변론기일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단전·단수 관련 발언도 진실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집무실 탁자 위에 있는 쪽지를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일 뿐,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당시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바도 없으며, 지시한 사실도 없음을 명확하게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허석곤 소방청장이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건 아니고 경찰 협조가 있으면 협조해주라는 것이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언론을 통해 허 청장의 답변이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기사회생?
조기 대선?

앞서 헌재는 최종 변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4일, 박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2주를 넘기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조기 대선 등 헌재의 판결에 따라 두 갈래 길 중 한쪽이 결정된다. 이제 헌재의 판단만 남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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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