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쪽박? 대박?’ 재벌 총수들의 주식 성적표

확연하게 드러난 희비 쌍곡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대내외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채 극명한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 여파로 재벌 총수들의 주식 재산은 크게 요동쳤다. 10명 중 6명은 자산가치 감소를 경험했고, 주식 부자 순위에서 크고 작은 변동이 감지됐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코스피의 경우 마지막 거래일(지난달 30일)에 2399.49에 장 마감하면서 결국 2400선을 지키지 못했고, 수익률은 -9.63%에 그쳤다. 최고의 수익률을 낸 ▲대만(29.81%) ▲미국(25.18%) ▲일본(20.37%) 등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침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고꾸라진
끝맺음

국내 주식시장이 시작부터 고꾸라진 건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천명했고, 국내 증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상승 국면을 나타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 등 희소식이 더해지자, 코스피는 눈에 띄게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3월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돌파했으며, 꾸준한 우상향에 힘입어 지난해 7월 한 때 2900선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였다.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지난해 8월 초부터 코스피 지수는 무기력하게 주저앉기 시작했으며,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정치적 요소라는 악재가 덧씌워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자로 확정되자 코스피는 7일간 6.64%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정책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는 가뜩이나 힘겨웠던 국내 증시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사건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코스피는 순식간에 글로벌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가라앉았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대를 찍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는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및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인 2891.35에 도달했으나, 지난해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되자, 대다수 상장사는 시가총액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 합산액은 2254조원으로, 전년 동기(2503조원) 대비 249조원 줄었다. 1904개(69.3%) 종목에서 주가 하락이 목격됐고,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종목은 259개에서 240개로 줄었다. 조사 대상은 우선주를 제외한 2749개 국내 증시 상장 종목으로, 지난해 1월2일 종가와 지난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극명했던
변동 폭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도 요동쳤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 총수 중 올해 초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긴 총수는 44명으로 집계됐다.


주식평가액은 최근 1년(지난해 1월2일~지난 2일) 종가를 기준했다. 주식 재산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와 함께 비상장사 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해당 그룹 상장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도 포함했다. 비상장사 등에서는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지난 2일 기준 58조1584억원이다. 전년 동기(64조7728억원) 대비 6조6144억원(10.2%) 감소한 수치다. 44명 중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16명(36.4%)에 불과했다.

증가율 1위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었다.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 중인 박 회장은 1212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3456억원으로 키웠다. ㈜두산의 주가가 186.2%(지난해 1월2일 9만2600원→지난 2일 26만5000원) 급등한 게 박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주식평가액은 82.8% 올랐고, 주식가치는 3843억원에서 70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급등한 고려아연 주가가 장형진 고문의 주식가치를 올린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최근 1년 사이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96.9%(지난해 1월2일 48만6000원→지난 2일 95만7000원)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장형진 고문의 주식 재산은 1년 새 3000억원 넘게 뛰었다. 장 고문과 대립 중인 최윤범 회장 역시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이 2038억원에서 3725억원으로 80% 이상 급등했다.

줄줄이 터진 대내외 악재에 신음
44명 중 자산 증식 성공은 16명뿐

HDC와 HDC랩스 주식을 보유 중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20억원 수준이었던 보유 주식의 가치가 1년 새 3364억원으로 높아졌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66.5%로 집계됐다. 78.3%에 달하는 주가 상승폭을 나타낸 그룹 지주회사(HDC)가 정몽규 회장의 주식 재산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주식평가액 증가 규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병규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5415억원에서 2조4917억원으로 9502억원가량 높아졌다. 증가율은 61.6%였다.

이 외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5535억원)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4832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4832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4223억원) 등이 주식평가액 증가 기준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그룹 총수 28명(63.6%)은 주식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으며, 특히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1월2일 기준 3조1995억원이었던 이 전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3841억원으로 56.7% 낮아졌다.

주식평가액 감소율이 확연했던 사례는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해 30% 이상 감소율을 나타낸 총수만 해도 ▲이용한 원익 회장 ▲구본준 LX 회장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 ▲김홍국 하림 회장 등 총 5명에 달했다.

이용한 회장은 2390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이 1297억원으로 45.7% 내려앉았다. 원익QNC 주가가 45% 넘게 떨어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구본준 회장은 3821억원에서 2243억원으로 41.3% 감소했고,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초 6조1186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지난 2일 기준 3조9527억원으로 35.4% 줄었다. 김홍국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938억원에서 1323억원으로 30% 이상 주저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재산 감소 규모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초 14조8673억원에서 같은 해 3월 말 16조5864억원으로 치솟는 등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이었다.

하지만 주식 재산은 지난해 6월경 15조7541억원으로 다소 꺾였고, 꾸준한 하락 끝에 지난 2일 기준 11조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7만9600원에서 5만3400원으로 32.9% 뒷걸음질한 여파였다.

피하지 못한
뒷걸음질

그럼에도 이 회장은 여전히 국내 최고 주식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조원을 넘긴 재계 관계자는 3명이며, 그는 주식평가액 11조9099억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주식 재산 2위는 서정진 회장이다. 지난해 초 9조9475억원이었던 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9월 말 한때 11조3044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일 기준 10조4308억원으로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초 5조7475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10조1852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70%를 가뿐히 넘겼다. 조 회장은 10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한 총수 3인 중 유일하게 대기업집단 동일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리츠금융은 2019년 비금융사를 매각하면서 금융전업집단으로 분류됐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10조원대 주식 부호 3인과 나머지 그룹 총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4위에 해당하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2912억원으로, 조정호 회장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범수 의장은 6조원대였던 주식평가액이 3조원대로 낮아지면서 정의선 회장과 자리를 바꿨다.

주식평가액 6~10위에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2조5816억원) ▲장병규 의장(2조4917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8119억원) ▲정몽준 이사장(1조7985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7163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1조원 이상 주식평가액을 기록한 총수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5642억원) ▲김남정 동원 회장(1조5347억원)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1조3841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2649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2370억원) ▲이해진 네이버 GIO(1조1879억원)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1조489억원) 등이 있다. 

엇갈린
자리 배치

그룹 총수가 아닌 재계 관계자 중에서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5조4466억원)의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초 6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원대로 떨어졌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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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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