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시공사 VS 시행사 법적 분쟁 내막

비어 있는 건물 두고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강남에 위치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을 둘러싼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저조한 분양 실적과 공사 자재비 인상,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건물은 공매 절차 및 그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굳게 닫혀 있다. 

강남대로 벤츠 전시장 옆 핵심 입지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거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이 분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인 도곡닥터스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공매와 리파이낸싱을 두고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급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위치한 소형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 총 86가구로 조성됐다.

이 단지는 상위 1%를 위한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으로 기획돼 명품급 마감재 및 가구, 프리미엄 가전을 갖추도록 기획됐다. 또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호텔급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최상급 조식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됐다.

공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부동산시장서 소형이지만 럭셔리함을 갖춘 주거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고소득 1인 가구 및 2030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건설사들도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 수영장, GX룸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소극장 등의 문화시설도 함께 조성했으며 이 외에도 세대 내 럭셔리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최신식 가전을 마련하는 등 고급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럭셔리 주거상품은 분양 성적도 우수했다. 현대건설이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한 ‘르피에드’는 전용면적 42~50㎡를 대표 타입으로 내세우는 소형 럭셔리 주택으로, 전 타입 완판됐다.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된 ‘펜트힐 논현’, 부산 해운대에 공급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도 완판되는 등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의 인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인 가구 하이엔드 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주거시설로, 무려 18개 타입으로 구성한 오데뜨오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10 부동산 대책(2020년 7월10일자 주택시장 안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부동산 정책…저조한 분양 실적
외국 투자 유치하려 했지만 공매 넘어가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서울 소재 주택을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에 대한 중과세율이 종전 0.8~4% 수준서 1.2~6% 수준으로 상향됐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중과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중과세율도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 10%, 3주택 이상 보유자 20%서 각각 20%, 30%로, 다주택자 및 법인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각각 8%(2주택 보유 개인), 12%(3주택 이상 보유 개인, 법인)로 인상됐다.


게다가 오데뜨오드 도곡 인근에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고급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8곳 이상 분양되면서 수요가 분산됐다. 또 오데뜨오드 도곡이 준공될 당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인기가 크게 꺾인 점도 분양에 차질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진 소비 심리에 오데뜨오드 도곡은 2020년 하반기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았다. 총 108호실 중 약 87호실이 미분양됐었다. 현재는 모든 호실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 원금, 이자 및 대금 지급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공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가진 비업무용 재산과 국세, 지방세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공매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고 약정한 기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해 매각 의뢰한 담보물이다. 

대주단은 1차 공매를 신청했지만 도곡닥터스를 믿고 취소했다. 도곡닥터스는 오데뜨오드 도곡 분양 대상자를 외국인과 시니어 층으로 바꾼 뒤 좋은 호응을 얻고 외국 투자사(SC Lowy Korea)와 1000억원가량의 투자의향서 체결에 협의했기 때문이다.

108호실 중 
87호실 미분양

도곡닥터스는 해당 투자를 받은 뒤 1순위 채권단인 대주단의 원금과 이자를 갚은 후 분양에 돌입해 분양금으로 2순위 채권단인 시공사와 신한자산신탁 채권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다시 신한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L이앤씨는 지난 10월14일 도곡닥터스의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에 공매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10월23일 오데뜨오곡 도곡에 대해 지난 11월4일부터 일반경쟁에 의한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매 공고를 했다.

해당 공고에 따라 공매는 4차까지 진행됐지만 입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공사에서는 “당초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있어서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처음부터 내놨으면 공매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1차 최저 입찰가는 1829억5700만원이었다. 3차 최저 입찰가는 1335억4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감정평가액은 1407억3600만원이다. DL이앤씨가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높게 잡혀 있어 입찰이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감정가보다 낮은 3차 최저 입찰가에도 입찰이 안 된 것이다.

첫 분양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7299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 재건축단지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 분양가가 5273만원, ‘디에이치 리클라스’가 4892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편이다.

시행사는 현재 공매중지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황이다. 시행사는 DL이앤씨의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공사비 인상요구를 포함한 갑질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도곡닥터스를 협박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했다.

의도적으로 
공사 지연?

도곡닥터스 관계자에 따르면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처음 도급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단가 30% 이상 자재비 및 인건비가 폭등할 경우 채권자(도곡닥터스)가 채무자(DL이앤씨)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조건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자재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은 ‘철근·형강’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있지만 DL이앤씨는 자재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도 공지하지 않고 철근과 형강 외 자재비 인상을 요구했다.

또 도곡닥터스는 DL이앤씨가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면서 오데뜨오드 도곡의 출입을 막고 있어 도곡닥터스는 물론 분양업체도 오데뜨오드 도곡을 출입할 수 없어 분양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곡닥터스의 이런 주장에도 재판부에서는 공매 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시행사의 주장을 법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공사대금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사업 초기 공사 기간 28개월 343억563만원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 2022년 3월25일 공사 기간을 실 착공일로부터 29.5개월(2021년 1월18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총 계약금액을 435억563만원으로 변경해 다시 계약했다.


도곡닥터스는 도급계약에 따라 95억원가량 증가한 공사대금을 DL이앤씨에 지급했지만 DL이앤씨는 공사대금 192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된 192억원에는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른 추가 지출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재비, 연체이자 등이 포함됐다.

도곡닥터스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데 DL이앤씨의 책임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채무부존재 고소장에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2023년 6월경 DL이앤씨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악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192억 추가 공사대금 이해 안가”
“러·우 전쟁 여파로 정당한 요구”

도곡닥터스는 너무 높은 원자재 인상 비용에 DL이앤씨에 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비 지급 내역, DL이앤씨와 하청업체 간 계약이행증권 등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공사대금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DL이앤씨의 현장 관리 소홀로 공사 현장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가 4주가량 지연됐으며 지난 2022년 8월경에는 DL이앤씨가 모델하우스를 본래 약정과 다르게 특 A급 원자재가 아닌 C급 원자재를 사용해 개설해 이를 허물고 다시 개설하는 과정서 추가로 4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재시공은 도곡닥터스가 직접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를 두고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분양과 상관없이 연장된 공사 기간에 대한 책임은 DL이앤씨에 있다”며 “정상적인 추가 공사대금인 69억원 외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는 오히려 DL이앤씨가 도곡닥터스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델하우스 재시공 업체 계약 비용 3억3000만원을 포함한 모델하우스 재건축비 9억원, 4개월의 임차료 8억원, 분양 지연 등 행위에 따른 이자 60억원, 준공 후에도 현재까지 무단 점유로 분양을 막고 있어 발생하는 18개월의 이자 120억원 등이다.

추가로 매달 부과되는 세금과 관리비 등도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DL이앤씨의 모델하우스 부실 공사가 없었다면 초기 분양을 부동산 정책이 변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으로 분양광고를 냈을 때만 해도 분양 예약이 전체 호실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수요자가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분양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요구한 공사대금을 100억가량으로 줄이면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DL이앤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매는 진행되고 입찰가는 점점 내려가고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해당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는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정당한
공사대금”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형강뿐 아니라 모든 공사 자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도곡닥터스가 요구하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은 업무상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으며 정당한 공사대금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분양 실적이 저조했는데 분양 대상을 바꾼다고 해서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공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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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 부동산 평행이론

문재인-이재명 부동산 평행이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호재에도 악재에도 민감한 시기다. 정부 정책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실제 정치권은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작은 불씨가 승리와 패배를 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 최근 대통령이 연이어 ‘부동산’ 이슈를 던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 세금 등 돈 관련 이슈는 대중의 최대 관심사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얽혀있어 체감 수준도 크다. 선거가 다가오면 돈을 풀지언정, 세금 등으로 거둬들이는 정책을 자제하는 이유다. 특히 아주 작은 이슈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세제 정책이나 자산 이슈는 건드려선 안 될 ‘금기’나 다름없다. 잘못 건들면 민심 나락 그중에서도 단연 민감한 부분은 ‘부동산’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구성 자체가 부동산에 편중돼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금융자산에 눈을 돌리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집과 땅, 즉 부동산은 전통적인 ‘선호 자산’이었다. 대부분 국민이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자산을 불려왔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 과제’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주요국 중 가장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 내용대로면 우리나라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64.5%에 이른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이 5억원이라면 3억2250만원이 토지나 주택, 산업용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국내 가계 자산 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2020년 65.3%에서 2021년 66.8%, 2022년 66.3%, 2023년 65.2%를 기록하고 지난해 소폭 줄었다. 문제는 주요국과 비교해 부동산 쏠림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미국은 32%, 일본은 36.4%(2023년 기준), 영국은 51.6% 정도다. 우리나라가 꾸준히 65%대 전후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에 묶여있다 보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초유의 관심사다. 여기에 교육열이 더해져 학군에 따라 부동산의 등급이 달라진다. 이른바 상급지로 불리는 지역에 사는 이들과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사는 이들 사이에는 보이진 않지만 분명하게 계급이 존재한다. 문정부 “부동산 실패 인정” 오락가락한 정책에 정권교체 정부는 ‘우상향’하는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대책을 내놓는다. ‘발표 날짜+대책’으로 나온 정책은 시장에 충격을 가한다.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등 정부가 표적으로 잡은 주체로부터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시장의 반응 속도는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풍문을 현실화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상처를 냈다. 연이은 정책에 상처는 곪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상했다. 고름을 빼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땐 집값은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이때 ‘영끌’ ‘벼락거지’ 등의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쏟아졌다. 부동산 매입에 성공한 이들과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을 빗댄 표현들이다. 대출 등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즉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이 있었고, 그 사이클에 올라타지 못해 상대적으로 ‘거지’가 된 기분을 느끼는 이들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요동쳤고 부동산은 문정부 임기 내내 불안정했다. 그 결과는 정권교체였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말까지 40%를 넘나들었다. 역대 대통령이 집권 4~5년 차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레임덕을 겪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10년씩 정권을 차지한다는 ‘10년 주기설’도 깨뜨릴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래도 아직 집 문 전 대통령이 지지율은 유지했을지언정 일부 국민에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집권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다는 것인데, 그 배경에 부동산이 있던 셈이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부동산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다른 정책은 몰라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인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올라온 ‘평산책방 시즌2’ 예고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경제 관련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서 운영 중인 평산책방과 관련한 콘텐츠를 올리는 채널이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방송에서 “부동산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언급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일단 실패했다고 인정해야죠”라면서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도 부동산 문제를 아쉬웠던 점으로 꼽은 바 있다. 2021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또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서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여파를 직접 겪은 당사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0.73%p로 졌을 때 부동산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사이의 표 차이는 23만표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예상보다 적은 표를 얻은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그 배경에 집값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 이듬해인 2023년 8월 패배 원인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민주당이 짚은 주요 패인은 문정부 당시 오락가락했던 부동산 정책이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녹서(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형태의 <민주당 재집권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다가오는 선거 변수 을지로위원회는 녹서에서 문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철학과 원칙은 버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정부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세제 강화가 오히려 집값 상승의 원인이며 징벌적 조세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시중의 돈이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투자로 쏠리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정책에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이 대통령은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해 “내가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살겠다고 하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질문에는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 없고, 대신 세율은 조금 비싸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최근 이 대통령은 ‘SNS’로 연일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SNS 글로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는 내용이 불씨가 됐다. 지난달 23일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려 매듭지은 게 시작이었다. 지난 3일에는 “상식적이고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을 것” “높은 주거비용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의 피눈물은 안 보이나”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것은 아닌가” 등으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SNS 통해 다주택자 경고 5월9일까지 변화 있어야 이재명정부는 임기 초부터 대출을 조이고 공급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집값 잡기에 나섰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초강경 대책도 내놨다. 집값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풍선 효과’도 일어났다. 한 지역을 규제하면 다른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직접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단 정부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정책을 내놨다. 다주택자에게 주고 있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혜택을 예정대로 오는 5월9일 종료하기로 한 것. 동시에 혼선을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도 내놨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는 이 정책을 중심으로 한 일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공급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세금 부과는 예정대로 하되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줬다. 이제는 시장의 몫이다. 5월9일까지 매물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시기는 지방선거(6월3일)를 한 달여 앞둔 때다.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되는 대형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국정 동력에 부스터를 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 권력까지 빼앗기면 ‘식물 야당’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봉착해 있다. 양당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식시장 등에 업고?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등의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투기 바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돈의 흐름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이 대통령으로선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다. 앞서 문정부는 시장에 졌는데, 이정부는 이길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