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주무르는 유튜버의 두 얼굴

영상 플랫폼에 갇힌 윤석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네 귀퉁이가 둥글게 깎인 빨간 배경에 재생 버튼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삼각형이 박혀있는 로고. 월간 사용자가 수십억명에 이르는 전 세계 최고의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상장하는 아이콘이다. 이 로고 너머의 세계가 대통령을 사로잡았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 유튜버가 사회를 흔들고 있다. 유튜버가 만든 영상은 접근성을 무기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조회 수와 구독자 확보를 위해 자극적이고 원색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가 늘어났다. 문제는 이들의 영향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 넘어

2019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만4783명과 학부모 1만6495명,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유튜버·BJ·스트리머 등 ‘크리에이터’가 희망 직업 3위를 기록했다. 2018년 조사에서 5위를 차지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1년 만에 두 계단 올랐다.

이제 유튜버를 당당하게 ‘직업’이라 칭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기 유튜버는 채널 인기에 힘입어 TV나 라디오 등 대중 미디어에 섭외되고 광고도 찍는다. 조회 수와 구독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수입도 어마어마해진다. 유명 유튜버의 경우 1년에 수십억원을 버는 사례도 있다. 어린 학생은 물론 성인에게도 선망의 직업군이 됐다.

유튜브는 이미 기존 미디어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한 언론사가 진행한 ‘신뢰하는 매체’ 조사에서 유튜브는 공중파 방송국 사이에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영상 내용을 짧게 만들어 유포하는 ‘쇼츠’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약진한 결과다.


유튜브의 힘은 최근 정치권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이 제작한 영상에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유튜브 정치’가 여야, 보수와 진보 지지층의 갈등을 극한까지 끌고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유튜버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요새에 갇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군인을 보낸 배경으로 언급한 ‘부정선거’ 의혹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하고 포고령 초안을 작성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 기소)은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러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정선거 의혹은 선관위서 “가능성이 없다”면서 여러 차례 해명을 내놨다. 심지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참여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시한 부정선거 의혹 검증서도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보고 결과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실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5월 비서실에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박 의원실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특정 진영을 중심으로 일부 의혹은 제기될 수 있겠으나 자유민주주의 및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현 대한민국 사회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 대부분”이라고 기록됐다.

하지만 극우 유튜버들 사이에서 부정선거 의혹은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기에 국회의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또 민주당 등이 의석을 무기로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담화서 언급한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유사한 설명이다.

취임식에도 초대
자필 편지로 응원


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구체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일 자필 편지를 통해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서한은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 시위대’에게 내린 지령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해 수세에 몰린 상태였다.

그런 상황서 극우 유튜버 등 보수 강성 지지층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와 완전히 한편에 섰다’는 한탄도 나왔다. 이후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친윤 시위대의 위세가 강해졌다. 특히 20~30대 이른바 ‘청년우파’가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분노는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폭발했다.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있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법원을 향해 돌진했다. 법원 유리창이 깨지고 셔터가 망가졌다. 일부 시위대는 영장전담 판사를 찾아 법원 판사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폭력 시위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시위대의 직접적인 표적이 된 사법부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시위대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갑작스럽게 폭발해 폭력 시위를 자행하게 된 배경을 살피고 있다.

이 과정서 극우 유튜버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회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국민 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말하면서 폭력 집단난동 사태를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전 목사를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고발인 조사 출석 전 기자회견서 “‘가짜 목사’ 타이틀을 가진 전광훈은 분명하게 폭동 교사를 했다”며 “그는 ‘광화문서 서부지법으로 집결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받게 하겠다’는 극언을 했고 이는 극단적인 폭력을 교사한 행위이니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력까지

윤 대통령은 취임식 때 극우 유튜버를 초대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한 언론인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망가뜨린 것도 모두 극우 유튜버”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앞으로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유튜버가 정치권에 끼칠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한쪽은 완전히 버리는 방식을 통해 지지층에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결집을 노리는 시도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는 것은 철저하게 나뉜 민심일 수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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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