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반짝하고 사라진 조국

5년4개월 만에 끝난 ‘조국 사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가 5년4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하며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곧바로 대표직서도 물러났다. 창당 초기부터 불거진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현실화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와 부산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정수석부터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그는 ‘조국 사태’로 무너진 뒤 야심차게 정치계에 입문했지만 다시 조국 사태로 발목을 잡혔다.

징역 2년 확정
의원직 박탈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2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은 벌금 1000만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박형철 청와대 전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로 결론 났다.

2019년 12월 조 전 대표가 이 사건으로 처음 기소된 뒤 5년 만이자 2심 선고 후 10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원칙, 공소권 남용, 각 범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상고심서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으나 대법원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서만 양형 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아울러 2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에 대해서도 “공동정범, 미필적 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직무유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2심까지 불구속 상태서 재판받았던 조 전 대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수형 생활을 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선고 때에는 피고인의 법정 출석이 의무가 아니어서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바로 법정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조 전 대표도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조 전 대표에게 지난 13일까지 형 집행을 위해 자진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조국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바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관련 규정에 근거해 통상의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은 여러분 곁을 잠시 떠난다”며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더 맑은 사람 돼 돌아오겠다”
대선·총선 5년간 출마 불가

대법원 최종심서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조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의원직을 잃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잃는다.

조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었을 뿐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차기 대선이 예정대로 2027년 3월에 치러지더라도 출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최고위원 경선 최다 득표자인 김선민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는 당 대표직을 이어받는다.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은 총선 당시 13번 후보자였던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승계한다.

조 전 대표가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된 것을 이른바 ‘조국 사태’라고 부른다. 조국 사태는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시작됐다.

당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 폐지, 1차 수사종결권 경찰 이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를 향해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는 위법은 없다며 의혹을 돌파하려 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으며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8월27일 조 전 장관 딸이 다니던 대학교 등 20여곳 이상의 기관 등에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주체는 일반 고소·고발 건을 맡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서 권력형 비리 등을 담당하는 특수2부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9일 조 전 대표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은 약 보름 뒤 조 전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 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대표를 기소했다.

법무부 장관
악몽의 시작

당시 조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 11개였다.


이후 지난 2020년 1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기존의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며 하나의 재판에 피고인도 죄명도 여러 개인 재판이 이뤄지게 됐다.

조 전 대표의 유·무죄를 가른 쟁점은 ‘허위 스펙 위조’ 입시 비리,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증거인멸 교사로 크게 세 가지였다. 1심 재판부는 앞선 두 가지에는 유죄를, 마지막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조민 7대 허위 경력 중 일부 직접 관여했고 허위 경력 기재 서류들을 제출해 해당 대학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증명서와 아들 조원 씨가 다닌 조지워싱턴대 시험 대리 응시, 허위 인턴십 서류 제출 등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딸 조민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와 관련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위반에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정수석 취임 이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수수한 금품은 1회에 100만원이 넘는 청탁금지법 수수금지 품목에 해당해 유죄”라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의 형량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은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피고인과 공모해 감독권을 남용해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권리행사방해가 인정된다”며 “위법과 부당 정도에 비춰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산 허위신고와 증거은닉교사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소송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후
정치 행보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 전후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 활동을 주도하는 등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이를 두고 정치계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대표도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쓸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를 막는 일에 나서겠으며 검찰 독재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조만간 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4월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저의 작은 힘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선고 6일 뒤인 지난 2월13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부산 중구 민주공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 스스로 우리 평화를 위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능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에 몰두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갈등·세대 갈등·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정치, 국가적 위기는 외면한 채 오직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며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비례대표 자리 승계
조국의존도 높은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정치계 의견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서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이었던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얻은 데 이어 3번째로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정치계에서는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친 조국혁신당에 윤정부의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해 민주당의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조국혁신당이 흡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선 이후에도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검찰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 왔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월20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며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며 “교수, 학생, 노동자, 작가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김건희씨가 이끌고 무속인이 뒤에서 미는 윤석열정권을 조기종식할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조국혁신당이 앞장서서 탄핵소추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사라지게 되면서 당 자체도 흔들리는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주자가 없는 당은 존립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시기부터 조 전 대표의 공백 사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히 대비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여의도 일각에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당을 이탈하는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당분간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당 지도부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꾸려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향후 선거 국면에서는 새로운 당 대표를 뽑거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당이 설립될 때부터 만약 대선에 출마를 한다면 2032년 열릴 22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생각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하야된 후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 등의 이유로 복권되지 않으면 22대 대통령선거 출마가 불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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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