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바디프랜드 내우외환 현주소

꽃길 걷다 가시밭 마이웨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바디프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안마의자 시장의 절대강자라는 인식은 희미해졌고,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 한참 전 일이다. 나머지 식구가 힘을 내면 좋겠건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암초가 더해지면서 그간 준비해 온 상장 작업마저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1조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최근 들어 외형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여파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빛바랜
옛 영광

총 매출 중 85% 이상을 안마 의자 제품에 의존해 온 바디프랜드 역시 녹록지 않은 업황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바디프랜드의 최근 3년(2021~2023) 연결 매출은 ▲2021년 5913억원 ▲2022년 5220억원 ▲2023년 4197억원 등 해를 넘길수록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진이 계속된 사이 헬스케어 시장 1위라는 상징성마저 뺏겨버렸다. 경쟁사인 ‘세라젬’은 2020년 3002억원이었던 매출을 이듬해 6670억원으로 키우면서 바디프랜드를 제쳤다. 세라젬의 2023년 매출은 5846억원으로, 바디프랜드와 엄연한 격차가 존재한다.

바디프랜드는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685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41억원으로 64.8% 감소했고, 급기야 2023년에는 16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바디프랜드가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건 2013년(영업이익 181억원) 이래 10년 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마저 ▲2021년 11.59% ▲2022년 4.62% ▲2023년 3.99% 등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특히 2023년 기록한 3%대 영업이익률은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1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약하게나마 반전의 기미를 보였다는 게 위안거리다. 바디프랜드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26억원,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3분기에 국한할 경우 매출은 1040억원, 영업손실은 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지만, 1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년 새 적자로 돌아섰다. 성수기 도래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관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착화된 국내 안마의자 시장 현황을 감안하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내수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바디프랜드가 7~8년 전부터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 법인을 설립한 것도 해외사업에 힘을 싣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안마 기기 시장이 2023년 기준 238억6000만달러(35조1171억원)에 달하며, 2032년에는 411억8000만달러(60조608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6.3%로 추산했다.

이래저래
안 풀린다

다만 해외시장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바디프랜드 산하 해외 법인들은 최근 3년(2021~2023)간 ▲2021년 105억원 ▲2022년 156억원 ▲2023년 132억원 등 연평균 131억원 총 매출을 기록했을 뿐,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021년 25억원 ▲2022년 48억원 ▲2023년 25억원 등 연평균 33억원에 달했다.


바디프랜드가 직·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 중인 해외 법인은 2023년 말 기준 ▲바디프랜드 INC.(미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바디프랜드 USA INC.(미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메디컬 AI Inc.(미국,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상하이 바디프랜드 일렉트로닉테크놀로지(중국, 전자부품제조) ▲바디프랜드 상하이 인터내셔널(중국, 의료용 전동기 판매) ▲바디프랜드 유럽(프랑스, 의료용 전동기 판매) 등 총 6곳이다.

매출 규모가 큰 ‘바디프랜드 INC.’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게 뼈아프다. 2021년 순이익 7억8400만원을 거둔 바디프랜드 INC.는 이듬해 15억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23년 역시 순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61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해외 법인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메디컬 AI, Inc.는 최근 3년간 매출 없이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 설립된 바디프랜드 USA INC.는 별다른 영업활동을 못한 채 지난해 3분기에 청산됐다.

국내 계열회사들의 상황도 딱히 낫다고 보긴 힘들다. HKP컴퍼니를 내세워 추진한 업종 다각화 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부실화되는 경향이 짙어진 모양새다.

희미해진 안마의자 1위 위용
안개 잔뜩 낀 상장 노림수

2016년 4월 설립된 HKP컴퍼니는 사업 경영 및 관리 자문을 영위하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법인이다. 공태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이 회사는 ▲바흐(33.56%, 전기기기 제조) ▲프랜드웍스(20.00%, 의료기기 판매) ▲에스와이라이프(55.72%, 가구 제조) ▲엠씨테크놀러지(100%, 의료기기 판매) ▲에브리알(100%, 상품 중개) 등 법인 5곳에서 주요 주주로 등재돼있다. 지분 취득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167억원이다.

이 외에도 HKP컴퍼니는 오스템 주식 100만주를 쥐고 있다. 2016년 해당 주식을 확보할 당시 투입한 금액은 28억5000만원(1주당 2850원)이었다.

HKP컴퍼니가 타 법인 주식 취득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바디프랜드 덕분이다. HKP컴퍼니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8차례에 걸쳐 발행한 206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바디프랜드는 이를 인수했다.

이런 이유로 HKP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한 법인 중 오스템을 제외한 5곳은 바디프랜드 계열회사로 표기되고 있다. HKP컴퍼니는 바디프랜드가 건넨 자금을 밑천 삼아 타 법인 지분을 사들였고, 바디프랜드는 지배력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HKP컴퍼니를 활용한 셈이다.

정작 바디프랜드 계열회사로 편입된 대다수 법인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엠씨테크놀로지 ▲에브리알 ▲프랜드웍스 등은 매출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바흐는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그나마 에스와이라이프가 매출 2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억3800만원, 2억9600만원에 그쳤다.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HKP컴퍼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신주인수권을 감안해 HKP컴퍼니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바디프랜드가 BW를 행사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HKP컴퍼니는 순수 기업가치가 크지 않은 데다,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를 띠고 있다. 매년 현금배당으로 얻는 2000만원이 매출의 전부이며, 완전자본잠식(총자본 -106억원) 상태다. 결손금은 112억원에 달한다.


불안정한
경영 환경

이런 가운데 불안정한 경영 환경은 바디프랜드의 미래를 예단하기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경영권의 잦은 교체가 상장이라는 큰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2007년 3월 바디프랜드를 설립했던 오너 일가(강웅철 현 사내이사, 조경희 전 회장)는 2015년 8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주축이 된 특수목적법인(SPC) ‘BFH홀딩스’에 바디프랜드 보유 지분(41.6%) 전량을 양도했다. 이를 계기로 BFH홀딩스는 바디프랜드 지분 90%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오너 일가가 바디프랜드와 결별 수순을 밟은 건 아니었다. 2015년 바디프랜드 지분을 매각하면서 4000억원을 확보한 오너 일가는 1600억원을 BFH홀딩스에 재투자했다. 그 결과 2015년 말 기준 BFH홀딩스 주주는 ▲VIG파트너스(35%) ▲네오플럭스(25%) ▲강 이사(40%) 등으로 구성됐다.

2018년 오너 일가는 BFH홀딩스 주주 명단에서 빠지는 대신 SPC인 ‘비에프’를 설립해 바디프랜드 지분 24.8%를 취득했다. 본격적인 상장 작업 추진에 앞서 오너 일가와 VIG파트너스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분리작업을 단행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코스피 상장 준비 작업은 2019년 5월 결국 무산됐다. 이렇게 되자 VIG파트너스는 엑시트를 추진했고, 2021년 11월 ‘비에프하트’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비에프하트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 설립한 SPC로, 2022년 7월 잔금 납부를 완료하면서 바디프랜드 지분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 무렵 관련 업계는 새 주인을 맞이한 바디프랜드가 다시 한 번 상장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사모펀드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강 이사가 스톤브릿지캐피탈 측에 서면서 ‘강 이사·스톤브릿지캐피탈 VS 한앤브라더스’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강 이사 휘하의 비에프가 바디프랜드 지분 38.77%를 보유한 2대 주주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3년 초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던 강 이사는 지난해 초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곳곳에
결격 사유

이미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모습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한앤브라더스 최대주주가 바디프랜드 회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하고 급여를 과도하게 수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한앤브라더스 역시 강 이사가 직무발명보상금을 횡령하고 법인카드의 부정 사용을 문제 삼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디프랜드의 상장 준비에 커다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주요 주주의 배임·횡령은 경영 안전성 유지 차원에서 핵심 고려 사안이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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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