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반짝하고 사라진 조국

5년4개월 만에 끝난 ‘조국 사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가 5년4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하며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곧바로 대표직서도 물러났다. 창당 초기부터 불거진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현실화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와 부산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정수석부터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그는 ‘조국 사태’로 무너진 뒤 야심차게 정치계에 입문했지만 다시 조국 사태로 발목을 잡혔다.

징역 2년 확정
의원직 박탈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2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은 벌금 1000만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박형철 청와대 전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로 결론 났다.

2019년 12월 조 전 대표가 이 사건으로 처음 기소된 뒤 5년 만이자 2심 선고 후 10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원칙, 공소권 남용, 각 범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상고심서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으나 대법원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서만 양형 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아울러 2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에 대해서도 “공동정범, 미필적 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직무유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2심까지 불구속 상태서 재판받았던 조 전 대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수형 생활을 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선고 때에는 피고인의 법정 출석이 의무가 아니어서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바로 법정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조 전 대표도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조 전 대표에게 지난 13일까지 형 집행을 위해 자진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조국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바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관련 규정에 근거해 통상의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은 여러분 곁을 잠시 떠난다”며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더 맑은 사람 돼 돌아오겠다”
대선·총선 5년간 출마 불가

대법원 최종심서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조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의원직을 잃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잃는다.

조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었을 뿐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차기 대선이 예정대로 2027년 3월에 치러지더라도 출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최고위원 경선 최다 득표자인 김선민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는 당 대표직을 이어받는다.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은 총선 당시 13번 후보자였던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승계한다.

조 전 대표가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된 것을 이른바 ‘조국 사태’라고 부른다. 조국 사태는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시작됐다.

당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 폐지, 1차 수사종결권 경찰 이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를 향해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는 위법은 없다며 의혹을 돌파하려 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으며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8월27일 조 전 장관 딸이 다니던 대학교 등 20여곳 이상의 기관 등에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주체는 일반 고소·고발 건을 맡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서 권력형 비리 등을 담당하는 특수2부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9일 조 전 대표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은 약 보름 뒤 조 전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 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대표를 기소했다.

법무부 장관
악몽의 시작

당시 조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 11개였다.


이후 지난 2020년 1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기존의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며 하나의 재판에 피고인도 죄명도 여러 개인 재판이 이뤄지게 됐다.

조 전 대표의 유·무죄를 가른 쟁점은 ‘허위 스펙 위조’ 입시 비리,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증거인멸 교사로 크게 세 가지였다. 1심 재판부는 앞선 두 가지에는 유죄를, 마지막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조민 7대 허위 경력 중 일부 직접 관여했고 허위 경력 기재 서류들을 제출해 해당 대학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증명서와 아들 조원 씨가 다닌 조지워싱턴대 시험 대리 응시, 허위 인턴십 서류 제출 등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딸 조민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와 관련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위반에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정수석 취임 이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수수한 금품은 1회에 100만원이 넘는 청탁금지법 수수금지 품목에 해당해 유죄”라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의 형량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은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피고인과 공모해 감독권을 남용해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권리행사방해가 인정된다”며 “위법과 부당 정도에 비춰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산 허위신고와 증거은닉교사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소송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후
정치 행보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 전후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 활동을 주도하는 등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이를 두고 정치계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대표도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쓸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를 막는 일에 나서겠으며 검찰 독재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조만간 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4월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저의 작은 힘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선고 6일 뒤인 지난 2월13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부산 중구 민주공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 스스로 우리 평화를 위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능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에 몰두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갈등·세대 갈등·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정치, 국가적 위기는 외면한 채 오직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며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비례대표 자리 승계
조국의존도 높은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정치계 의견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서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이었던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얻은 데 이어 3번째로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정치계에서는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친 조국혁신당에 윤정부의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해 민주당의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조국혁신당이 흡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선 이후에도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검찰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 왔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월20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며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며 “교수, 학생, 노동자, 작가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김건희씨가 이끌고 무속인이 뒤에서 미는 윤석열정권을 조기종식할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조국혁신당이 앞장서서 탄핵소추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사라지게 되면서 당 자체도 흔들리는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주자가 없는 당은 존립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시기부터 조 전 대표의 공백 사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히 대비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여의도 일각에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당을 이탈하는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당분간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당 지도부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꾸려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향후 선거 국면에서는 새로운 당 대표를 뽑거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당이 설립될 때부터 만약 대선에 출마를 한다면 2032년 열릴 22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생각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하야된 후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 등의 이유로 복권되지 않으면 22대 대통령선거 출마가 불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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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